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배인선 기자 =중국 내 고속철 건설사업에 가속도가 붙으면서 각 지역마다 고속철 유치에 따른 과실을 차지하기 위한 갈등이 잇따르고 있다.
쓰촨(四川)성 광안(廣安)시 관할 린수이(鄰水)현 주민 1000여명은 17일 고속철 역사 유치를 위한 시위를 벌였다고 홍콩 명보(明報)가 18일 보도했다. 이날 도로 한 가운데에서 시위를 벌인 주민들은 현장에 파견된 무장경찰과 수 차례 충돌했다. 경찰 측이 최루탄을 사용하는 등 무력 진압에 나서면서 현장에 있던 일부 주민들이 부상을 입었다고 명보는 전했다.
이번 시위는 전날인 16일부터 이틀 째 이어졌다. 전날에도 1만 여명의 주민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경찰 측과 물리적 충돌을 빚었다. 일부 시민들은 머리를 다치고 피를 흘렸다.
시위는 쓰촨성 다저우(達州)에서 충칭(重慶)을 잇는 고속철 건설 계획 과정에서 빚어졌다. 쓰촨성 구간에서 고속철 노선은 동선(東線)과 서선(西線) 두 가지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이번 달 초 광안시 정부가 돌연 린수이현을 거쳐가는 동선이 아닌 광안시 도심을 통과하는 서선을 지지한다고 발표하면서 린수이현 주민들이 반발한 것.
최근 들어 중국 고속철 건설 구간이 대륙 전체로 확산되면서 고속철 유치를 위한 ‘핌피(PIMFY)’ 현상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핌피 현상은 ‘Please in my front yard’의 약자로 수익시설을 유치하겠다고 서로 나서는 지역 이기주의 현상이다.
지난 해 9월에는 허난(河南)성 내 고속철 건설을 둘러싸고 덩저우(鄧州)와 신야(新野)시간 ‘고속철 유치’ 전쟁이 벌어졌다. 막판에 허난성 정부가 직접 중재에 나서 덩저우와 신야시에서 각각 10여㎞ 떨어진 중간지점에 역사를 세우기로 합의하면서 사태는 마무리됐다.
앞서 3월에는 상하이(上海)와 쿤밍(昆明)을 잇는 고속철 노선을 설계하는 과정에서 후난성 사오양(邵陽)시와 러우디(婁底)시가 부딪쳤다. 10만명의 사오양 주민들이 거리로 나와 "고속철을 유치하지 못하면 서기와 시장은 모두 물러나라”고 외쳤을 정도다. 결국 고속철 역사는 러우디와 사오양 도시 2곳에 모두 설립하기로 결정됐다.
각 지역마다 고속철 유치에 목숨을 거는 것은 주민들의 교통 편리뿐만 아니라 지역 경제 활성화, 부동산 가격 상승등 효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특히 지방 정부로서는 고속철 유치가 실적으로 평가될 수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지난해 말 기준 중국의 고속철 총연장은 1만6000㎞로, 1년 만에 무려 5000㎞가 늘었다. 중국이 앞으로 몇 년 간 대규모 고속철 건설 투자를 이어갈 것으로 보이면서 고속철 '과실'을 둘러싼 핌피 현상은 끊이질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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