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최서윤 기자 =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가 이라크의 전략적 요충지인 서부 안바르 주의 주도 라마디시를 17일(현지시간) 완전히 점령하면서 미군 주도 연합군의 최대 패배로 기록됐다. 미국 공화당이 지상군 투입 압박의 고삐를 더욱 바짝 죄는 이유다.
존 매케인(공화·애리조나) 미국 상원 군사위원장은 18일 뉴스 방송 MSNBC 인터뷰에서 “라마디 함락은 심각한 문제”라며 “우리가 더 많은 사람(지상군)을 지상에 보내야 한다”고 밝혔다. 매케인 위원장은 사흘 전 미군 특수부대 ‘델타포스(Delta Force)’의 IS 고위지도자 아부 사야프 사살작전 성공에 대해서는 “최고의 칭찬을 해야 한다”면서도 “라마디가 함락당한 것에 비하면 지엽적인 것”이라고 일축했다.
데빈 누네스(공화·캘리포니아) 하원 정보위원장도 전날 CBS 인터뷰에서 “미국의 전략이 IS를 분쇄하고 궁극적으로 패퇴하는 것인데 분쇄 전략이 아닌 봉쇄 전략만 시행되고 있다”며 현행 IS 격퇴작전을 비판했다.
지상군 투입을 주장하는 공화당과 달리 미 백악관과 국방부는 “(공습 위주의) IS 격퇴작전에 변함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에릭 슐츠 백악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함락의 충격을 애써 축소하면서 “라마디 한 곳에 너무 많은 의미를 부여하지 말라”며 “이라크 정부군은 동맹군의 지원을 바탕으로 이 지역을 탈환할 능력이 있다”고 설명했다.
라마디는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에서 불과 110km 떨어져 있어 이라크 정부에 직접적인 위협이 되는 지역이다. 상황이 계속 악화해 바그다드까지 위험에 처하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거센 책임론에 휩싸여 정치적으로 곤경에 처할 가능성이 크다.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고 있지만 IS를 뿌리 뽑을 가능성이 좀처럼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라크와 시리아를 넘어 아프가니스탄 등 다른 지역으로 세력을 확대하는 양상이다.
미국 국방부는 “지난해 6월부터 지난 3월 26일까지 투입한 IS 작전비용은 총 19억6000만달러(약 2조1300억원)”라고 밝혔다. 하루 평균 작전비용이 850만달러인 점을 고려하면 18일까지 총 25억달러(약 2조7200억원) 정도를 쓴 셈이다. 이라크·시리아에 주둔하는 미군 유지와 공습 비용이 대부분인 것으로 알려졌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해 6월 전투병이 아닌 보안요원을 중심으로 775명의 미군을 이라크에 파견했다. IS 격퇴작전을 처음 시작한 이후 파병 규모를 대폭 늘리고 이라크와 시리아에 대한 공습을 감행하며 막대한 전비를 퍼부었다. 최근 3주 동안 라마디에만 총 32차례의 공습을 단행했다.
이러한 맥락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이번 시리아 습격작전처럼 특수부대를 활용한 제한적 지상작전을 대폭 늘리더라도 한계가 있다는 지적에 더 힘이 실릴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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