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근정 기자 = 추위가 끝나고 봄꽃이 피더니 어느덧 햇살이 뜨거워지고 하늘은 더욱 맑아졌다. 야외 나들이, 여행, 레포츠 등 놀아야만 하는 계절이 왔다. 머리가 지끈지끈한 교통체증, 겨울과 봄 베이징(北京) 시내를 뒤덮었던 끔찍한 스모그, 꽉 짜인 라이프 스타일 등에 지친 중국인들의 '도시탈출'이 시작됐다.
선진국은 물론이고 한국도 이른바 아웃도어 열풍이다. 한강변으로만 나가도, 서울 시내 공원만 찾아도 텐트와 캠핑용품으로 무장하고 나들이에 나선 가족들, 고가의 자전거와 운동 장비를 두르고 강변을 달리는 자전거족도 이제는 흔하다. 중·고등학생들도 겨울이면 유명 아웃도어 브랜드 점퍼로 무장한채 학교로 나선다.
이같은 현상이 이제는 중국으로 확대되고 있다. 한강의 기적을 이룬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급속성장을 거듭하면서 중국도 변하고 있다. 빠르게 도시의 풍경이 바뀌고 밀려드는 인파로 도시는 그야말로 숨이 막힌다. 농민공들도 너도나도 일자리를 찾아 도시로 떠난다.
빠른 경제발전에 힘입어 중국은 이제 '원바오(溫飽·기본적인 의식주 해결) 사회'를 지나 '샤오캉(小康·먹고 사는데 문제없는 중산층) 사회' 문턱까지 도달한 상태다. 배가 부른 대신 삶에 여유가 없어지고 생활이 무미건조해졌다. 하지만 지갑은 두둑해지면서 중국 도시인들도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 새로운 취미와 새로운 장비, 패션에 눈을 돌리는 모양새다.
중국 당국이 환경보호 및 도시조경 사업 등을 강조하면서 도시내 곳곳에 공원이 등장하고 스포츠 산업 육성을 정책적으로 지원하고 있는 것도 아웃도어 용품 시장의 전망을 밝혀준다.
도심 공원을 찾아 조깅을 하거나 나들이를 즐기는 사람들의 가벼운 발걸음을 위한 트레킹화, 타이트한 트레이닝복, 럭셔리하게는 애플워치로 건강을 체크하며 도시를 달린다. 건강유지, 삶의 질, 여가 생활에 대한 욕구가 비슷한 사람들끼리 무리를 짓는 동호회도 늘어난다. 연휴를 맞아 등산에 나서거나 중국 국내·외로 떠나는 관광객도 급증하는 추세다.
▲ 이제 ‘태동기’ 중국 아웃도어 용품 시장
중국인들의 건강과 삶의 질에 대한 니즈가 아웃도어 용품 시장에 반영되기 시작한 것은 2006년의 일이다. 2006년 20억 위안에 불과했던 중국 아웃도어 용품시장은 2011년 100억 위안으로 껑충 뛰었다. 연간 성장률만 35%를 웃돈다.
중국방직협회 아웃도어용품 분회가 발표한 ‘2014 중국 아웃도어 용품시장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아웃도어 용품 시장규모는 200억8000만 위안으로 전년 동기대비 11.28% 증가하며 두 자릿수 성장률을 이어갔다.
중국 시장에서 소비자들을 유혹하는 국내외 아웃도어 브랜드 수도 945개로 2013년 891개 대비 6.06% 늘었다. 중국 아웃도어 용품 시장 잠재력이 엿보이면서 노스페이스, 컬럼비아 등 유명 아웃도어 용품 해외 브랜드 외에 스포츠용품 브랜드인 아디다스 등도 아웃도어 용품 시장에 출사표를 내밀었다. 중국 국내 대표 스포츠용품 브랜드인 리닝(李寧) 역시 아웃도어 용품 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지역별로는 상대적으로 소득수준이 높고 복잡하고 타이트한 라이프 스타일을 보이는 베이징, 상하이(上海), 광저우(廣州), 선전(深圳) 등 1선 대도시의 아웃도어 용품에 대한 수요가 높았다. 남성 비율이 79%로 압도적이었으며 아웃도어 용품 구매에 나서는 주고객층 연령대는 30~39세로 70허우(後·70년대생), 80허우(80년대생)의 젊은 층에 집중됐다.
