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중국 푸저우) 채명석 기자 = 시장은 구매자도 많지만 판매자도 많다.
장사가 잘 될 때라면 앉아 있어도 알아서 구매자들이 찾아오기 때문에 베짱부려가며 물건을 팔아도 되지만 그렇지 않을 때에는 고객을 끌어드릴 뭔가가 있어야 한다. 문 앞에 가격표만 써놓는다고 될 일이 아니다. 목이 터져라 큰 소리로 제품 가격을 외치며 “싸다 싸다”를 강조해야 한다. 적극적으로 고객을 잡지 못하면 아무리 좋은 물건을 내놓더라도 장사는 망할 가능성이 높다. 소위 말하는 ‘마케팅’이라는 것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업황 둔화 신호? 마케팅 능력 향상?
‘2015 중국 국제 스포츠 박람회(이하 차이나 스포츠 쇼)’가 2년 전 베이징에서 열렸을 때에 비해 달라진 점은 단순히 개최 도시, 장소가 바뀌었다는 것 그 이상이 있다. 당시 만해도 참가기업들은 앉아서 고객을 기다리거나 박람회장을 돌아다니며 카탈로그 또는 경품을 전하는 정도에 그쳤다. 하지만 올해 행사에서는 많이 달라졌다. 모터 쇼에서 자주 접하는 레이싱걸처럼, 화려한 의상을 입은 여성 도우미들을 내세운 기업들이 많았고, 체험 이벤트도 이곳저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원인이 어떻든, 적어도 제품을 팔기 위한 기업들의 절박감은 더 심해 보였다. 그만큼 중국 스포츠 용품 시장도 서서히 레드오션화가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아찔한 장면 연출, 관심 받기는 성공
한 킥보드 업체 부스에서는 봉으로 농구공을 자유자재로 돌리는 할아버지가 묘기를 선보였다. 부스 앞에 걸린 TV에는 그를 대상으로 중국 방송사에서 제작해 방송한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방영하고 있었다. 묘기를 잠시 쉴 때면 TV를 가리키며 “이 사람이 바로 나”라고 설명했다.
바로 근처 인라인 스케이트 업체에서는 늘씬한 여성 모델들이 제품을 들고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는 참관객들에게 포즈를 취하며 촬영에 임했다. 여성 모델들을 동원한 업체들은 10개의 홀마다 자주 볼 수 있었는데, 몇몇 업체에서는 금발의 백인 여성 모델들을 내세워 관람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일부 모델들은 야하다 싶을 정도의 의상을 입고 두 눈 뜨고 보기 민망할 정도의 댄스 공연을 펼치기도 했다.
한 운동기구 업체 부스에서는 드레스를 입은 여성이 5m는 되보이는 봉에 올라갔는데, 관람객에게 인사를 하거나 악수를 하기 위해 몸을 앞으로 기울이자 봉도 같이 기울어졌다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는 퍼포먼스를 선 보였다. 특별한 안전장치 없이 올라가 자칫 위험할 수 있지만 그만큼 제품 기술력이 우수하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묘안이었던 것으로 여겨졌다.
전문가들을 초청해 박람회 기간 동안 부스에서 공연을 하거나 고객들의 체험활동을 이끄는 모습도 여기저기서 목격됐고, 유명 베드민턴 선수가 부스 전면에 앉아 찾아오는 사람들과 대화를 하고 사진촬영에 임하기도 했다.
이러다 보니 캐릭터 인형을 쓰고, 또는 두바퀴 전동 스쿠터를 몰며 박람회장을 돌아다니는 모습은 식상함이 느껴질 정도였다.
◆선진국형 스포츠 관심은 아직
이번 박람회에서는 중국이 전통적으로 강세를 보이고 있는 탁구, 배드민턴을 비롯해 농구, 육상, 다이, 필드하키, 자전거와 헬스 등의 제품이 주류를 이뤘다.
이를 통해 중국 정부가 스포츠 산업 육성을 위해 제시한 ‘스포츠의 대중화·저변화·프로화’ 가운데 대중화와 저변화의 목표에 업체들이 빠르게 다가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단, 중국 정부가 전략적으로 추진하려고 하는 프로화는 진척이 더딘 것으로 나타났다.
참여 업체중 농구, 축구는 어느 정도 늘어났지만, 야구와 자동차 경주, 골프, 아이스하키, 미식축구 등 전 세계인의 관심을 사로잡고 있는 프로 스포츠 리그와 관련한 제품은 전무하다시피 했던 것이다.
큰 규모에 비해 둘러 볼 수 있는 스포츠 종류는 제한돼 있다는 점은 많은 이들이 아쉬운 점으로 지적했다. 중국 인민들의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기에 기업들도 참여를 꺼림에 따라 시장이 본 궤도에 오르지 못하고 있는 현실은 중국 스포츠 산업의 미래에 발목을 잡을 수도 있는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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