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한지연 기자 = #지난달 서울 중랑구에 살던 70대 노인이 아들을 죽이고 본인도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한 사건이 발생했다. 우울증에 빠진 70대 노인이 지체장애 아들을 돌보는 자신의 처지를 비관해 아들을 둔기로 때려 숨지게 한 뒤 자살을 시도한 것이다. 경제적·정서적 요인으로 우울증에 빠진 노인과 이들의 비참한 현실이 대한민국의 슬픈 자화상이다.
고령화시대에 진입하면서 우울증을 호소하는 노인도 증가하고 있다. 특히 노인 우울증은 경제적인 무기력감과 외로움 등 좌절감을 동반, 자살 등 심각한 사회문제로 발전될 가능성이 크다. 노인 우울증에 대한 보다 체계적인 치료와 대책이 요구되는 이유다.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2014 노인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국내 노인의 33.1%는 우울증을 앓고 있다.
노인들이 우울증에 쉽게 노출되는 이유는 경제적인 무력감, 노인성 질병에서 오는 심리적 충격, 신체 변화에 따른 자존감 저하 때문이다.
실제 노인들의 89.2% 이상은 고혈압이나 관절염, 당뇨병 등 만성질환을 앓고 있다. 이들의 만성질환은 평균건수가 2.6개에 달했다.
노년기 우울증은 연령이 많을수록, 소득·교육수준이 낮을수록 발병률이 높았다. 특히 여성 노인의 우울증은 심각한 수준이었다.
여성 노인의 경우 남성 노인보다 소득이 적고 더 많은 질병에 시달리는 등 전반적으로 생활 수준이 열악하기 때문이다.
실제 우울증을 겪는 여성 노인 비율은 38.1%로 남성 노인보다 12%포인트 높았다. 또 여성 노인 3명 중 1명(32.3%)은 1인 가구로 남성들보다 심리적 외로움이 크다.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 소득이 있는 비율은 18.3%로 남성 노인(51%)의 절반도 안 됐다.
여러 가지 질병에 시달리는 복합이환율도 여성 노인은 78.6%로 남성 노인보다 약 15%포인트 높았다. 여성 노인의 경우 주관적인 건강상태 만족도도 22.6%로 남성 노인보다 낮았다.
자살 문제 역시 심각했다. 우리나라는 OECD 회원국 가운데 노인 자살률이 가장 높은 국가다. 실제 이번 조사 결과를 보면 노인 10.9%는 자살을 생각한 적이 있었다. 이 가운데 자살을 시도한 노인도 12.5%나 됐다.
자살을 생각한 이유는 경제적 어려움(40.4%)이 가장 컸다. 건강문제(24.4%)와 외로움(13.3%), 가족이나 친구와의 갈등(11.5%), 배우자 사망(5.4%)도 자살 충동을 일으키는 요인이었다.
그러나 우울증을 앓고 있거나 자살을 생각하는 노인을 쉽게 구분하기는 어렵다. 자신의 우울감을 직접 표현하지 않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노인 우울증은 대부분 치료 시기를 놓쳐 증상이 악화되는 만큼 질병의 조기진단과 치료가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초기에는 대인관계 치료, 인지행동치료 등 비약물 치료를 수행하다 증상이 지속된다면 항우울제 등 약물치료를 병행한다. 특히 약물치료와 정신치료를 병행하면 효과나 재발 방지 측면에서 도움이 된다.
유승호 건국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노년기 우울증 예방은 뇌의 노화와 관련된 뇌혈관과 고혈압, 당뇨, 심장질환, 고지혈증과 같은 관련 만성질환 관리가 중요하다"면서 "노년기에는 신체적 건강을 위한 운동, 사회활동, 여가활동 등 긍정적인 마음과 적극적인 활동을 유지하는 태도와 생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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