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조현미 기자 = 여야가 ’더 내고 덜 받는’ 방향으로 공무원연금을 개혁하는 동시에 공적연금을 강화하기로 합의해 국민연금의 노후소득보장 기능이 지금보다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혜택이 늘어나는 만큼 국민의 비용부담도 커지게 돼 논란이 벌어질 전망이다.
3일 정치권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여야는 공적연금 강화 차원에서 2028년 이후 국민연금 명목소득대체율을 현행 40%에서 50%로 높이기로 했다. 소득대체율은 국민연금 가입자의 생애 전 기간 평균소득과 대비한 국민연금 수령액의 비중을 말한다.
여야 합의대로 이 방안이 실현되면 평균 소득이 같다는 전제 아래 노후에 받는 국민연금 수급액이 현행보다 25% 많아진다.
이를 테면 전 생애 월평균 소득이 300만원인 근로자는 현행 제도에서는 2028년 이후 국민연금을 월 120원 받지만 소득대체율이 인상되면 월 150만원을 받게 된다. 이에 따라 국민연금은 애초 도입 취지대로 국민의 최소한의 노후소득을 책임지는 공적연금으로 재정립될 것으로 기대된다.
정부는 국민연금 가입기간 40년 기준으로 애초 소득대체율을 70%로 정했다. 하지만 소득대체율은 1998년 1차 연금개편에서 60%로 하락했다. 2007년 2차 연금개편에서는 2028년까지 단계적으로 40%까지 떨어지게 했다.
실질소득대체율로 따지면 더 암울하다. 국민연금제도를 설계할 당시와 달리 국민연금의 실질소득대체율은 장기적으로 20% 안팎에 그칠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국민연금만 받아서는 가입자가 은퇴 전 경제활동 당시 벌어들인 생애 평균소득의 5분의 1 정도만 충당할 수 있는 것이다.
국민연금연구원의 ‘국민연금 평균 소득대체율 추이 자료(2060년까지)’를 보면 전체 국민연금 수급자의 실질소득대체율은 2014년 18.1%(평균 가입기간 10.1년)에서 점차 늘어 2032년에는 23.4%(평균 가입기간 17.3년)까지 오른다.
하지만 그 이후 다시 떨어지기 시작해 2053년 이후부터는 평균 가입기간이 늘어도 21.5%에서 움직이지 않고 2060년까지 그대로 멈출 것으로 전망됐다.
이 때문에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다시 올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연금 전문가들 사이에 간간이 흘러나왔지만 국민연금 기금소진 논란에 파묻혀 힘을 얻지 못했다.
하지만 여야가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50%로 올리기까지는 변수가 많다. 당장 정부와 청와대가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국민연금 주무부처인 복지부의 문형표 장관이 강력 항의한데 이어 청와대는 여야의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인상 합의에 대해 “분명한 월권”이라며 제동을 걸었다.
게다가 소득대체율을 올리게 되면 그러잖아도 잊을만하면 기금고갈 시비에 휩싸이는 국민연금의 기금소진 시기를 더 앞당길 수 있다.
따라서 재정중립적으로 소득대체율을 인상하려면 보험료 인상은 피할 수 없다. 반드시 국민의 동의가 필요한 부분이다.
국민연금 보험료율은 제도시행 첫해인 지난 1988년 3%에서 시작해 5년에 3%포인트씩 올라 지난 1998년부터 지금까지 9%를 유지하고 있다.
현세대 보험료를 올려 후세대의 재정적 짐을 덜어줌으로써 ’세대간 연대’라는 연금제도의 목적과 취지를 살리고 국민연금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려면 보험료를 올려야 한다. 그렇지만 역대 정권은 정권의 기반 자체를 흔들 수 있기에 감히 손대지 못했다.
대부분 연금 전문가는 국민연금 보험료를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원종욱 선임연구위원은 오는 2060년 적립기금이 소진될 것으로 보이는 국민연금 고갈시점을 2100년 이후로 늦추려면 현재 9%인 보험료율을 재정 추계 때마다 2%씩 단계적으로 올려 2028년에는 15%가 되도록 인상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국민연금제도 설계를 책임지는 복지부 산하 국민연금제도발전위원회도 2013년에 보험료율 현행 9%에서 단계적으로 대략 13~14% 올리는 다수안을 내놓았다.
보험료율을 올리려면 국민연금법을 개정해야 한다. 이를 위해 여야는 공적연금 강화와 노후빈곤 해소를 위한 사회적기구를 만들고, 사회적기구에서 도출한 결과를 국회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9월 국회에서 처리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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