아주경제 노승길 기자 =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개월 연속 0%대를 기록했다. 특히 담뱃값 인상분을 제외하면 사실상 석 달째 마이너스를 기록했기 때문에 디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다.
통계청이 1일 발표한 4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0.4% 오르는 데 그쳤다. 이 같은 상승률은 0.3%를 기록한 1999년 7월 이후 15년 8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3월 소비자물가 상승률과 같은 수치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13년 10월 0.9%를 기록한 이후 13개월 연속 1%대를 기록하다가 지난해 12월 0.8%로 내려앉았다. 이후 올해 1월 0.8%, 2월 0.5%, 3월 0.4%로 5개월 연속 0%대를 기록했다.
특히 담뱃값 2000원 올린 데 따른 물가 인상 효과(0.58%포인트)를 제외하면 사실상 3개월 연속 마이너스인 셈이다.
농산물 및 석유류 등 일시적 가격변동이 심한 품목을 제외하고 산출한 근원물가는 1년 전보다 2.0% 올라 4개월 연속 2%대를 이어갔다. 지난해 9∼12월에는 4개월 연속 1%대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근원물가인 식료품·에너지제외지수는 1년 전보다 2.3% 상승했다.
4월 물가가 낮은 데에는 국제유가 하락에 따른 석유류 가격 하락이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했다. 지난달 석유류 가격은 작년 동월 대비 20.9% 하락해 전체 물가상승률을 1.1%포인트 끌어내리는 역할을 했다.
도시가스 가격 하락의 영향도 이어졌다. 도시가스 값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14.0% 떨어진 영향으로 전기·수도·가스 가격이 전체적으로 5.9% 내렸다.
농축수산물 가격은 0.5% 하락했다. 돼지고기(-3.5%), 쌀(-2.8%), 참외(-9.5%), 바나나(-6.2%) 값이 내린 영향이다.
공업제품도 작년 같은 달보다 0.5% 내렸다. 휘발유(-19.5%), 경유(-21.7%), 등유(-26.3%) 등 저유가 영향을 받은 유류 제품이 하락세를 주도했다.
상품 가격이 전반적으로 떨어진 반면에 서비스 가격은 작년 같은 달보다 1.6% 상승했다.
전세가격이 3.3%, 월세는 0.2% 올랐다.
공공서비스는 0.5% 상승했다. 하수도료(7.2%), 요양시설이용료(6.5%), 외래진료비(1.9%)가 오른 영향이다. 부동산중개수수료는 2.3% 내렸다.
개인 서비스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1.9% 올라 세부 항목 가운데 상승 폭이 가장 컸다.
학원비(3.2%·중학생)와 공동주택 관리비(3.7%), 구내식당 식사비(5.4%), 학교급식비(10.7%)는 상승했지만 단체여행비(-7.3%·국내)와 국제 항공료(-11.6%)는 내렸다.
생활물가지수는 1년 전 같은 달보다 0.7% 떨어졌고 신선식품지수도 0.9% 내려갔다.
김보경 통계청 물가동향과장은 "집세 등 서비스 가격이 올랐지만 석유류와 도시가스 하락 영향이 지속됐다"면서 "3월과 비슷한 양상"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소비자물가가 하반기로 갈수록 상승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김재훈 기획재정부 물가정책과장은 "국제유가가 완만하게 상승하는 데다 지난해 상반기 고유가에 따른 기저효과가 있었으나 지난해 하반기에는 이미 유가가 낮았으므로 기저효과가 사라져 상승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이어 "유통구조 개선, 경쟁 촉진 등 구조적 물가안정 노력을 강화하고 교육·통신·주거·의료비 등 서민생활과 밀접한 체감물가를 철저히 관리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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