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노경조 기자 = 치솟는 아파트 전세가격에 부담을 느낀 세입자들이 보다 저렴한 연립·다세대주택으로 떠밀리듯 이동하며 '주거 하향화'가 가속화되고 있다. 저렴한 금리의 대출상품이 다양하게 출시되고 있지만 '깡통 전세'는 물론 가계부채 증가 속 '빚'에 대한 우려가 크게 작용하는 것이다.
10일 국토교통부,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전세가격은 서울·수도권 아파트(7.0%)를 중심으로 3.4% 상승했다. 전세가율(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 비율)은 올해 3월 71.0%로 1999년 이후 가장 높게 올랐으며, 지난달에는 이를 경신해 71.3%까지 뛰었다.
특히 서울지역 전세가율은 68.2%로 1998년 이후 가장 높았다.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성북구(75.4%), 마포구(70.3%), 강북구(70.0%) 등 12개구가 전세가율 70%를 넘어섰다. 아파트 평균 전세가격은 3억2123만원에 이른다.
저금리 기조 속 집주인들의 월세 선호로 전세물건이 품귀를 빚는 가운데 서울시내 재개발·재건축 이주수요가 더해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에 세입자들은 아파트에 비해 인프라 및 주거환경 등은 취약하지만 값싼 연립·다세대주택으로 밀려나고 있다.
실제 서울부동산정보광장 자료를 보면 연립·다세대주택 매매거래량은 올해 들어 1월 2922건, 2월 3006건, 3월 5441건, 4월 6461건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지난달에는 2008년 6월(6782건) 이후 6년 9개월 만에 최다 거래량을 기록했다.
연립·다세대주택 전세거래량도 올해 1~4월 총 2만2675건으로 전년 동기 기간(2만695건)과 비교해 9.5%가량 늘어났다.
문제는 수요가 몰리면서 연립·다세대주택의 가격 또한 상승하고 있다는 것이다. 부동산114가 지난 5년간 국토부가 발표한 연립·다세대주택 실거래가격을 분석한 결과 2011년 ㎡ 평균 213만원이던 전세가격은 올해 1분기 311만원으로 46% 상승했다.
이 기간 서울 연립·다세대주택은 평균 1억1096만원에서 2956만원 오른 1억4052만원에 거래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시장상황 등에 비추어 당연한 현상이지만, 연립·다세대주택의 임대차 비용 증가 등의 악순환이 반복되지 않도록 정부가 올해 계획한 주택공급 정책 등을 차질 없이 수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토부는 전세난 해결 등 서민 주거안정을 위해 올해 공공임대주택을 역대 최다인 12만가구를 공급하는 등의 계획을 세웠다.
서성권 부동산114 연구원은 "정부는 주택바우처, 월세소득공제 확대, 전·월세 대출금리 인하 등 서민 주거안정을 위한 대책들이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공공임대주택 확대 등 기본원칙에 충실할 필요가 있다"며 "2017년까지 공공임대주택 52만가구를 공급한다고 발표한 만큼 이를 무리 없이 추진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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