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열 칼럼] 국민연금은 도깨비 방망이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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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5-13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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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동열 실장(현대경제연구원 정책조사실장)

[김동열(현대경제연구원 정책조사실장)]


연금을 주택으로 비유해보자. 선진국의 연금제도는 대부분 3층으로 된 멋진 집들이다. 1층이 가장 넓고 2층은 조금 좁아지고 3층은 더 좁아지는 피라미드의 형태다. 1층은 국민 누구나 큰 차이 없이 혜택을 보는 기초연금이고, 2층은 소득에 비례해서 의무적으로 불입하고 혜택을 보는 퇴직연금이다. 3층은 개인이 자발적으로 추가 불입했던 개인연금이다. 50년에서 100년까지 오랜 역사를 지닌 건물이지만, 1,2,3층의 피라미드 구조여서 안정감이 있어 보인다. 물론 선진국에서도 드문드문 2층집이 보인다. 1층으로만 지어진 초라한 집도 있지만, 보기 드물다.

우리는 어떤가? 우리나라의 국민연금은 대부분 2층집이다. 1988년에 짓기 시작해 30년도 채 지나지 않은 새 집이다. 하지만 선진국에 비하면 안정감이 떨어진다. 선진국은 1층이 오래되고 넓지만, 우리는 1층이 좁고 부실하다. 우리나라의 1층 기초연금이 65세 이상 노인의 70%를 대상으로 폭넓게 지어진 것은 작년부터다. 3층 집을 지은 사람도 있지만 경제적으로 여유가 많은 소수에 불과하다.

또 우리나라의 국민연금은 개선해야 할 점이 많다. 선진국은 공무원 연금과 일반 국민의 연금에 별 차이가 없지만 우리는 둘 간의 격차가 큰 편이다. 특히 국민연금 납부예외자가 450만 명가량이고, 장기 체납자는 110만명이다. 전체 660만명가량이 국민연금의 혜택에서 벗어나 소위 ‘사각지대’에 머물러 있다. 현재 우리나라 국민연금의 명목 소득대체율(퇴직전 받던 급여의 평균과 퇴직 후 받는 연금의 비율)은 40%로, OECD 선진국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에 더해 실질적인 소득대체율은 23%정도에 불과하다. 우리나라의 국민연금 역사가 27년 정도로 짧고 실업이나 취업난, 경력단절, 비정규직 등 불안한 고용사정으로 연금 불입기간이  ‘40년’에 못 미치기 때문이다.

최근 연금개혁 논의가 복잡하게 꼬여 버린 이유는 무엇이고 어떻게 다시 풀어야 할까? 가장 먼저 정부와 국민연금의 책임이다. 국민연금은 1988년 출범하며 그럴싸한 사탕발림으로 유혹했다. “월급의 3%를 적립하면 퇴직 후에 월급의 70%를 받게 된다”고 하니 누가 넘어가지 않겠는가? 1998년에는 “월급의 9%를 적립하면 퇴직 후 60%를 받게 된다”고 했다가 2007년에는 “퇴직 후 월급의 40%를 받게 된다”고 했다. 그것도 40년이나 불입해야 가능한 일이다. 국민연금은 처음에는 따뜻해 보이는 값비싼 모피코트였지만, 지금은 추워 보이는 싸구려 반팔 티셔츠가 돼 버렸다. 국민에게 ‘저부담, 고급여’가 가능한 것처럼 유혹해 놓고는 27년이 지난 지금 ‘저부담이니까, 저급여가 당연하다’고 말을 바꿨다. 솔직하게 고백하고, 객관적이고 냉철하게 검토해 연금의 운용수익률을 높이고 재정을 안정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국회도 혼란의 책임이 있다. 소득대체율(급여)은 40%에서 50%로 높이자고 하지만, 국민연금의 보험료를 9%에서 12%로, 나아가 15%로 단계적으로 올려가야 한다고 솔직하게 얘기하지 않는다. 선진국은 15%정도를 부담하고 소득대체율은 50%내외인데 바로 그렇게 따라갈 수는 없어 ‘중부담, 중급여’ 수준으로 개선해가야 한다고 설득해야 한다. 부족한 점이 많지만 오래 끌어온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통과시키는 것이 국민에 대한 도리다.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 인상 문제는 보험료 인상과 함께 검토하는 것이 옳다. 국민의 지갑은 말로 지켜지는 게 아니며, 국민연금의 급여 수준은 국회에서 합의한다고 올려지는 게 아니다. 국민이 땀 흘려 일하고, 보험료를 더 내야 올려지는 것이다. 연금구조를 3층으로 튼튼히 만들고 사각지대를 없애는 일도 미뤄선 안 된다. 국민연금은 도깨비방망이도 아니고 마술피리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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