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매체들 현영철 모습 계속 내보내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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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5-14 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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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정보원은 13일 현영철 숙청 사유로 김정은이 군 훈련 대회를 주재하는 자리에서 조는 등 불충한 태도를 들었다. [사진=노동신문]
 

아주경제 강정숙 기자 = 북한 매체들이 지난달 30일 숙청된 것으로 알려진 현영철 인민무력부장의 모습을 그대로 내 보내고 있어서 눈길을 끈다.

조선중앙TV는 이날 오후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지난 2013년 미림승마구락부(클럽)를 시찰한 모습을 담은 기록영화 '인민을 위한 승마봉사기지를 꾸려주시여'를 재방송하며 김정은을 수행하는 현영철 부장의 모습을 그대로 내보냈다.

북한은 그동안 주요 간부를 숙청한 뒤 각종 매체에서 이들의 '흔적'을 지우는 행태를 보여왔으나, 현영철 부장의 경우 이달 들어 5일부터 거의 매일같이 북한 TV에 등장하고 있어 이례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기록영화에는 군복을 입고 김정은 제1위원장의 바로 뒤에서 수행하는 현영철 부장의 모습이 여러 번 등장했다. 현영철 부장은 수첩에 무언가를 적거나 '차렷' 자세로 김정은의 지시를 경청하는 모습이다.

기록영화에는 현영철 부장뿐 아니라 숙청·처벌된 것으로 알려진 마원춘 국방위원회 설계국장과 변인선 군 총참모부 작전국장의 모습도 삭제되지 않고 등장한다.

현영철 부장은 이달 5∼11일에 공군 비행장 타격과 복구 훈련을 참관하는 김정은을 수행하는 모습으로 기록영화에 연속 등장했고, 12일에는 중앙TV가 방영한 '죽어도 혁명신념 버리지 말자'라는 노래의 배경화면에도 나타났다.

북한이 숙청한 간부의 모습을 매체에서 비교적 빠르게 '처리'해왔던 전력을 볼 때, 현영철 부장의 모습이 열흘이 넘도록 여전히 북한 TV에서 목격되고 있는 것은 이례적이다.

지난 2012년 해임된 리영호 군 총참모장의 경우 해임 발표 6일 후 매체에서 삭제됐고, 2013년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은 처형 발표 5일 전 매체에서 모습을 감춰 실각을 예견케 했다.

2010년 3월에 화폐개혁 실패의 책임으로 '반혁명분자'로 처형된 박남기 전 노동당 계획재정부장도 기록영화에서 생전 모습이 모두 사라졌다.

북한이 현영철 부장의 모습을 여전히 매체에서 삭제하지 않는 것은 지난달 29일 국정원이 북한 고위 관계자 15명 처형 사실을 발표한 것을 '확인'해주게 되는 것을 꺼리거나 외신의 관련 보도를 경계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한편으로는 현영철 부장의 모습이 북한 매체에 계속 등장하는 것에 대해 국정원이 충분한 검증 없이 '현영철 숙청' 발표를 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국정원은 전날 현영철 부장 숙청 발표를 하면서 북한의 공식 발표가 없었던 점과 기록영화에 현영철의 모습이 계속 등장하는 점을 이유로 '총살 첩보'에 대해서는 "단정하지 않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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