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지나·이소현 기자= 23일은 고(故) 박성용 금호아시아나그룹 명예회장이 타계한지 10년 되는 날이다.
고 박 명예회장은 금호아시아나그룹에서 '형제경영' 문화를 안착시킨 것으로 유명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 때문에 현재 그룹 오너 형제간 갈등의 골은 깊어져 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고 박 명예회장 10주기 추모식은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측과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 측이 따로따로 진행한다.
박찬구 회장 측은 하루 앞서 지난 20일 경기도 화성 선영에서 추모식을 가졌다.
여기엔 박찬구 회장을 비롯해 김성채 금호석유화학 사장, 문동준 금호피앤비화학 부사장, 온용현 금호미쓰이화학 부사장 등 금호석유화학그룹 경영진 30여명이 참석했다.
박삼구 회장은 그의 장남 박세창 부사장 등 가족들과 23일 선영을 방문할 예정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21일 고 박 명예회장의 타계를 기리는 추모 음악회도 개최한다.
고 박 명예회장은 살아생전 음악 사랑이 각별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90년엔 금호 현악4중주단을 창단해 실내악의 저변을 확대하고 클래식이 일반인들에게 친숙해질 수 있도록 노력했다.
또 레이첼 리, 이유라, 장한나 등의 당시 유망 연주자나 정트리오, 백혜선, 조수미, 백건우, 장영주 등 한국을 빛낸 음악인들이 해외로 음악 공연을 떠날 때 아시아나항공 무료 항공권을 지원해주기도 했다.
서울 종로구 신문로 금호빌딩엔 클래식 음악 전용홀 '금호아트홀'을 개관해 주 3회 이상 정기 공연을 열기도 했다.
현재 금호그룹은 오랜 기간 박삼구 회장과 박찬구 회장이 경영권 다툼을 벌이며 재계에서 불명예스러운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고 박 명예회장이 살아있을 때만 해도 국내 대기업 중 보기 드문 '형제경영'의 전통을 이어가며 훈훈한 모습을 보여줬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의 '형제경영'은 5형제 중 맏형인 고 박 명예회장이 1984년 그룹 총수에 오르면서부터 시작됐다.
고 박 명예회장은 입버릇처럼 “65세에 동생에게 자리를 물려주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실제로 그가 65세가 되던 1996년 동생 박정구 회장에게 그룹 회장직을 물려줬다.
박정구 회장이 폐암으로 인해 갑작스레 타계할 때도 박정구 회장의 아들이 아닌 동생 박삼구 회장이 회장직을 물려받았다.
회장직을 물려줄 때 고 박정구 회장의 나이는 65세였고 이로써 금호아시나아그룹은 65세에 동생에게 회장직을 물려주는 전통이 만들어졌다.
하지만 세 번째 바통을 이어받은 박삼구 회장은 65세 때 경영권을 박찬구 회장에게 넘길 것이란 예상과 다르게 71세가 된 현재까지 그룹 내 경영권을 이어가며 박찬구 회장과 갈등을 빚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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