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장슬기 기자 = 금융당국이 카드 및 보험 가입시 사은품 제공을 차단함에 따라 설계사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금융당국은 제도를 통해 카드 및 보험산업의 출혈경쟁을 예방한다는 계획이지만 업계는 실질적으로 효율성이 없다며 비판하고 나섰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지난 달 금융회사 현장점검에서 보험설계사들의 사은품 제공 한도를 높여달라는 건의를 받았다. 현재 보험설계사의 사은품 제공 한도는 3만원 이하로 책정돼 있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특별이익 제공 금지는 보험산업의 부패방지, 출혈경쟁으로 인한 보험사의 재무건전성 악화, 건전한 모집질서 저해방지를 위한 목적으로 운용되고 있는 제도"라며 "금품제공액 3만원이 현실적으로 낮은 금액이기는 하지만 제도의 취지를 고려할 때 양질의 사은품 제공보다는 그 비용으로 보험소비자에게 양질의 보험상품을 제공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선을 그었다.
보험업계는 이에 대해 현실성없는 제도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 보험설계사는 "물가상승률을 고려했을 때 설계사들이 3만원 한도 내에서 가입자에게 제공할 수 있는 사은품은 많지 않다"며 "여전히 사은품 제공에 익숙해져 있는 소비자들이 많아 이를 제한하면 현실적으로 설계사들의 경쟁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같은 현상은 카드업계에서도 나타난다. 금융당국은 카드모집인들이 신용카드를 발급할 때 연회비의 10% 내에서만 사은품을 제공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신용카드의 연회비가 1만~1만5000원인 것을 고려하면 설계사들이 제공할 수 있는 사은품 가격은 1000~1500원이 되는 셈이다.
이 때문에 카드모집인들은 지난해부터 지속적으로 모집 규제완화를 촉구하고 있지만 금융당국은 오히려 불법 모집에 대한 과태료를 상향하겠다는 방침이다. 기존에는 위반행위의 수위에 따라 과태료가 부과됐지만 이달부터는 여신전문금융업법 시행령 개정안에 따라 건별로 과태료가 부담된다.
전광원 카드설계사협회장은 "신용카드의 경우 가계부채의 주범으로 꼽혀 보험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은 규제를 받고 있다"며 "사은품 제공을 규제하면서 보다 많은 혜택을 찾아 온라인상에서 불법으로 모집인을 찾는 고객들이 더 많아지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최근 부상한 핀테크 열풍으로 인해 설계사들의 입지는 더욱 좁아지고 있다. 카드사들이 지난 달 실물 없는 단독 모바일카드를 잇따라 출시하면서 카드모집인을 통한 카드 발급은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보험 역시 최근 스마트폰 또는 인터넷만으로 가입 가능한 보험상품들이 출시되면서 설계사들의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설계사 또는 모집인을 통한 대면채널의 경쟁력이 약화되면서 실제 종사자수도 크게 줄어들고 있다"며 "금융상품 가입절차가 간소화되고 있는 만큼 제도가 이를 뒷받침하는 것도 좋지만 대면채널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보완책도 함께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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