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숲’ ‘Keep quiet’ ‘맹수는 나의 것’ ‘유숙자’ ‘밤을 위한 춤’ ‘무료항공권’에 출연했으며 ‘구세주2’ ‘인사동 스캔들’ ‘악마를 보았다’ ‘심야의 FM’ ‘특수본’ ‘무서운 이야기’ ‘공정사회’ ‘은밀하게 위대하게’ 등에서 연기력을 쌓았다. 드라마로는 ‘연애결혼’ KBS 드라마 스페셜, ‘감격시대: 투신의 탄생’ ‘하녀들’이 있다.
지난 2013년 권율, 류혜영과 함께 다양성영화 ‘잉투기’의 주연을 맡아 영화계의 주목을 받았다. 지난해에는 ‘인간중독’에서 헌병대 김준위 역을 맡아 짧지만 강렬하게 ‘신(scene)’을 스틸했다. 지난 29일 개봉된 ‘차이나타운’(감독 한준희·제작 폴룩스픽쳐스)에서는 우곤 역을 맡아 존재감을 있는 한껏 드러냈다.
‘차이나타운’은 지하철 보관함 10번에 버려진 일영(김고은)이, 오직 쓸모 있는 자만이 살아남는 차이나타운에서 엄마(김혜수)를 만나 벌어지는 일들을 담고 있다.
지난달 30일 서울 팔판동 카페에서 만난 엄태구는 “감독님께 감사하다”고 말문을 열었다.
“완성된 영화를 보고 감독님께 감사했어요. 스스로 제 연기에 대해 좋게 평가하는 성격은 아니에요. 그저 시나리오에 따른 연기에 집중했는데 감독님께서 전체적으로 잘 만들어주셔서 저의 부족함이 가려진 것 같아 감사하죠.”
엄태구는 매우 부끄러움을 잘 타는 남자였다. 스스로 말주변이 부족하다며 낯을 많이 가린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우곤’이 자신과 비슷하다고 했다. 누군가를 때리는 성격이 못되지만 ‘말없이 가만히 지켜보는 것’이 비슷하다고 했다. 목소리가 매력적인데 왜 말수가 없는지 궁금했다.
“제 목소리에는 장점과 단점, 두 가지가 공존하는 것 같아요. 일단 음향감독님이 좋아하는 목소리는 아니죠(웃음). 목소리 때문에 많이 연습하고 있어요. 드라마 현장에서도 배우고 있죠. 저에게는 숙제 같아요. 명확하고 정확하게 얘기하기 위해 매일 성경책을 소리 내어 읽죠.”
‘차이나타운’에서 김혜수를 만난 건 신기했다고. 엄태구는 김혜수에 대해 “보통 배우들과 다르고 멋있다”면서 “나중에 선배님처럼 베테랑이 된다면 그런 모습이고 싶다. 어렸을 때부터 선배님의 영화를 접해왔기 때문에, 옆에서 연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감사했다”고 회상했다.
가장 되고 싶은 배우로는 알 파치노를 꼽았다. 1968년 연극으로 데뷔해 ‘대부’ 시리즈, ‘스카페이스’ ‘여인의 향기’ ‘칼리토’ ‘히트’ ‘데블스 에드버킷’ ‘도니 브래스코’ ‘애니 기븐 선데이’ ‘인사이더’ ‘인썸니아’ ‘88분’ 등이 대표작이다. 매 작품의 캐릭터에 생명을 불어넣듯 살아 숨쉬는 메소드 연기가 알 파치노의 장점이다.
“알 파치노의 눈이 제일 마음에 들어요. ‘눈으로 연기를 한다는 건 이런 것이다’라고 하는 것 같아요. 남성적이면서 귀여움도 있고, 연기를 즐기고 있다는 게 보이죠. 목소리나 억양도 정말 좋고요.”
“어떻게 해야 연기가 살아있을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정말 많이 해요. 답은 안 나오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하고 또 생각하죠. 많은 선배님들처럼 되질 않으니까 한계를 느끼기도 해요. 일단은 아직 신인이니까 이것저것 많이 부딪히고 깨지고 해야겠죠?”
자세부터 된 배우 엄태구. 그의 얼굴에서 알 파치노의 느낌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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