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부산 정하균 기자= 매일 암 환자들을 만나다 보면 잘 먹고 잘 자기만 해도 소원이 없다는 환자들을 자주 보게 된다. 그만큼 항암화학요법으로 인한 구토, 설사, 부종 등의 부작용으로 인해 잘 먹어야 되는 환자들의 입맛이 빼앗기곤 한다. 항암치료나 방사선 치료는 수차례 반복되기 때문에 장기간의 치료계획을 감수해야 한다. 그 기간을 잘 버티기 위해서는 영양학적 균형의 중요성이 강조되는데 입맛이 없으면 음식에 대한 거부감이 생기고 이로 인해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힘들어 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항암부작용으로 인해 음식섭취가 힘든 암 환자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부산한방병원 방선휘 병원장(사진)의 도움말로 암 환자들이 음식 섭취가 힘들 때 식사하는 요령에 대해 알아본다.
◆ 억지로 먹는 것은 ‘독‘
보호자의 입장에서는 환자의 건강을 걱정하는 마음에 몸에 좋은 건강 식단을 권유하기 마련이지만 암 환자의 입장에서는 오히려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다. 도저히 먹을 수 없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계속 권하는 것은 정신적으로, 신체적으로 환자에게 이로울 게 없다. 가족에 대한 미안한 마음과 음식섭취를 힘들어하는 몸에 대한 적대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환자의 식욕이 저하되었을 경우 억지로 먹는 것 보다 먹고 싶을 때, 먹고 싶은 양만큼 먹는 게 환자를 위해서도 옳은 방법이다.
방선휘 원장은 "며칠 간 금식 또는 적당한 음식섭취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환자의 소화기관은 활동을 하지 않은 채 멈춰있다고 보아야 한다"며 "그런 상태에서 고체의 음식물들이 들어오게 되면 환자의 소화기관에 부담을 줄 수 있다. 그러므로 미음 같은 부드러운 음식으로 소화기관을 달래주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적당한 수분·영양 공급 필요
환자나 보호자들은 음식 섭취 뿐 아니라 수분 섭취에도 많은 신경을 쓴다. 충분한 양을 섭취하기 위해 일부러 물을 많이 마시는 경우가 있는데 식사시간을 잘 조절해서 먹을 필요가 있다. 식사 전 지나치게 물을 많이 마시면 배가 불러 식사를 못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으니 유의해야 한다.
방 원장은 "영양소의 균형을 맞춰 주는 식습관도 필요하다. 생채소를 섭취할 경우 면역력이 약한 암 환자에게는 감염의 위험이 있을 수 있으므로 세척 후 데쳐서 먹어야 한다. 생채소를 그대로 먹으면 암 환자의 위장을 긁을 수 있기 때문에 삶거나 볶아서 먹는 것이 좋다"면서 "육류를 섭취할 때, 암 환자가 씹기 힘들어하거나 목넘김이 불편하다면 갈아서 먹을 수도 있다"고 조언했다.
◆ 부작용에 따른 암 환자들의 식사요령
-식욕부진
식욕이 저하되었을 경우 세끼 식사에 얽매이지 말고 먹고 싶을 때 조금씩 먹는다.
한 가지보다 여러 가지 음식을 섞거나 같이 먹는다.
환자들이 간이 되지 않은 음식에 거부감을 느낄 경우 여러 종류의 양념을 종지에 담아 조금씩 넣어 먹도록 한다.
새콤달콤한 맛은 입맛을 돋우는 데 좋지만 너무 강하게 자극해서는 안 된다.
식사 전에 가벼운 운동이나 산책을 한다.
-입과 목 통증
차가운 음식은 통증이 심할 경우 도움이 된다.
음식을 갈거나 잘게 조리해 먹는다.
입안을 자극하는 거칠고 짠 음식, 강한 향신료는 피한다.
입안을 자주 헹구어 음식찌꺼기나 세균을 제거한다.
-구강건조증
상태가 심해 씹기 어려울 경우 물을 적당히 마시는 게 좋다.
뜨거운 음식은 피하고 부드럽고 목넘김이 좋은 음식위주로 섭취한다.
레몬조각을 차게 해 입에 물고 있으면 침 분비를 유도할 수 있다.
-매스꺼움·구토
치료 1~2시간 전에는 음식섭취를 자제한다.
뜨거운 음식은 피하며 마른 음식이 도움이 된다.
식사 후 갑자기 움직이지 않는다.
심한 경우 증상을 완화시키는 처방을 받는다.
-설사
자극적이고 뜨거운 음식은 피한다.
카페인이 든 커피, 홍차와 탄산음료, 초콜릿 섭취는 지양한다.
우유나 유제품 섭취를 줄인다.
증상이 심하면 유동식음식 위주로 섭취하며, 통증이 지속되면 담당 의료진에게 알린다.
-변비
생채소, 생과일 등 고섬유질 식품을 규칙적으로 섭취한다.
가벼운 걷기나 복부위주의 운동을 한다.
물과 유제품을 자주 섭취해 장운동에 도움을 준다.
<도움말=부산한방병원 방선휘 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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