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규하 기자(경주) = 지난 2008년 교육과학기술부 시절 경주 방폐장 건설 안전성에 관한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의 심사가 마무리되면서 운영허가 확정은 순탄한 듯 보였다. 당시 김도연 장관 주재로 열린 ‘제37차 원자력안전위원회’가 방폐장의 안전성을 최종확인하면서 건설·운영 허가에 따른 2009년 완공이 목표였다. 하지만 국내 첫 방폐장 사업은 주민들의 거센 반대와 부딪쳤다. 당초 인천 옹진군과 전북 부안군 등의 건립을 추진했지만 이는 무산됐고 참여정부 때 비로소 경주 방폐장 건립을 확정했다. 건립 확정에 따른 대가는 경주시 특별지원금 3000억원과 한국수력원자력 본사의 이전이었다. 경주에 방폐장이 들어서게 될 때까지 숱한 곡절을 겪어야 했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쟁점은 방폐장의 안전성이었다.
경주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방폐장)은 지난 연말 원안위 사용승인 후 ‘방폐장 종합시운전’과 4월 중순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의 최종 ‘처분적합성’ 검사통과로 인해 30년 만에 정상가동 초읽기에 들어갔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방폐장 시설을 직접 찾아본 첫 느낌은 ‘공기 좋은 요양원’이었다. 방폐장이라기 보단 산책로를 걷는 듯, 자연녹지공원의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보기좋은 떡’과 같다. 실제 떡 속의 앙꼬는 안전할까.
방폐장을 운영하는 한국원자력환경공단(KORAD)이 방사성 폐기물 처리 과정을 최근 언론에 처음 공개하면서 앙꼬의 안전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각 원전 및 병원 등에서 인수받은 방사성폐기물 드럼은 인수저장시설에서 검사를 마친 뒤 안전성이 확보된 드럼만 이 곳 지하처분고에 들어간다.
방사성폐기물 반입 전 검사를 마친 후 이 곳에 도착한 방폐물은 방사성핵종분석기, X-ray 검사설비 등을 통한 방사능 농도, 표면오염여부 등 11개 항목의 정밀한 인수검사를 받는다. 현장에는 규제기관 검사원의 최종 처분검사가 떨어져야 지하로 갈 수 있다.
인수검사가 끝난 방사성폐기물 드럼은 10센티 두께의 콘크리트 처분용기에 16개씩 밀봉된다. 방사성폐기물 드럼을 적재한 커다란 전용트럭은 시속 20km이하로 1.4km의 터널 끝 지하 80m 지점까지 이동한다.
방폐물의 최종 저장소에 도달하면 방폐장의 핵심시설인 사일로가 그 모습을 드러낸다. 사일로는 높이 50m, 직경 23.6m의 원통형 저장고다. 자연암반, 숏크리트, 방수시트, 콘크리트 사일로, 10센티 두께의 처분용기 등 다중 밀폐구조로 보면 된다.
총 6개의 사일로에 10만 드럼이 묻힐 예정이다. 처분시설이 다 차게 되면 빈 공간을 채움재로 막고 운영동굴 및 건설 동굴 입구는 콘크리트로 완전히 밀봉이 이뤄진다. 이처럼 지하처분시설은 방폐물 드럼을 포함한 처분용기, 사일로, 자연암반 등 다중 보호방벽을 통해 안전성을 확보했다는 게 이종인 코라드 이사장의 자신감이다.
폐쇄 후에는 방폐장 주변으로 설치된 환경방사선감시기가 주변 토양, 곡류, 어류 등의 시료를 채취하는 등 처분시설 주변의 환경감시 관리도 진행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전성 우려가 큰 만큼 크고 작은 사건사고는 치명적일 수 있다. 지난 2011년 1월 5일 반입된 드럼통 아랫부분에 부식이 발견된 사건이 대표적이다. 원전에서 사용한 작업복 등과 함께 섞여 있던 소형건전지가 문제로 드러나면서 안전성 논란이 불붙었기 때문이다.
그 사고를 계기로 당시 트러블을 겪은 공단은 발생지 예비검사를 더욱 강화하는 등 삼엄한 이중삼중 안전장치를 마련하게 됐다.
‘완벽한 안전’은 있을 수 없다.
약한 방사능의 소멸 시효는 200~300년. 경주 방폐장도 세월호 참사의 통절(慟絕)과 그 교훈을 안전관리에 소중히 적용하는 등 국제규범을 웃도는 끝없는 점검만이 안전을 보장할 수 있다는 것이 안전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이종인 이사장은 “종합시운전을 통해 인수, 운반, 검사, 처분 등 방폐물 처분의 전 과정을 실제 운영과 동일한 조건에서 수없이 반복하면서 준비를 마쳤다”며 “국민이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안전에 대한 의견도 받아서 방폐장을 투명하게 운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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