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여성 화장대·파우치 분석만 15년…화장품 편집숍 창업의 밑거름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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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5-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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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영훈 벨포트 대표

 

민영훈 벨포트 대표는 최근 아주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국형 뷰티편집숍으로 세계 시장에서 '세포라(미국 최대 화장품 유통매장)'와 경쟁하겠다"고 밝혔다. [사진=남궁진웅 timeid@]


아주경제 한지연 기자 = "방문판매 중심이던 화장품 시장이 가두점과 브랜드숍을 지나 편집숍 시대로 향하고 있다. 벨포트를 한국형 세포라로 키워 5년내 3000억원 규모의 뷰티편집숍으로 성장시키겠다."

최근 서울 삼성동 벨포트 본사에서 만난 민영훈(58·사진) 대표의 얼굴에는 자신감이 넘쳤다. 60대를 앞둔 나이지만 주름하나 없이 뽀얀 피부도 인상적이었다.

'훈남 사장님'의 피부 비결을 묻는 질문에 "직원들과 제품 품평을 위해 하루 2번씩 매일 벨포트에서 판매하는 화장품을 써본 게 전부"라며 수줍게 웃었다.

한국형 세포라 '벨포트'로 국내 화장품 유통 매장의 패러다임을 변화시키겠다는 그를 만났다.

◆ "방문판매에서 양판점, 그리고 브랜드숍 10년...이제 편집숍 시대다."

화장품 업계에는 10년 주기설이 있다. 10년마다 소비자 기호에 따라 화장품의 주요 유통망도 바뀐다는 얘기다. 1980~90년대는 방문판매와 양판점이 주요 채널이었다면 2000년대 초반부터 2010년까지는 백화점과 원브랜드숍의 시대였다. 지금은 드럭스토어와 홈쇼핑, 온라인 등으로 다양해졌다. 최근에는 화장품 편집숍도 등장했다.

"해외여행, 통신기술 발달로 소비자들은 점점 더 다양한 브랜드를 접하는데 일부 백화점 브랜드와 원브랜드숍만으로는 이들의 욕구를 충족시켜주기 어렵죠. 글로벌 브랜드들은 한국에 진출하고 싶은데 판로가 없어 고전하고, 국내 강소 브랜드는 백화점의 높은 문턱을 넘기 힘들어요. 이 점이 벨포트의 성공요인입니다." 잔잔하던 민 대표의 목소리에 힘이 실렸다.

그는 "글로벌 브랜드 관계자들이 한국에 방문해 가장 놀라는 건 백화점 중심의 유통망과 이들 업체들이 과도하게 높게 책정한 가격"이라며 "백화점 중심의 몇몇 고급브랜드가 화장품 시장을 주도하다보니 이들에게 한국은 '무조건 비싸기만 하면 잘 팔리는 나라'라는 잘못된 인식이 있다"고 지적했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이탈리아 화장품 브랜드 보테가베르데다. 한국을 방문한 이탈리아 본사 관계자들은 국내 가격을 높게 책정하길 요구했다. 그러나 벨포트 측이 가격을 현지 수준과 맞춰출 것을 적극 요구했다.

민 대표는 "직구(직접구매)족 증가로 화장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경험 폭이 넓어지는데 고가 마케팅을 통한 성장은 한계가 있다"고 설득했다.  

다른 국가들보다 저렴하게 판매하는 조건으로 한국 마진도 줄였다. 대신 판로 확보를 보장했다.

그는 "벨포트는 높은 가격으로 진입장벽이 높았던 백화점과 선택의 한계가 많았던 브랜드숍의 단점을 극복한 국내 화장품 시장의 새로운 대안이 될 것"이라며 "벌써 미국, 유럽 등의 뷰티기업이 한국 유통 파트너로 삼고 싶다며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민 대표는 원래 태평양그룹(현 아모레퍼시픽그룹) 계열 광고회사인 동방기획 사장을 지낸 마케팅 전문가다. 지난 2000년부터는 마케팅 컨설팅기업 '플랜즈어헤드'도 운영하고 있다. 플랜즈어헤드에서 15년간 여성 고객들의 파우치·화장대 등을 살펴보며 마케팅 컨설팅을 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지난해 9월 벨포트를 설립했다.

벨포트는 로레알 및 엘카, LVMH가 주도하던 국내 수입화장품 시장에 적극 도전하고 있다. 현재 그리스·헝가리·뉴질랜드 등 태생의 고급 브랜드부터 국내브랜드까지 80~90개 브랜드를 판매하고 있다.