우리나라의 아웃도어 열풍을 ‘캠핑’이 주도하고 있는 것과는 달리 중국인의 아웃도어 용품 수요는 트레이닝복과 등산복, 트레킹화, 등산화, 산악장비, 자전거 등 레저 시장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COA아웃도어시장조사 연구소는 지난 2013년 중국 아웃도어족을 대상으로 표본조사를 실시, 종목별 인구규모 추정치를 내놓은 바 있다. 당시 중국에서 여행이나 교외 나들이에 나서는 인구는 1억3000만명, 등산, 암벽등반, 조깅 등 상대적으로 전문적인 레저활동을 즐기는 인구는 대략 6000만명 정도로 추산됐다.
중국 아웃도어 용품 시장은 이제 막 가능성을 틔운 태동기로 아직 확실한 기술표준이 없고 시장질서가 잡히지 않은 상태다. 중국 국내 브랜드의 경우 기술력이나 유행선도 측면에서 해외브랜드에 훨씬 뒤처진 수준이다. 하지만 시장은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어 ‘짝퉁’ 양산, 지적재산권 침해 등 문제를 방지할 수 있는 제도적 틀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 중국 아웃도어 용품 ‘잠재력’은 ‘다음 세대’
이제 막 꿈틀거리기 시작한 중국 아웃도어 용품 시장의 잠재력은 상당히 크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안정적 상승곡선을 그릴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 수요가 전 연령대로 파급돼 급속한 외연적 성장을 이루기보다는 현재 청년층을 시작으로 그 다음 세대, 또 그 다음 세대로 시장이 확대될 것이라는 뜻이다.
이 같은 맥락에서 중국 키즈 아웃도어 용품 시장의 성장성이 크다. 최근 중국 아웃도어 용품 시장 발전을 주도하는 30대가 자녀들과의 교외활동, 레포츠를 위해 선뜻 지갑을 열 것이기 때문이다. 동시에 어린시절부터 야외활동을 즐겼던 아이들이 10년 뒤 아웃도어 용품 시장의 '주류' 소비층이 된다.
어린 시절부터 레포츠와 아웃도어 용품에 익숙하게 성장할 이 아이들을 ‘푸얼다이(富二代 재벌2세)’ ‘관얼다이(官二代 공직자2세)’ 등의 신조어를 따 ‘후얼다이(戶二代)’라고 부르기도 한다. 중국에서 '아웃도어'를 의미하는 단어는 '후와이(戶外)'다.
중국 국가통계국의 인구조사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15세 이하 인구는 2억3957만명으로 집계됐다. 아웃도어 시장의 수요가 집중된 도시 거주인구 비율은 전체의 54.77%다. 만약 도시 거주 15세 이하 인구를 1억명으로 추정한다면 이는 아웃도어 키즈 시장의 소비층, 향후 아웃도어 시장의 핵심 고객층에 유입될 잠재인구가 1억명이라는 의미다.
한발 먼저 아웃도어 시장이 형성된 일본의 경우 운동이나 레포츠 활동 등 경험이 오랜 시간 지속되는 특징을 보였다. 일본의 한 아웃도어 잡지가 지난 1997년 진행한 민간 리서치 결과에 따르면 일본 아웃도어족의 운동 및 레포츠 경력은 평균 10년 이상이었다. 이 중 10~20년 이상 유지했다고 대답한 응답자 비중이 전체 26%로 가장 많았고 최장기록은 50년에 달했다. 당시 조사 대상의 평균 연령은 현재 중국 아웃도어 시장을 이끌고 있는 핵심 소비층과 같은 30~40세였다.
중국 당국도 시민의 삶의 질 제고, 건강개선 등을 이유로 스포츠 등 교외활동을 적극 장려하고 있어 긍정적이다.
지난 2014년 중국 국무원은 ‘중국 스포츠 산업 촉진에 관한 의견안’을 발표하고 전국민의 건강한 삶을 보장하는 것을 국가 차원의 목표로 삼았다. 중국인의 체력증진, 건강개선을 기본적인 목표로 스포츠 산업 규모를 2025년까지 5조 위안(약 874조6500억원) 이상으로 끌어올린다는 포부다. '주민 건강' '경제적 효과'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기 위한 묘수다.
아웃도어 용품 특히 아웃도어 패션의 경우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대중화, 일상화를 통한 소비 증가도 기대해 볼만하다.
꼭 운동이나 레포츠를 즐기지 않아도 기능성이 있는 트레이닝복, 운동화, 바람막이, 방한용 점퍼가 누구나 언제든 입는 '소비품'이 된다면 시장 잠재력은 항층 커진다. 중국 당국이 야심차게 내놓은 '신(新)도시화' 정책과 안정적 경제성장에 따라 도시유입 인구는 물론 '쓸 돈'이 충분한 중산층도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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