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최서윤 기자 = 7일 치러진 영국 총선에서 집권 보수당이 노동당을 70석이 넘는 차이로 누르고 제1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오후 10시(현지시간) 투표 마감 직후 발표된 BBC 등 방송사들의 출구조사 결과 보수당은 기존 303석보다 13석을 늘어난 316석을 얻어 재집권에 성공할 것으로 예상됐다. 치열한 접전을 벌일 것으로 관측됐던 노동당은 239석을 얻을 전망이다.
총선을 승리로 이끈 데이비드 캐머런 현 총리(49)는 재정 긴축을 밀어붙여 의료, 교육, 보육 등 복지 서비스 전반에 대해 국민의 불만이 커진 상황에서도 이를 극복하고 정권 연장을 눈앞에 두게 됐다.
캐머런은 2005년 마이클 하워드 당수가 총선에서 패배한 뒤 지난 2010년 총선에서 보수당 개혁과 집권을 내걸고 혜성같이 등장했다. 그는 당시 43세의 나이로 보수당을 제1당 자리에 올려놓고 총리에 올랐다. 1812년 로드 리버풀 총리 이래 최연소 총리였다.
캐머런은 부유한 주식거래인의 아들로 명문 사립고인 이튼과 옥스퍼드대를 졸업한 상류층 출신이다. 스스로 “온정적 보수주의(compassionate conservatism)”라고 말하는 그는 시장을 중시하는 대처리즘적 정책 기조를 주장하는 동시에 빈곤층을 배려하는 복지 서비스도 강조해 계층에 상관없이 비교적 폭넓은 지지를 얻고 있다. 그는 셰필드 경의 딸인 사만다와 결혼해 자녀 4명을 뒀으나 첫째 이반은 뇌성마비와 중증 간질을 앓다가 2010년 숨졌다. 캐머런 부부는 ‘다우닝가 10번지(총리관저)’에서 넷째를 낳아 토니 블레어, 고든 브라운 전 총리에 이어 재임 중 자녀를 얻었다.
캐머런은 민간 방송사의 부서 책임자로 7년간 재직한 후 2001년 총선에서 옥스퍼드 인근 위트니 선거구에서 당선하며 정치에 입문했다. 그는 2010년 총리에 오른 뒤 노동당 집권 시기 금융 위기와 복지 확대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30%포인트 가까이 불어난 재정적자를 낮추기 위해 긴축 정책을 펼쳐 한때 GDP 대비 11%대에 달했던 재정적자 비율을 5%로 끌어내렸다. 당시 유럽은 그리스 재정위기로 재정적자에 대한 우려가 팽배해 있던 시기였다.
경제계에서는 캐머런에 대해 “양적완화를 통한 통화정책 등을 활용해 경제를 무난하게 이끌었다”고 평가한다. 그는 경제계에서 친(親) 기업적 정치인으로 통한다.
위기도 있었다. 집권 초반 대학등록금 상한제를 없애고 대학들이 자율적으로 최대 3배가량 인상할 수 있는 법안을 강행 처리해 2011년 젊은 층들의 폭동을 맞기도 했다. 또 국민건강보험(NHS)이 자금난을 겪으면서 국민의 불만이 팽배했고 학교 부족과 급식 예산 부족 등을 지적하는 교사들의 비난도 거셌다. 지난해 스코틀랜드 분리독립 여부를 묻는 주민투표는 캐머런 총리에게 최대의 시련이었다. 치밀한 계산 없이 주민투표 시행에 동의해줬다가 영국 연방이 와해할 수도 있는 위기를 초래했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캐머런은 공약으로 내건 유럽연합(EU) 탈퇴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 시행을 앞두고 있다. 그는 EU 회원국 지위 조정을 위한 협약 개정과 일부 EU 권한을 회원국으로 돌려주는 내용의 개혁을 요청하겠다고 약속한 상태다. 그러나 EU 측이 협약 개정에 완강히 반대하는 탓에 영국의 운명을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릴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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