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서울 강남 이도 포터리 5층에서 도예가이자 이도 대표인 이윤신 작가의 토크콘서트 같은 간담회가 열렸다. 사진=박현주ㄱ기자]
아주경제 박현주 기자 =
생활도예 1세대 이윤신 작가가 그릇에 관한 이야기를 오롯이 모은 책을 냈다.
20일 오전 서울 강남 (주)이도 다이닝룸에서 기자들과 만난 이윤신 이도(Yido)대표는 "인생을 시작하면서 어떻게 살아야 되나를 고민하는 젊은 여성들이 이 책을 읽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50대 후반이 되어보니 인생은 결코 쉽지 않다는걸 깨달았다"면서 "즐거움도 고통도 행복도 한순간이다. 결국은 어떻게 극복해 나가야할 것인가가 문제인데, 인생을 어떻게 단단하게 다듬고 가야하는지를 공유하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그릇은 그릇일 뿐'이라고 강조하는 이 대표는 홍익대 공예과 출신이지만 거창하게 도예가보다는 그저 '그릇을 빚는 사람'으로 로 불리기를 원한다. 안양 반지하 공방에서 시작한 그릇 만들기는 25년 동안 이어져 2004년 도자 브랜드 '이도(yido)'를 설립했다. 미국 중국 유럽(파리)등에 진출하며 '한국의 도자기'의 품격을 전하고 있다. 생활 도예를 표방한 '이도 그릇'의 인기로 물량이 급증, 지난해 여주 이도 스튜디오를 오픈했다. 핸드메이드 공방이 아니라 공장 차원으로 확대한 곳이다.
산업화에 밀려 자취를 감춘 흙맛, 손맛 나는 우리의 도자 그릇이 전 세계 식탁에 오를 날을 꿈꾼다. "삶의 행복은 귀하게 차린 밥상에서 시작된다"는 신념이 강하다. 이 대표는 이날도 "도자기는 깨진다. 유리도 깨진다. 그러나 유리잔이 깨진다고 와인을 금속잔에 마시지는 않는다"며 "스텐레스보다, 플라스틱 그릇보다 자기 그릇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 편리한 것만 추구하다가 어디로 갈것인가, 겁이 난다"면서 "좀 불편하더라도, 정성스럽게 밥을 먹고 나서 깨질세라 조심스럽게 그릇을 개수대에 가져다놓는 그 행위자체만으로 밥상머리 교육, 가정 교육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꼼데가르송의 아방가르드한 패션스타일로 등장한 이 대표는 "성향적으로 지루해하는 스타일로 변화무쌍한 걸 좋아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변화를 추구하는데 어떻게 그릇은 평생 계속했는지 자신도 놀랍다"고 말했다.
이번에 출간한 '이윤신의 그릇이야기'(문학동네)는 음식에 자리를 양보할 줄 아는 그릇의 미덕과 밥상을 차리며 삶을 아름답게 가꾸는 방법을 보여준다.
[사진=박현주기자. 아방가르드한 패션으로 눈길을 끈 이윤신 대표는 지루한건 못참는다며, 최근 집에서 회사까지 50분간 걸어오는데 편한 복장을 추구하게 됐다고 말하고 있다.]
[이 책에는 여전히 예술가로서 고군분투하는 도공의 애타는 마음과 삶의 철학도 갈피마다 숨어 있다. 그릇은 사랑과 인생에 대한 메타포로도 읽힌다. 수천 번 금이 가고 깨지는 도자기를 들여다보며 머리를 쥐어뜯는 순간, 여전히 뜻대로 되지 않는 흙에 대한 성찰이 담긴 대목에서는 언제나 초심으로 돌아가 그릇 앞에 겸손해지는 한 인간의 애타는 마음이 읽힌다.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사랑해야 아름다운 그릇을 구워낼 수 있다. 그렇게 1250도의 불길을 견디고서 만들어진 그릇은 그래도 자기 목소리를 주장할 줄 모르고 가운데 담길 음식에 자리를 양보한다. 사랑하고 인내하며 살아가는 우리 삶을 닮았다. 그릇에 대한 모든 흥미로운 기록이 여기에 다 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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