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한아람 기자 = 올들어 주요 20개국(G20) 가운데 절반이나 되는 국가들을 포함한 수 십 여 개의 나라가 양적완화와 금리 인하 등을 실시하며 ‘화폐전쟁’에 뛰어들었다.
12일 국제금융시장과 국제금융센터 등에 따르면 올해 기준금리를 인하하거나 국채 매입 등 양적완화를 실시한 나라는 한국을 포함해 모두 27곳이다. G20 국가 중에서는 유로존, 중국, 러시아, 호주, 인도, 인도네시아, 캐나다, 터키 등이 이에 포함된다.
국제유가 급락에 따른 저물가 우려가 커지면서 연초부터 금리를 내리는 나라가 많았다. 그 중 기준금리 인하를 가장 많이 한 나라로는 덴마크가 꼽혔다. 덴마크는 1월에만 금리를 세 번이나 내린데 이어 2월에도 한차례 금리를 낮춰 총 4차례 기준금리를 인하하는 기록을 세웠다.
그외 스위스와 터키, 이집트, 페루, 인도, 캐나다 등도 1월에 금리 인하 대열에 동참했다. 호주도 올해 2차례 기준금리를 인하하면서 사상 최저 금리(2.0%)까지 선보였다.
러시아 역시 3차례에 걸쳐 금리를 인하했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지난해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서방국들의 제재 등으로 자국 경제가 휘청거리고 있는 것을 감안해 지난 1월을 첫 시작으로 3월과 4월에 연이어 기준금리를 끌어내렸다.
가장 최근에 금리를 내린 나라는 중국이다. 통화 기조 완화만으로는 경기 둔화를 피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10일 기준금리를 0.25% 포인트 내리기로 했다. 중국 정부가 작년 11월과 올해 2월 각각 기준 금리 인하를 단행했지만, 경기가 살아나지 않자 금리 인하 카드를 다시 꺼냈다. 중국 광다(光大·에버브라이트)증권의 쉬가오(徐高)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경제 성장률이 기대한 것보다 약했고 인플레이션도 낮은 상태”라며 인하 배경을 설명했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은 양적완화 시행으로 경기 부양에 불을 지피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지난 1월 국채 매입을 통해 시중에 자금을 푼다고 발표했다. 독일 국채 매입으로 시작된 유로존의 양적완화는 3월부터 시행됐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한국은행은 지난 3월에 전격적으로 기준금리를 내려 사상 처음으로 ‘기준금리 1% 시대’를 열었다. 각종 부양 정책에도 경제가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자 초저금리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주요국들이 경기 둔화를 막기 위해 앞다퉈 통화완화 경쟁에 뛰어드는 상황에서 우리만 손놓고 있다가는 ‘나홀로 원화 강세’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도 작용했다. 원화 강세는 국내 수출업의 타격으로 이어진다.
이 같은 전 세계 ‘통화전쟁’ 흐름이 한창인 가운데 이번 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결정이 예정돼 있어 당국이 또 한 번 부양카드를 내놓을지 주목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무조건적인 금리 인하에 대한 우려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는 금리 인하로 인해 가계부채가 급증하는 등 한국 경제에 득보다 실이 더 많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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