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한·중·일 3국 프로축구 ‘베세토 리그’ 창설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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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5-12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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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시아 축구수준 향상·경제적 파급 효과 커…반목·불신의 역사 해소하는 계기될 수도…김화섭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스포츠산업·중국경제담당)

   

                                                              김화섭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스포츠산업·중국경제담당)




10여년전부터 ‘동북아시아 경제공동체‘라는 용어가 심심찮게 들려왔다. 이는 무엇을 뜻하는가. 요컨대 회원국들끼리 무역을 할때 각종 제한조치를 철폐하는 것이다. 유럽의 EU(유럽연합)와 북미의 NAFTA(북미자유무역협정)가 대표적 사례다.

동북아 경제공동체란 동북아시아 3국인 한국·중국·일본에서 생산된 제품을 회원국 시장에서 관세가 부과되지 않고 싸게 팔 수 있는 경제블록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를 ‘자유무역’이라고도 한다.

세계 경제는 이웃 나라끼리 긴밀한 협력을 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든 방향으로 변하고 있다. 21세기는 국경보다는 기업 개념이 더 중시되는 시대라고 한다. 우리나라가 앞으로 높은 파고를 헤쳐나가기 위해서는 일본이나 중국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일본이나 중국도 마찬가지다.

다행인지 지난해 한중 FTA가 성사됐다. 그러나 한일, 중일 FTA는 미완이다.

그런데 동북아 경제공동체 형성을 방해하는 것은 경제적 요인보다는 다른 데 있다. 바로 국민 정서다. 이 지역에는 각 국민들 사이에 반목과 질시가 뿌리깊게 남아있다. 한국과 중국은 일본의 지배를 받은 적이 있어, 동북아 경제공동체는 대동아 공영권으로 변질될 우려가 높다는 인식이 깔려있다.

그렇지만 정치나 경제가 못한다면 스포츠가 장기적 안목에서 경제공동체의 초석을 다질 수 있다. 미국과 중국의 국교 정상화도 탁구가 길을 열었으며, 1990년대 후반 미국과 이란의 대화 재개도 레슬링이 계기가 됐다. 동북아 3국 국민 사이에 놓인 감정의 골을 메우는 데도 스포츠가 앞장서야 한다.

동북아 경제공동체 형성을 위한 첫 걸음은 한국·중국·일본간 스포츠공동체 창설로 하면 된다. 종목은 축구가 가장 바람직하다. 축구는 동북아 3국에서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축구는 국기나 다름없다. 국제경기에 대한 팬들의 관심은 폭발적이다. 일본에서는 축구가 야구에 이어 제2의 인기종목으로 자리잡았다. 1990년대 중반이후 일본 축구의 수준이 높아지면서 축구 한일전에 대한 관심은 뜨겁다. 중국에서 축구 열기는 한국과 일본이 따라갈 수 없을 정도다. 중국에서 축구는 종교라는 표현이 어울릴 성싶다. 한국·중국·일본의 축구 수준과 열기로 보아 3국간 리그 창설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경기 방식은 각국 리그 상위팀끼리의 챔피언 결정전, 인터리그제 도입, 시즌 내내 상시적인 경기를 하는 통합리그 등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이 중 각국 리그 후에 벌이는 챔피언 결정전이나 미국 메이저리그처럼 시즌 중 일정 기간을 정해 벌이는 인터리그제 도입이 현실성이 높아보인다. 다만, 아시아축구연맹의 입장이 어떨지 궁금하다.

어떤 식으로든 3국 축구리그가 생기면 그 효과는 시너지를 낼 것이 확실하다.

우선 외국의 다양한 팀을 상대함으로써 경기력을 향상할 수 있다. 이는 3국의 축구수준을 전반적으로 높이게 된다. 팬들 입장에서는 관전 기회가 늘어나고 외국의 스타 플레이어가 경기하는 모습을 쉽게 접할 수 있다.

기업들로서도 중국·일본시장에 진출하는데 큰 원군이 될 수 있다. 중국은 우리의 제1 수출시장이다. 중국시장에서 비즈니스를 해야 큰 돈을 벌 수 있다. 돈을 벌려면 광고를 해야 하고, 광고에는 스포츠가 좋은 수단이 된다. 3국 리그가 창설돼 우리 팀이 중국이나 일본에 드나들게 되면 국내 팀에도 스폰서십을 원하는 기업도 늘어날 것이다. 국내 기업 뿐 아니라 일본·중국, 심지어 미국이나 유럽 기업들의 스폰서십도 기대할 수 있다. TV 중계권료가 늘어나는 것은 당연지사다.

축구팀은 ‘서포터스’라는 응원부대가 있다. 3국 리그가 활성화되면 서포터스의 대규모 이동이 발생한다. 그러면 숙박·관광업 발전이 수반된다. 교통·통신 산업에도 파급효과가 기대된다.

무엇보다 동북아 축구리그가 생기면 동북아 경제공동체 형성에 최대 장애요인인 각 국민간 반목과 불신을 해소하는데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 리그가 발전하면 북한까지도 리그에 참여시킬 수 있다. 그리되면 금상첨화다.

해마다 봄이면 유럽은 축구 열기로 가득하다. 챔피언스컵 UEFA컵 대회가 이 때 집중되기 때문이다. 축구는 유럽인의 생활에 깊이 뿌리내린 문화다. 제2차 세계대전으로 폐허화한 1950년대 유럽대륙의 화해와 통합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 유럽 석탄공동체와 철강공동체였다면, 축구는 EU를 결성하는 토대가 됐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반목과 불신의 긴 역사가 청산되지 않고 있는 동북아의 현실에서 축구를 통한 스포츠공동체는 동북아의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는 열쇠가 될 수도 있다.

동북아 축구리그의 명칭을 베이징·서울·도쿄의 첫 글자를 따서 ‘베세토(BESETO) 리그’라고 하면 어떨까. 베세토 리그 창설, 꿈이 아닌 현실로 옮길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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