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8회 칸국제영화제] 김남길 "유해진 선배가 '해적' 때 한 질문, '무뢰한'에서 답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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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5-18 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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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홍종선 기자]

칸(프랑스) 아주경제 홍종선 기자 = 김남길은 스스로를 ‘칸의 신생아’라고 소개했다. 국내 혹은 아시아 영화제들보다 훨씬 큰 칸국제영화제의 압도감 영향이기도 하지만, 한국보다 크기가 작은 스크린에서 더 잘 드러나는 것만 같은 연기의 부족함이 부끄러워 쥐구멍이라도 찾고 싶은 마음이 잘 배어 있다.

영화 ‘무뢰한’(감독 오승욱·제작 ㈜사나이픽처스)이 제 68회 칸국제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에 초청되면서 처음 프랑스를 찾은 김남길을 16일 오후 3시(이하 현지시간) 칸 해변에 위치한 영화진흥위원회 파빌리온에서 만났다.

“(전)도연 누나가 칸에 대해 걱정하는 것의 반의반도 몰랐어요. 부산영화제인데 해외에서 하는 것쯤으로 생각했던 것 같아요. 막상 와 보니 세계인들이 모인 영화 축제에 내가 있다는 것이 영광스러워요. 동시에 한국에서의 큰 화면으로 보이는 것보다 부족했던 것이 더 잘 보이더라고요.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었어요.”

그래서 전날 밤 공식 스크리닝 후 눈시울이 붉어졌냐고 물으니 긍정의 웃음과 함께 그것만이 다는 아니라는 듯 설명을 이어간다.

“지금도 당시의 연기가 정답이라고 생각하긴 하는데… (아쉬움이 있네요). 자연스럽게 연기하려 했는데, (작은 화면으로 보니) 움직임 하나하나 더 격하게 표현할 걸 그랬나 싶은 마음이 들더라고요. 근데 스크린 크기의 문제가 아닐 거예요. 전도연이라는 배우랑 작업하고 나면, 당시에는 나름 새롭게 만족스럽게 했다고 생각하는데 나중에 영화를 보면 자신이 모자라다는 걸 느끼게 하는 배우라고 들어 왔는데, 정말 그렇더라고요(웃음). 부산영화제에서 (송)강호, (황)정민 형이랑 그런 얘기를 했어요. 이번에 저도 그걸 느꼈고요. 마성의 여자예요.”

칸이 전도연이라는 무서운 연기력의 배우가 준 위축감을 날리게 해 줄까. 김남길은 이미 극복을 시작했다.

“칸에 왔다갔다고 해서 위치나 연기력이 달라지는 건 아니에요. 향후에도 지금까지처럼 좋은 작품들에서 열심히 잘해야지요. 상대배우가 전도연인 만큼 밀리지 않게 잘해야 하지 않느냐 했지만 저는 그냥 매번 그렇듯 새로 시작하는 느낌으로 여느 때처럼 연기했어요. 칸에 온 것도 또 시작이에요. 언제나 출발 선상에만 서는 느낌이네요. 제가 어떤 난리를 치고 노력한다고 해서 (전도연에) 필적할 만한 것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연기와 인생의 경력 차이가 얼마인데요.”

더 중요한 건 배우로서의 긴 여정에서 지금 하는 고민들이라고, 그는 말했다. 연기 인생 2막을 생각하고 연기 방식에 대해 스스로 의심하고 있었다. 언제나 새로이 출발하는 것도 좋지만, 이제는 출발선을 벗어나 한 발 두 발 앞으로 나아갈 준비를 착실히 하고 있었다.

“영화 ‘해적’ 때, 유해진 선배께서 ‘남길이 너, 영화 ‘모던 보이’ 때 신인이라 경험도 없을 텐데 배포도 있고 대단해 보였어. 뭔가 새로운 친구가 나왔구나 했는데, 이번엔 왜 이렇게 중심을 빨리 못 잡는 거냐’ 얘기하셨어요. 너무 딱 맞는 말씀이라 정말 도망가고 싶었어요. 비단 ‘해적’에 국한해서가 아니라 제가 뭘 잘하는지, 앞으로는 어떻게 해야 할지 답을 몰라 한참 헤매고 있을 때였거든요. 그런 고민 속에서 ‘무뢰한’을 만났고 답을 좀 찾은 것 같아요. 물론 그게 바로 다음 작품에서 발현되지는 않을 거예요, 현장이 다르고 함께하는 사람이 다르기도 하니까요. 그렇지만 너무 더디지 않게 새로운 연기 방식을 정착시켜 내려 노력 중입니다.”
 

