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우 주지훈이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진행된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영화 '간신'과 관련한 뒷 이야기를 전했다.[사진=남궁진웅 timeid@]
‘궁’은 주지훈에게 있어 전환점과 같은 작품이다. 냉소적인 황태자 이신 역을 맡아 윤은혜와 호흡을 맞춰 큰 인기를 끌었다. 이듬해 ‘마왕’에도 출연한 그는 ‘서양골동양과자점 앤티크’로 스크린 데뷔했다.
21일 개봉될 ‘간신’(감독 민규동·제작 수필름)은 ‘궁’ 덕분에 수월했다. ‘간신’은 연산군 11년, 1만 미녀를 바쳐 왕(김강우)을 쥐락펴락하려는 간신 임숭재(주지훈), 임사홍(천호진)과 희대의 요부 장녹수(차지연)의 암투를 그렸다. 임숭재는 단희(임지연)와 함께 설중매를 이용해 자신들의 권세를 떨어뜨리려는 장녹수의 계략에 맞선다.
지난 12일 서울 팔판동 카페에서 만난 주지훈은 “궁 예절은 ‘궁’ 때 다 배워 수월했다”고 말해 웃음을 유발했다.

배우 주지훈이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진행된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영화 '간신'과 관련한 뒷 이야기를 전했다.[사진=남궁진웅 timeid@]
“‘간신’을 위해서 다시 공부를 했는데, 민규동 감독님이 조선왕조 관련 책을 권해주셨어요. 만화로 돼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었는데, 그 책과 조선왕조실록 외에는 아무 것도 안 봤어요. 궁 예절은 ‘궁’ 때 이미 다 배웠죠(웃음). 기존 연산군에 대한 영화들을 참고하지 않은 이유는 간단해요. 이전 작품들은 왕의 시선에서 바라본 것이고, ‘간신’은 신하의 시선에서 바라보니까요. 저만의 느낌으로 연기했죠.”
어느 순간 주지훈에게 ‘모델 출신’이란 수식어는 빠졌다. 영화계에 입문한지 오래돼 그런 것이라 생각할 수 있겠지만, 주지훈이 오롯이 배우가 됐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좋은 친구들’은 흥행 여부를 떠나 배우 주지훈을 재평가하는 작품이었다. 연기력은 일취월장했고, 관객들의 눈을 고정시켰다. 그러나 주지훈은 겸손했다.

배우 주지훈이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진행된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영화 '간신'과 관련한 뒷 이야기를 전했다.[사진=남궁진웅 timeid@]
그래도 ‘간신’에서는 체력안배가 필요했다. 꼼꼼하기로 유명한 민규동 감독의 스타일은 올 ‘픽스’, 즉 고정촬영이다. 핸드촬영으로 배우를 따라가지 않는다. 배우는 카메라의 구도를 예상해 그 안에서 연기해야한다. 또 모든 신에 있어 ‘마스터’ 촬영을 고집한다. 예를 들자면 풀샷, 바스트샷, 미디엄샷, 웨이스트샷, 클로즈업까지 모든 촬영기법을 동원하는 것. 마스터 촬영도 모든 신에 적용됐다. 주지훈은 65회차 촬영 중 62회차에 등장했다. 주지훈이 등장하지 않는 신은 김강우와 차지연의 독대 장면 외에는 거의 없다고 해도 무방하다. 똑같은 연기를 몇 번에 걸쳐한다는 것은 깜지 100장을 쓰는 것과 비슷한다. 그래도 주지훈은 완벽하게 소화했다.

배우 주지훈이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진행된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영화 '간신'과 관련한 뒷 이야기를 전했다.[사진=남궁진웅 timeid@]
이 말은 주지훈이 배우로서, 연기에 대한 열정을 느끼게 하는 대목이었다. 작은 연기도 허투루 하지 않았다는 방증이었다. 그래서 주지훈의 연기는 살아있다.
기계가 아닌 이상 차이는 있을 수밖에 없다. 이 마저도 없애고 싶은 끊임없이 발전하는 주지훈. 오는 27일 첫 방송될 SBS ‘가면’은 주지훈의 또다른 매력을 볼 수 있는 드라마다.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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