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미·일 vs 중국, 고개숙인 이용수 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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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5-05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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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미국 현지시간) 아베 신조 총리의 연설을 듣고 있는 이용수 할머니의 모습을 중국 신화통신 카메라가 포착했다. [사진=신화통신 제공]


아주경제 김근정 기자 =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한층 가까워졌다. 일본은 침략전쟁으로 상처를 입은 이웃국가에 고개를 돌리고 승전국 미국에 손을 뻗었다. 미국과 일본의 신밀월기가 시작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7박8일(귀국길 포함)간 방미 일정을 마치고 떠나는 아베 총리에게 오바마 대통령은 “또 만나자”는 다정한 인사까지 건넸다.

중국은 당연히 발끈했다. 미국이 일본 총리를 극진히 대우하고 가까이하는 것은 아시아는 물론, 글로벌 경제의 중심으로 급부상하는 중국을 경계하려는 뜻이 깔려있기 때문이다. 

중국 관영언론 등 매체는 "미·일 정상이 중국 견제에 올인하고 나섰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또한 침략의 과거사에 물타기를 하고 진정성 없는 연설만 반복하는 아베 총리를 향해 “일본 정부의 비극”, “말도 안되는 소리는 이제 그만하라”며 쓴소리도 쏟아냈다.

여기서 눈에 띄는 점은 신화사, 중국신문망 등 관영언론이 과거사를 덮으려는 일본을 비난하는 기사와 함께 일본 위안부 피해자, 일본 침략사의 산증인인 이용수 할머니의 사진을 사용했다는 것이다.

중국 언론 속에 실린 이용수 할머니는 아베의 역사부정과 거짓에 참담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용수 할머니의 슬픔은 아랑곳없이 미국 의원들은 연설하는 아베 총리는 수 십 차례 기립박수를 쏟아냈다. 이 어이없는 현실을 중국 언론도 짚고 나선 것이다.

중국 언론의 비판과 이용수 할머니 사진을 볼 때마다 씁쓸한 기분을 감추기 어렵다. 사실상 가장 큰 피해자이자 당사자인 한국 정부와 국민의 목소리는 중국 대 미국과 일본이라는 대립구도에 파묻히는 모양새가 됐기 때문이다.

아베 총리나 일본 정부의 과거사를 둘러싼 뻔뻔함, 독도 문제 등 이슈가 터질 때마다 국민은 물론 정부는 분노한다. 하지만 분노는 분노일 뿐 실질적인 반격이나 해야할 말, 목소리조차도 제대로 내지 못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갈 길을 잃은 우리나라의 실리외교도 안타깝지만 입을 열고 널리 알리고 상대방에게 제대로된 화조차 내지 못하는 현실이 더 답답하다. 명확한 역사적 입장과 신념, 이를 바탕으로 한 방향성있는 외교전략과 주체적인 태도가 너무나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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