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단체의 사용자 점검결과 지하 4층 규모 거대 시설에서 장애인들의 유일한 통로인 승강기는 휠체어 탑승이 불편할 정도로 좁았고, 시각 장애인용 유도블록은 거의 찾을 수 없었다.
19일 광주지체장애인협회에 따르면 지난 6일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광주지역 장애인단체 20여곳을 비롯해 시민사회단체 7곳과 시의회가 합동으로 편의시설 사용자 점검이 진행됐다. 장애인을 대상자로 한 문화전당 시설 점검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점검은 문화전당 진입로부터 시작해 4개원 중 아시아문화창조원·아시아예술극장·어린이문화원의 내부 시설을 둘러보고 이동경로와 승강기·주차장 등 편의시설 전반을 점검했다.
처음부터 난관이었다. 장애인들이 지하에 포진한 문화전당으로 진입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인 승강기는 시설 규모에 비해 작고 이용이 어려웠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유도블록은 시설 출입구를 표시하는 정도에 머물러 있어 동선을 안내하는 등 주 역할을 할 수 있는 장치가 전혀 없었다. 출입문 바로 앞에 블록이 솟아 있긴 했지만, 입구와 출구의 표식 간의 간격이 맞지 않은 데다 돌출형으로 비장애인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상황이었다.
아시아예술극장 내 공연장을 방문해 장애인석을 찾았다. 그러나 관람석 중 최적의 위치에 장애인석을 마련할 것을 규정한 광주시 조례에도 불구하고 음향장비가 들어오는 맨 위층 남은 공터가 장애인석으로 안내됐다.
점검을 마친 장애인단체들은 문화전당에 품었던 기대가 산산이 무너졌다고 성토했다. 문화전당 설계 당시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보장에 관한법률 등에 따른 법적 기준은 충족했다고 하더라도 장애인들이 직접 이용하기에 불편한 시설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최고의 시설이라 자부하는 문화전당이 가장 기본인 이용자 안전과 편의 문제를 소홀히 하고 장애인들을 배려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장애인들은 분통을 터트렸다.
열린케어장애인자립생활센터 김랑 소장은 "장애인 뿐 아니라 어린이, 노약자 등 이동 약자들에게 결코 안전하지 않은 구조다"며 "설계 당시부터 장애인들을 배려한 시설이 기준이 됐다면, 모든 이용객들에게 편의와 안전을 담보할 수 있고 외국인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자랑스런 문화허브가 됐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에 대해 아시아문화도시 추진단 측 관계자는 "그동안 보지 못했던 부분들을 봐주신것 같다"며 "취합된 의견을 최대한 반영해 시정할 수 있도록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광주지체장애인협회는 장애 유형별 대표자들과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접근권대책위원회를 꾸려 문화전당 시설 개선을 위한 점검을 지속하면서 추진단 측의 대응을 촉구할 계획이다.
한편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은 5개원 중 옛 전남도청 등 보존건물에 들어설 민주평화교류원의 리모델링 공사가 지연되면서 나머지 4개원만 먼저 준공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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