1만원대부터 50만원대까지 다양한 가격대의 제품을 한 자리에서 구매할 수 있다는 게 강점이다. 출범 반년만에 서울·부산·대구 등 전국 20여개 매장을 확보할 정도로 반응이 좋다.

민 대표는 "한국 여성들은 보통 한 번에 5~6개 화장품을 사용하는데 단일브랜드 제품을 통일해서 쓰는 사람은 거의 없다"며 "기존 유통망은 각 브랜드에서 가장 좋은 제품만을 뽑아서 사용하는 스마트 소비자들의 구매 패턴을 충족시켜주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유럽 등 글로벌 화장품 시장은 이미 세포라와 얼타 등 전문 편집숍 시대로 흘러가고 있다"며 "이들의 강점은 다양한 가격대의 화장품을 경쟁시키고, 강소브랜드를 지속적으로 발굴해 소비자들에게 선택의 기회를 준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세계적인 트렌드에 맞춰 한국도 편집숍 시장이 서서히 성장하는 단계"라고 강조했다.

 
◆ 지역상권과 호흡하는 트랜스포머형 매장 강점..."2020년엔 3000억원 도약"

벨포트는 론칭 초기부터 고객 연령대, 소득, 직업 등을 고려해 매장을 설계했다. 매년 2번 이상 매장도 개편한다. 실제 벨포트 외에도 벨포트 내추럴, 벨포트 럭스 등 매장 구성을 세분화해 운영하고 있다.

민 대표는 "천편일률적인 매장 구성에서 벗어나 지역별 연령, 직업, 소득, 관광객의 비중 등을 분석한 트랜스포머형으로 설계하고 있다"며 "플래그십스토어 뿐 아니라 백화점, 홈쇼핑, 단독숍 등 다양한 형태의 매장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해다.

실제 가로수길의 경우 출범 6개월만에 매장 개편을 두 번 이상 했다. 방문객들의 연령층과 선호 브랜드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그는 "과거에는 중국인들이 저렴한 가격대의 대용량 패키지를 구매했다면 최근에는 비싸더라도 소장 가치가 있는 제품으로 소비패턴이 이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상권 분석을 바탕으로 설계된 매장 덕분에 매출도 승승장구다.

그는 "매월 전달 대비 2배 이상의 매출 신장세를 보이고 있다"며 "가맹 사업이 본격화되는 올해에는 700억원을 달성하고, 내년부터 수출이 본격화되면 5년내에는 3000억원 규모로 키울 수 있다"고 자신했다.

◆올해 가맹사업 및 해외 진출...."중국서 러브콜, 내년에는 중·미·유럽 등에 K-뷰티 전파"

올해 가맹(프랜차이즈) 사업도 시작한다. 하반기부터는 홍콩 법인을 설립하고 해외진출도 시작한다.

그는 "기존 브랜드숍에 한계를 느낀 많은 이들이 벨포트를 주목하고 있다"며 "올해까지 가맹점 100개 오픈을 목표로 하고있는 데 초기 반응이 좋아 목표치를 무난히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구호 디자이너와 협업한 화장품도 연내 출시된다. 벨포트는 지난해 정구호와 협업한 화장품을 출시한다고 발표해 화제를 모았다.

민 대표는 "제품 논의 과정이 길어져 당초 계획보다 출시가 늦어졌다"며 "브랜드 이름은 '일 페쎄(남녀모두를 케어하는 화장품)'이며, 오는 9월 출시된다"고 말했다. 이어 "다양한 기능을 보유한 올인원 제품이 주력상품이 될 예정"이라고 귀띔했다.

해외사업은 먼저 홍콩에 진출한 뒤 미국과 유럽, 중국 등을 공략한다.

그는 "벨포트가 아시아 판권을 가지고 있는 '카고'는 지난 2월 홍콩 코즈웨이베이에 위치한 홍콩 면세점에 진출했다"며 "해외사업은 국내 중소기업 브랜드와 벨포트가 아시아 판권을 갖고 있는 해외 브랜드 등으로 구성해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중국 및 미국 진출이 본격화되면 국내 강소 브랜드의 수출 판로 역할도 한다.

민 대표는 "제품력은 자신있지만 판로가 마땅치 않았던 국내 브랜드의 유통 파트너가 돼 한류 뷰티 전도사가 될 것"이라며 "최근 시작한 '팝초이스 존'과 정구호 디자이너와 협업한 화장품 브랜드 등 독창적인 사업 모델을 개발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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