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부모들 자식 때문에 은퇴 못해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입력 2015-05-08 06:16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사진=구글]


아주경제 박요셉 기자 = 미국의 많은 부모들이 성인이 된 자녀의 부양 때문에 은퇴를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정 연구 기업 하츠앤월렛이 최근 가구주 5,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연례 설문조사에 따르면 재정적으로 도움이 필요한 성인 자녀를 둔 사람들의 은퇴 비율이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크게 낮았다. 성인 자녀를 부양하는 부모 세대 중 21%만 완전히 은퇴를 한 상태였다. 이에 비해 성인 자녀와 같이 살지만 경제적으로 부양하는 상태가 아닌 사람들의 은퇴율은 50%를 넘었다.

금융위기 이후 장기 불황 시기를 지나며 미국에서는 이른바 ‘방안의 코끼리’(elephant in the room), 즉 늙은 부모가 부양하는 성인 자녀가 계속 늘고 있다.

메릴린치의 2013년 조사에 따르면 50세 이상 미국인의 68%가 최근 5년 이내에 21세 이상 자녀를 경제적으로 도운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TD 아메리트레이드의 최근 조사에서는 장기 저축이나 은퇴 준비를 중단한 미국인의 24%는 그 이유로 "다른 사람을 경제적으로 부양하기 위해서"라고 답했다.

하츠앤월렛 측은 이런 현상이 나타난 것은 두 가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했다. 장기 불황을 거치면서 부모 세대가 은퇴할 여력이 없어진 것과 자식 세대의 일자리 불안정이라는 상황이 합해졌다는 것이다.

회사 측은 자라나는 자녀를 재정적으로 부양하는 것은 부모들에게 가장 큰 스트레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성인 자녀를 재정적으로 부양하는 부모 세대의 경우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재정상태에 대한 걱정이 25% 정도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성인 자녀를 부양하고 있는 부모 세대의 17%는 가장 큰 걱정거리가 “은퇴하기에 충분한 자금을 모으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비해 자녀를 재정적으로 부양하지 않는 부모 세대들의 경우 이는 주요 걱정거리에 들지도 않았다.

이처럼 자녀 부양을 위한 부담을 지는 것은 부모 세대들의 투자 의욕까지 감소시키고 있다. 자녀를 부양하는 이들의 절반 이상이 투자로 인한 위험을 감수할 생각이 없다고 답했다.

재정 전문가들은 부모가 은퇴까지 미뤄가며 일을 해 성인 자녀를 부양하는 재정 시스템이 생각보다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만약 이 시스템의 한 부분이라도 잘못될 경우 부모와 자녀, 가족 모두의 재정 시스템 전체가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성인 자녀를 부양하고 있는 사람들은 가능한 빨리 자녀가 아닌 자기 자신에 초점을 맞춘 재정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