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소비심리 회복을 위해 금리인하 등의 통화정책과 막대한 돈을 투입하는 확장적 재정정책을 펼치고, 기업의 임금인상을 독려하고 있지만 뚜렷한 소비심리 개선은 보이지 않는다.
◆ 세월호 참사로 꺾인 소비심리, 고착화 우려
세월호 참사 이후 극도로 위축된 소비심리는 아직도 그대로인 상황이다. 지난달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104를 기록했다. 소비자심리지수가 100보다 크면 소비심리의 장기 평균치보다 낙관적임을, 100보다 작으면 비관적임을 의미한다. 이는 세월호 참사 직후인 지난해 5월 기록한 105보다 낮다. 지난해 9월 107이던 소비자심리지수는 올해 3월 101에 머물렀다.
소비의 바로미터인 유통과 백화점 업계를 살펴보면 내수 침체가 얼마나 심각한 수준인지 알 수 있다.
대형마트는 지난해 -3.4%의 역신장을 기록한 후 올해 들어서도 개선세가 보이지 않고 있으며 백화점 업계 역시 지난해 10년 만에 처음으로 연매출이 1.9% 감소했다.
백화점들이 올봄 부진을 타개하기 위해 총력을 펼쳤지만 매출 신장률은 고작 2~3%에 그쳤다. 지난해 봄 세일 당시 매출 신장률이 전년 대비 3.8%, 2013년이 5.7%였던 점과 비교하면 소비가 줄었다는 것을 한눈에 알 수 있다.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가정의 달인 5월이 왔음에도 소비규모를 줄이겠다는 사람이 대부분인 상황이다.
한 취업포털사이트의 설문조사 결과, 5월 평균 지출액은 41만원에 그쳤다. 이는 지난 2013년 50만원, 지난해 60만원과 비교해 크게 하락한 수치다.
◆ 미래 걱정에 저축이 우선…'돈맥경화' 심각
임계치에 달한 가계부채와 미래에 대한 불안 등으로 소비를 줄이면서 쌓아둔 돈이 1년 전에 비해 4조원 넘게 늘어 90조원을 넘어섰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4년 중 자금순환' 자료를 살펴보면 지난해 가계와 비영리단체의 자금잉여 규모는 91조7000억원에 달했다.
자금잉여는 예금·보험·주식 등에 예치해 굴린 돈에서 주택담보대출 등 빌린 돈을 뺀 것이다. 가계에서 잉여 규모가 늘고 있다는 것은 쌓아두기만 하는 돈이 많아지고 있다는 뜻이다.
특히 가계의 씀씀이를 보여주는 평균 소비성향은 지난해 72.9%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100만원을 쓸 수 있는 상황이라면 72만9000원만 쓴다는 얘기다. 민간소비 증가율도 지난해 1.7%에 그쳐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인 2009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가계의 저축률 상승과 소비성향의 하락은 가계소득이 돌지 못하는 '돈맥경화'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가계가 불확실한 미래에 대비하기 위해 현재의 소비를 줄이고 여윳돈을 모으고 있는 것으로 이는 케인스가 말한 '절약의 역설'이 현실화되고 있다는 뜻이다.
◆ 정부의 경기활성화 정책, 소비심리 개선까지 이어지지 않아
재정당국이 확장적 경제정책을 펼치고 통화당국이 금리인하로 이를 뒷받침하며 경기활성화에 총력을 기울인 탓에 주식·부동산 시장이 살아나고 있지만 소비자가 체감할 수 있는 소비심리 개선으로 까지는 이어지지 않고 있다.
3월 주택매매가격상승률은 지난해 3월(1.1%)와 비교해 1.2%포인트 상승한 2.3%를 기록했다. 3월 말 코스피지수도 1달간 2.8% 오른 2041.03포인트를 기록해 지난 1년간 코스피지수 증가율의 평균치(0.2%)를 훨씬 웃돌았다.
그러나 올해 1분기 카드결제액은 145조 3000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 증가율보다 0.1%포인트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여신금융협회 관계자는 "카드승인금액 증가율이 소폭 하락한 것은 국내경기회복이 더디게 진행되고 있는 상황을 반영한다"라며 "자산시장 회복이 실물경기 개선에 미치는 효과가 아직 미약하다"고 말했다.
경제전문가는 정부가 소비심리 회복을 위해 가계의 소득을 늘리고 가계부채 부담을 덜어줘 불확실한 미래를 대비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저소득층, 50대 이상의 소득 증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가계 부채 증가가 소비심리 위축으로 이어지는 만큼 자산 형성을 위한 유인을 확대하고 노후준비를 지원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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