사진=CGV아트하우스 제공


전도연도 배우 김남길의 내일을 밝게 내다봤다. ‘무뢰한’에서 전도연은 살인범 박준길(박성웅) 체포의 실마리가 되는 애인 김혜경을, 김남길은 이영준이라는 이름으로 김혜경 주변에 위장 잠입하는 형사 정재곤을 연기했다.

“되게 신기한 배우예요. 김남길이라는 사람을 사석에서 만난 적이 없어 나쁜 남자, 상 남자, 빼어나게 잘생긴 외모를 가진 인물로 생각했고 그래서 기대를 했는데 첫 촬영에서 (그런 이미지가) 다 깨져 버렸어요. 동생 같고 동네에서 공차며 뛰어놀 것 같은 아이더라고요. 정재곤은 삶의 무게에 눌려 있는 남자인데 걱정이 됐죠. 근데 남길 씨가 영리하고 집중력도 좋고 이 안에 무언가 내면에 대한, 연기에 대한 욕심이 있어요. 겉으로 크게 드러내지 않지만요. 김혜경은 시나리오 상에선 삶에 안주하고 싶어 하는 여자예요. 감독님에게도 얘기했지만, 남길이라는 친구랑 연기하면서 이영준이라는 남자로 인해 삶에 대해 꿈을 꾸고 희망을 갖는 여자가 된 거예요. 그걸 가능하게 한 좋은 배우라는 생각이 들어요.”

김남길은 욕심쟁이다. ‘무뢰한’에서의 한 뼘 성장에 만족을 모른다.

“정재곤을 연기하면서, ‘무뢰한’을 통해 성장했다고 생각해요, 감사한 일이죠. 다른 한 편으로는 기존의 연기 방식을 탈피했다고 생각했는데 다른 현장 가니까 예전과 똑같이 하는 제 모습에 화가 나기도 해요. 도연 누나의 배우 인생을 돌아보면, 한 작품씩 할 때마다 다른 배우보다 큰 폭으로 성장해 왔어요. 저도 그렇게 훌쩍 훌쩍 성장을 이뤄내는 배우이고 싶습니다.”

영화에 대해선 무한 만족을 감추지 않았다. “어떤 분들은 살인범의 애인, 살인범을 잡으러 나선 형사의 사랑이라는 게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얘기하시기도 해요. 하지만 겉으로 드러난 신분이라든가 상황 등의 포장을 뜯어 안을 보면 이런 사랑을 누구나 하고 있지 않나요. 흔들려서는 안 되는 상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사람, 사랑이라는 게 예고되고 통제되는 건 아니잖아요. ‘무뢰한’을 하드보일드 멜로라고 하는데, 그만큼 힘겨운 상황 속에서 시작된 사랑을 그리고 있다고 봅니다. 영화에 대한 내공과 오랜 경륜에서 오는 뚝심을 갖춘 오승욱 감독님이 연출을 맡았기에 끝까지 흔들림 없이 좋은 작품으로 마무리해 주셨다고 생각하고요. 먼 훗날 제 연기 인생을 돌아볼 때 터닝 포인트의 시점에 만난 중요한 작품으로 특별하게 기억되리라 자신합니다.”

한편 제68회 칸국제영화제에는 전도연 김남길 박성웅이 만난 '무뢰한'과 서영희 권소현 김영민이 출연한 '마돈나'(감독 신수원·제작 준필름)가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고아성 박성웅 주연의 '오피스'(감독 홍원찬·제작 ㈜영화사꽃)는 미드나잇 스크리닝, 김혜수 김고은 엄태구 고경표가 호연한 '차이나타운'(감독 한준희·제작 풀룩스픽처스)이 비평가주간에 초청됐다.

올해 칸국제영화제는 지난 13일 개막해 오는 24일까지 12일 간의 여정으로 치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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