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소현 기자 = 해방 전이던 1940년대 초 일본과 중국을 비롯한 동남아 지역을 두루 여행하면서 ‘해운왕(海運王)’을 꿈꾸던 청년이 있었다.
35년의 세월이 흐른 뒤에 ‘대진해운’이라는 해운회사를 세워 우리나라 해운사상 최초 컨테이너선 운항을 시작했다. 원양어업에도 진출한 대진해운은 10년 후 1977년 5월 해상 운송만을 전문으로 하는 ‘한진해운’으로 다시 출범했다.
오는 16일 창립 38주년을 맞이하는 한진해운은 바다에서 다시 한 번 승부를 걸고 싶었던 고(故) 조중훈 한진그룹 창업주의 숙원사업이 담긴 상징이다.
'해운왕'을 꿈꾼 부친의 뜻을 이어받기 위해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지난해 한진해운 대표이사직을 맡았다. ‘무보수 경영’을 선언한 조 회장의 한진해운은 ‘흑자경영’으로 순항 중이다.
수송보국(輸送報國)을 창립이념으로 한진그룹은 육‧해‧공(陸海空)을 뒤덮는 종합운송 그룹으로 성장했다. 그 중에서도 한진해운은 유독 아픈 손가락 중 하나였다.
한진해운은 조 회장의 동생인 조수호 회장이 2006년 별세한 이후 부인인 최은영 회장이 독자 경영해왔다. 그러나 2013년 2424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는 등 3년 연속 적자로 유동성 위기에 빠졌다.
조 회장은 당시 ‘대한항공까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안팎의 우려에도 한진해운에 대규모 자금 지원을 결정했다. 이후 한진해운은 대한항공에서 긴급 자금을 수혈 받고 나서 경영권을 조 회장 쪽에 넘기는 절차를 밟았다.
조 회장이 부친 조중훈 전 회장의 못다 이룬 꿈을 이어가기 위해 지난해 위기의 한진해운의 ‘구원투수’로 나선 것이다. 조 회장은 ‘해운왕’이라는 부친의 꿈이 담긴 회사가 자금난에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고 쓰러져 가는 것을 지켜보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4월 29일 서울 여의도 한진해운 사옥에서 열린 임시주주총회 및 이사회에서 한진해운 대표이사직에 오른 뒤 조 회장은 “한진해운의 흑자 전환까지는 연봉을 받지 않겠다”며 ‘무보수 경영’을 선언했다. 정상화에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인수당시 세계경기 불황 등으로 국내외 여건이 좋지만은 않았지만 조 회장은 해운업에 대한 ‘뚝심’으로 한진해운 정상화에 자신감을 내비쳤다. 지난해 한진해운 창립 37주년 기념식에서는 “올해를 한진해운 ‘제2의 도약’ 원년으로 삼자”며 “그룹의 모든 역량을 집중해 한진해운을 세계 5위권 선사로 올려놓을 것”이라고 했다.
조 회장은 한진해운 인수 직후부터 매주 1~2회 한진해운으로 출근하며 직접 챙겼다. 지난해 5월에는 세계 4위 선사인 대만 에버그린의 창융파 회장을, 7월에는 프랭크 루 대만 양밍그룹 회장을 각각 만나 협력 방안을 의논했다.
조 회장의 자신감은 실적으로 나타났다. 한진해운의 경영 정상화를 목전 과제로 두고 임직원들과 흑자 전환을 위해 절치부심한 성과가 곧 실적에 반영된 것이다.
한진해운은 지난해 821억원의 영업이익을 내 2010년 이후 4년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조 회장이 한진해운 대표로 취임한지 1주년이 지난 올 1분기도 국제유가하락과 영업력 강화로 매출 2조1481억원, 영업이익 1550억원을 기록해 흑자행진을 이어갔다.
경영상황은 호전됐지만 조 회장은 당장 급여를 받는 것보다 회사 내실을 다지는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한진해운은 올해 상시 원가 절감 체제 구축 및 수익성 중심의 영업력 강화로 수지 개선을 극대화해 흑자 기조를 유지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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