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박성준 기자 = 장기적인 경기불황은 가정내 폭력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고, 궁극엔 형식적인 가정 해체의 종점인 '이혼' 증가라는 사회 현상을 낳고 있다. 과거에는 자녀나 가정을 지켜야한다는 통념에 참고사는 경우도 많았지만 점차 개인의 행복을 중시하는 쪽으로 인식이 바뀌면서 젊은 층으로 갈수록 성격차이에 따른 이혼도 급격이 늘고 있어 이혼에 따른 가정 해체 속도는 갈 수록 빨라질 전망이다.
17일 본지가 통계청의 연도별 이혼 건수를 조사한 결과 1970년대 줄곧 1만건을 조금 넘겼던 이혼 건수는 이후 지속적으로 상승해 1998년 급기야 10만건을 넘었다. 이후 2003년에는 역대 최고치인 16만건을 상회하면서 정점을 찍었다. 2010년부터는 이혼건수가 11만건으로 소폭 감소한 상황이지만 여전히 높은 이혼율을 유지하고 있다.
한국의 이혼율은 다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과 비교해 봐도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인구 1000명당 이혼건수를 의미하는 조이혼율을 기준으로 봤을 때 2011년 한국은 2.3명을 기록, 전체 34개 회원국 중 9위를 차지했다. 아시아 회원국 중에선 1위에 대당한다. OECD 전체 평균은 1.9였다.
이혼 사유로 경제적 문제가 1위를 차지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2012년 한국보건사회연구소에서 기혼자 604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이혼사유로 경제적 이유(26%)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이어 배우자의 외도(24%), 성격차이(22%), 학대‧폭력(12%) 등이 뒤를 이었다. 이러한 경향은 2009년과 비교해 보면 다소 변화한 것으로 드러난다. 2009년에 나타난 이혼사유의 순위는 성격차이(28%)가 1위를 차지했으며 이어 배우자의 외도(25%), 경제문제(22%), 학대‧폭력(7%) 등이 뒤따랐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대 이혼사유가 성격차이에서 경제적 문제로 바뀐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장기적인 경기불황이 이혼이란 가정 해체 속도를 가속화시키고 있다는 반증이기 때문이다.
연령별 이혼사유를 살펴보면 20~30대의 이혼사유에는 배우자의 외도와 성격차이가 주를 차지하는 반면 40~50대는 경제문제나 가정의 충실도 때문에 이혼이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한국사회의 고령화가 지속되는 추세를 감안할 때 경제문제로 인한 이혼 증가는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한국사회의 급속한 고령화에 따라 황혼이혼도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12월 ‘통계로 본 서울시민 가족생활 변화’를 살펴보면 1993년 신혼이혼은 전체 이혼 비율 중 33%를 차지하며 가장 높은 순위를 보인 반면 황혼이혼은 8%에 그쳤다. 하지만 2013년 신혼이혼은 21%를 기록하며 다소 하락한 반면 황혼이혼은 4배가 증가한 31%로 나타났다. 20년만에 이혼의 연령별 비율이 완전히 뒤집힌 것이다.
황혼이혼이 느는 만큼 노령층의 이혼 상담소도 바빠지고 있다. 한국가정법률상담소의 2014년 상담통계에 따르면 2004년 250건에 머물렀던 60대 이상 이혼상담 건수는 2013년 1125건으로 4배 이상 급증했다. 또 상담 건수는 여성이 남성보다 많지만 증가율은 남성이 여성보다 높아 남녀모두 이혼에 대한 인식이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
이렇듯 다양한 연령층에서 각종 사유로 이혼이 늘어나면서 관련 사업의 성장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이혼에 관한 법률시장이 성장함은 물론, 이혼을 관리해주는 이혼전문 플래너도 생겼다. 또 이혼전문 변호사를 소재로 한 드라마가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는 등 이혼에 관한 사회적 인식이 전반적으로 달라졌다.
좋은이웃 법률사무소 배재철 변호사는 “최근 다양한 연령에 걸쳐 이혼소송이 많은 편이다”라며 “젊은층은 가치관의 차이나 성격문제, 노년층은 재산분할이나 경제적 부분의 분쟁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가정 폭력 등의 경우 상해진단서가 나와 있으면 이혼이 쉽게 진행되지만 사적인 부분인 만큼 책임소재가 모호한 경우도 많다”라며 “가정해체를 막기 위해서는 소통을 늘리고 조정 제도를 통해 원만히 해결하기를 추천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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