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디자이노믹스'를 통해 국가 브랜드를 제고하고 디자인과 관련된 문화산업을 육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디자인과 문화의 정의부터 살펴보면 디자인의 어원은 라틴어의 '데지그나레(designare)'에서 유래한 것으로, 본 뜻은 표면에 나타나지 않는 것, 보이지 않는 것도 보이게 한다는 의미를 가진다. 이 의미는 인간의 의도나 설계를 의미하는 것으로 "계획하다, 표현하나, 성취하다"의 뜻을 포함한 말이다.
디자인은 기능성과 심미성의 조화를 통해 인간의 생활을 더 윤택하고, 편리함과 아름다움을 창조하는 데 목적이 있으며, 내가 만족하기 보다는 사용자 중심으로 고안하는 데 목적이 있다. 그러다 보니 본인의 창조성과 독창성을 우선으로 생각하는 예술(art)과는 목적성이 다르며, 예술의 특징인 '불멸성'과 '영원성'과 달리 디자인은 '시의성'을 동반하는 특징이 있다. 따라서 디자인은 과학이자 예술이며, 생활이며 아무나 할 수 없으면서도 누구나 할 수 있는 특징이 있다.
문화란 한 사회 속의 개인과 인간집단이 자연을 변화시켜 온 물질적·정신적 과정의 산물로서 지식, 신앙, 예술, 법률, 도덕, 관습을 포함하는 복합 총체적인 개념이다. 문화는 인간의 내면적, 외면적 생활의 디자인이며 문화 자체가 인간 생활을 위한 전체적인 디자인이라 말할 수 있다.
필자가 대학교에서 '디자인과 문화' 수업을 진행하면서 디자인과 문화의 관계성을 설명하기 위해 살기좋은 나라를 뽑는 '세계번영지수'를 설명할 적이 있다. 살기 좋은 나라는 경제수준 뿐만 아니라 사회복지와 문화수준을 통해 결정된다.
문화지수를 통해 디자인 수준의 관계성을 살펴보기 위해 최근 10년간 세계번영지수의 상위권에 있으면서 2014년 1위를 했던 노르웨이의 디자인 제품들을 살펴봤다. 그 중에서도 노르웨이의 스토케(STOKKE) 제품은 국내에 처음 들어왔을 때, 165만원 수준의 유모차 가격으로 인해 일부 언론에서 빈부격차를 조성하는 강남 일부 엄마들의 잘못된 행동으로 지적을 받았다. 안타까운 점은 오로지 가격의 관점에서만 다룬 것이었는데, 사실 이러한 부분은 디자인과 문화가 성장하기 어려운 우리의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
실상 스토케 유모차는 기존의 유모차가 가지고 있던 불편함을 개선한 것 뿐만 아니라 아기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아기에게 더 나은 배려있는 환경을 주고자 새롭게 고안한 것으로 그간의 없던 혁신을 만들어 낸 것이다. 노르웨이의 사회·복지 환경의 눈높이에 따라 그들의 생활수준에서 요구된 더 나은 디자인이 만들어 진 것이다.
이처럼 디자인이란 시각적으로 단순히 표현한 것이 아니라 생활 속에 필요한 것을 고안해 나가는 과정이며, 문화의 표상이다. 우리나라에서 김치냉장고가 필요해 만들어 낸 것처럼, 각 나라마다 환경과 문화 속에서 디자인으로 표현되는 것이며, 그것을 선입견 없이 바라보고 받아들일 때 새로운 접점을 통해 문화와 디자인은 성장해 나갈 수 있다.
결국 건전한 문화 속에 좋은 디자인이 생성되며, 또한 창조적 디자인을 통해 문화가 진화하며 발전한다. 우리가 스스로 "대한민국은 창의력이 부족하다", "디자인이 좀 약하다"라고 말하는 것은, 실상 시각적으로 표현해 내는 능력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새로운 디자인을 만들어 낼 수 있는 환경과 의식, 제도가 부족함을 언급하고 있다는 점을 자각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아티스틱 디벨로퍼 장은아 원더피엠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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