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새정치민주연합 당내 계파 갈등의 중대 분수령이었던 ‘안철수 혁신위원장 카드’가 결국 무산됐다. 안철수 전 공동대표가 20일 문재인 대표의 ‘초계파’ 혁신기구 위원장 제안을 거부한 것이다. 이에 따라 문 대표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전망이다.
◆文, 安 거부로 리더십 타격…野 ‘갈림길’
안 전 대표는 이날 ‘당 혁신위원장 관련 입장’이란 제목의 발표문에서 “어제 문 대표와 당 혁신의 당위성에 대해 공감한 바 있으나, 제가 맡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씀드렸다”고 전했다.
이로써 2012년 대선 이후 3년 만에 초읽기에 들어간 ‘문·안’ 연대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제1야당의 친노(친노무현) 패권주의를 둘러싼 갈등이 확전 양상으로 치달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셈이다.
안 전 대표가 혁신기구 위원장직을 거부한 것은 명분보다 실익이 많지 않다는 판단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들이 19일 밤 단독회동에서 ‘혁신기구의 전권 보장’에 뜻을 같이했지만, 최고위원회 의결이 불투명한 데다 과거 제1야당 혁신위의 성과물이 사실상 전무했다는 점에서 안 전 대표가 이를 받아들이기 쉽지 않았다는 얘기다.
특히 공천혁신의 구심점인 혁신기구에서 별다른 성과물을 내지 못할 경우 과거 ‘정치혁신’에 실패한 전철을 되풀이할 수 있다는 점도 안 전 대표 선택에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안 전 대표는 2012년 대선 당시 ‘새정치비전’을 들고나오면서 2030세대와 무당층에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으나, ‘대선후보 사퇴→민주당과 통합→지난해 7·30 재·보궐선거 패배’ 등을 거치면서 정치력에 한계를 드러냈다.
◆김한길 “文, 패권의 성”…文 ‘조국 카드’ 만지작
여기에 친노진영이 안 전 대표를 국면전환용 ‘불쏘시개’로 사용하려 한다는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양 진영의 갈등은 확산되는 모양새다. 비노(비노무현)그룹의 대표격인 김한길 전 공동대표는 안 전 대표 수락 거부 직후 문 대표를 향해 “친노의 배타적이고 독점적인 패권정치를 청산하라”고 대대적인 공세에 나섰다.
그는 이날 대표직 퇴임 후 처음으로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문 대표가 발표를 보류한 글을 거론하며 “편 가르기와 갈라치기로 우리 당의 상당수를 타협 불가 대상으로 규정한 ‘분열의 프레임’을 봤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급한 쪽은 문 대표다. 그는 회심의 승부수였던 ‘안철수 혁신위원장 카드’가 무산되면서 정치적 리더십에 적잖은 타격을 입었다.
친노 내부는 당황했다. 전날까지만 해도 당 내부에선 ‘문·안’ 연대가 9부 능선을 넘었다는 말이 나왔다. 4·29 재·보선 전패와 정청래 최고위원의 ‘막말 파문’으로 궁지에 몰린 문 대표와 7·30 재·보선을 끝으로 한동안 정치적 칩거를 선택한 안 전 대표의 처지가 맞물리면서 이들이 ‘전략적 제휴’를 맺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많았다.
문 대표는 안 전 대표와의 단일화로 ‘Again 2012’의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고, 과거 ‘상징적’ 정치혁신에 실패한 안 전 대표로선 ‘제도적’ 정치혁신을 꾀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하지만 무산됐다. 계파 갈등의 수습은커녕 비노진영의 대대적인 반격으로, 당 내부 원심력만 한층 커진 셈이다. 이에 따라 문 대표는 당장 대체 카드인 ‘플랜 B’를 찾아야 할 절체절명의 과제를 안게 됐다. 문 대표는 혁신위원장으로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염두에 둔 것으로 알려졌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은 이날 아주경제와 통화에서 “안 전 대표가 혁신위원장을 수락할 경우 ‘정당 지지율 30% 돌파’, ‘차기 총선 수도권 승리’ 등의 과제를 안고 있는 만큼 장기적인 관점에서 부담이 커질 것으로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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