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부원 기자 = 주식투자에 대한 관심이 모처럼 커졌다. 초저금리 기조가 굳어지는 가운데 글로벌 유동성이 증시를 끌어올렸다.
그러나 '내가 사면 떨어진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최근 증시가 조정을 받으면서 많은 개인 투자자를 당혹스럽게 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가짜 백수오' 파문까지 확산됐다. 진원지인 내츄럴엔도텍뿐 아니라 전반적인 코스닥 투자심리가 꺾이는 바람에 적지않은 투자자가 쓴맛을 볼 수밖에 없었다.
이런 때일수록 주식투자의 정석이라 할 수 있는 가치투자의 필요성을 새삼 깨닫게 된다. 하지만 혼자 힘으로 가치투자를 한다는 게 생각처럼 쉽지는 않다.
도움이 필요하다고 생각할 때 찾는 곳 가운데 하나가 투자자문사다. VIP투자자문은 가치투자로 명성이 난 곳이다.
너도나도 주식투자에 달려드는 요즘, 최준철·김민국 VIP투자자문 공동대표를 만나 가치투자 노하우와 투자철학을 들어봤다.
◆뜨겁다고 생각하면 피한다
두 공동대표가 고집하는 주식투자의 주요 원칙 중 하나가 '뜨거운 주식'은 피한다는 점이다. 말 그대로 한 동안 주가가 오르면서 모든 투자자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는 주식에는 오히려 관심을 두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들은 "오히려 뜨겁다고 생각하는 주식에는 움찔하고, 더욱 주의하려 한다"며 "원론적인 측면에서 낮은 리스크를 유지하는 가운데 적절한 수익을 달성하는 게 가치투자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리스크를 낮추는 방법은 투자자마다 각자 다르겠지만, 우리는 일단 싸게 사는 것을 중요시 한다"며 "또 악재가 생겨도 견딜 수 있도록 강한 체질을 가진 기업, 운동선수에 비교한다면 부상을 잘 당하지 않는 선수에 집중한다"고 덧붙였다.
강한 체질을 보유한 기업이란 비즈니스 모델이 좋고, 진입장벽이 높아 소비자 충성도가 강한 곳 등을 의미한다. 그들은 "특히 가치투자는 모멘텀 투자란 점을 명심해야 한다"며 "또 우리는 평소 양지보다 음지를 찾으려 하는데, 음지로 들어가 빛이 들어오길 기다리는 식이다"고 강조했다.
◆2001년부터 '동서'에 집중
두 공동대표가 가치투자를 위해 공을 들인 대표적인 종목으로 커피로 유명한 '동서'를 들 수 있다. 투자자문사를 설립하기 전인 2001년부터 관심을 갖고 동서에 투자했을 정도다.
그들은 "이 회사는 애널리스트들과 별다른 소통을 하는 것도 아니고, 1년에 한 번 정도 주총에서 기업 관계자들을 만나는 게 전부일 정도로 주식투자자들에게 많은 관심을 받는 곳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들은 기업의 특징에 주목한 것이다. 커피믹스는 사람들이 계속 먹어서 없애는 제품인데다 반도체 처럼 큰 돈을 투자할 필요도 없다. 수년간 커피 가격도 조금씩 꾸준히 인상돼 왔다.
그들은 "결국 동서는 현금이 많이 쌓이니 주주들에게 배당도 두둑히 주고, 주가 상승에 따른 이익도 돌려주는 곳"이라며 "처음 주식을 산 2001년에는 시가총액이 1000억원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3조원을 넘는다"고 밝혔다.
이어 "2010년께 커피 시장에 강력한 경쟁사가 등장한데다 불미스런 의혹에도 휩싸이자 많은 투자자들이 동서 주식을 팔고 떠났다"며 "그러나 우리는 동서가 경쟁사를 물리치면서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해 오히려 비중을 늘렸다"고 덧붙였다.
◆지금도 소외된 주식 찾는다
이달 들어 증시가 조정을 받고 있지만, 두 사람은 일희일비하지 않는다. 그냥 박스권에 갇힌 것이고, 최근 몇 년간 숱하게 반복된 과정의 일부에 불과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그들은 "증시 전반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기보다는 여전히 소외된 주식을 찾는 데 집중할 뿐"이라며 "최근에는 자동차나 홈쇼핑 섹터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투기적인 거래에 주의할 것도 당부했다. 그들은 "1~2년 전보다 투기적인 거래가 더 성행하는 것 같다"며 "펀더멘털이 약한데도 불구하고 고평가된 주식에 집착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현재 금리가 1%대란 점을 감안해야 하는데 투자자들이 너무 욕심을 내는 것으로 보인다"며 "경계의 수위를 높이고, 과욕을 버리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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