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주진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6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제3차 규제개혁장관회의에는 미국과 유럽연합(EU), 일본 등 외국인 투자기업 대표들이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그동안 진행된 1.2차 규제개혁 회의에는 주한 영국 대사 등 외교사절이 참석한 적이 있으나 외국인 투자기업 대표들이 직접 참석해 현장의 애로사항을 전달하고 개선책을 건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에이미 잭슨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AMCHAM) 대표, 안드레 노톰 솔베이그룹 코리아 사장, 서울재팬클럽의 미키 아츠유키 이사장은 대(對) 한국 투자의 3대 주체인 미국, EU, 일본 기업을 대표해 이날 회의에 참석, '갈라파고스 규제'라 불리는 한국 특유의 규제 문화에 대해 쓴소리를 했다.
에이미 잭슨 대표는 "기업이 가장 중요시하는 요소 중 하나가 예측 가능성과 투명성, 규정과 규제의 일관되고 공정한 적용"이라면서 "안타까운 것은 규정이 갑자기 사전에 충분한 협의 없이, 도입 과도기에 대한 고려 없이 어떤 때는 창구 지도로 갑자기 변경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에만 있는 규정들이 더 적어지는 것이 아니라 보다 빈번해지고 있다"면서 "이런 상황은 부정적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앞으로 나가나는 데 있어서 획기적으로 시의적절한 규제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안드레 노톰 사장은 "지난 1월 시행된 화학물질관리법 등의 취지는 충분히 이해하고 이것이 유럽의 관련 법규에서 영감을 받은 것을 잘 안다"면서 "다만 연구개발(R&D) 활동에 부담을 주고 수없이 많은 제품의 처리에 있어 부담을 주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세계적인 화학회사인 벨기에 솔베이사는 지난달 새만금산업단지에서 실리카 생산공장 기공식을 한 바 있다.
한국에 진출한 일본 기업 등이 회원사로 있는 서울재팬클럽의 미키 아츠유키 이사장은 "통상임금 개념에 대한 대법원 판단이 나왔는데 우리 일본 기업들은 이것이 어떻게 적용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면서 "한국 정부가 미래지향적인 노동시장 구축을 위한 개혁을 계속해줄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외투기업의 이런 요구와 관련,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우리 규제 중 환경, 노동, 세무 부분에 대해서는 글로벌 스탠더드가 뭔지 맞춰볼 필요가 있다"면서 "갈라파고스 같은 규제가 많다고 본다"고 말했다.
갈라파고스 규제는 세상과 단절되어 독특한 동ㆍ식물 구성을 이룬 태평양 한 가운데의 갈라파고스 제도(islands)처럼, 변화하는 국제정세와 동떨어진 특정지역에만 있는 규제를 뜻하는 말이다.
윤성규 환경부 장관은 "화학물질등록평가법, 화학물질관리법이 1월부터 시행됐는데 일부 보완할 부분이 내부에서도 발견됐다"면서 "암참, 유럽상공회의소, 서울재팬클럽 등과 함께 포럼을 만들어서 5월부터 개편안을 만들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통상임금을 명확히 하는 문제는 6월 국회에서 통과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우리나라만 갖고 있는 '갈라파고스 규제'라고 불리는 독특한 방식의 규제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국내사업 비용을 높이고 국내제도에 익숙한 우리 기업의 국제경쟁력을 떨어트리는 요인이 되고 있다"며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춰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또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새 규제가 도입되기 전에 (규제)포털을 만들든 간담회를 통해서든 예고하고 국제기준에 안 맞고 하는 문제가 있으면 그것을 검토하도록 해야 한다. 전부 한번은 그것을 거치도록 할 필요가 있다"면서 "규제를 하나 할 때도 검토를 거쳐서, 그 절차를 거치지 않으면 도입 못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면 투명성, 예측가능성, 규제 일관성, 국제규범에 맞느냐 하는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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