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최서윤 기자 = 소녀들의 잠재력과 역량 개발을 위해 조직된 세계적인 단체 걸스카우트 미국 지부가 "성전환을 한 이들을 회원으로 받아들이겠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미국 CNN방송, 동성애자·성전환자·양성애자(LGBT) 관련 소식을 전하는 게이스타뉴스 등 현지 언론은 미국걸스카우트연맹이 ‘생물학적인 소녀’만을 회원으로 받아야 한다는 일부 보수단체의 청원운동에 대해 “성별·인종·계급·장애 여부에 따라 회원을 배제하지 않는 포용 정책을 계속 이어가겠다”고 밝혔다고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앞서 인권단체인 미국남부빈민법센터가 ‘동성애에 반대하는 증오단체’로 지목한 미국가족연합(AFA)은 “생물학적으로 소녀로 태어난 이들만을 회원으로 인정해야 한다”며 지난 13일 온라인 청원 운동에 들어갔다. 20일 현재 3만8000명이 이 청원에 서명했다.
AFA는 “걸스카우트연맹이 성전환 관련 쟁점을 정상적인 삶의 방식으로 인정하는 등 도덕적인 방향을 상실했다”면서 성전환자를 비정상으로 몰아갔다. AFA는 또 성전환 소녀를 겨냥해 “치마를 입은 소년, 화장을 하는 소년, 천막에 (소녀와 함께) 있는 소년은 젊고 순진한 소녀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AFA의 청원 운동 다음날 미국걸스카우트연맹의 고위급 인사인 안드레아 바스티아니 아치볼드는 블로그에 걸스카우트 설립자인 줄리엣 고든 로를 거론하며 “걸스카우트의 본령은 성적인 차별과 거리가 멀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해당 글에서 아치볼드는 “더 나은 세상을 원하는 소녀들에게 용기와 자신감을 심어주는 것이 우리의 사명”이라면서 “훈련 프로그램을 통해 걸스카우트 회원들은 다양성을 증진시키고 인내력을 키우는 데 필요한 리더십을 기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가족, 학교, 해당 공동체에서 소녀로 인정하는 사람에 대해 걸스카우트는 감성적·신체적으로 안전한 환경을 제공할 예정”이라며 “소녀로 공인 받은 모든 이들에게 열린 자세를 지켜왔다”고 덧붙였다.
현지 언론은 “미국걸스카우트연맹은 이런 방침을 독자적인 운영 체계를 지닌 전국 112개 지부에 강제 적용할 수 없다”면서도 “회원 허용 기준을 제시함으로써 최소한 성전환 소녀를 아예 배제하는 등 차별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고 평했다.
실제 미국걸스카우트연맹은 4년 전부터 홈페이지의 문답 코너에서 “성전환 소녀의 회원 입회를 허용한다”고 피력해왔다. 현재 어린이 200만명과 자원봉사 성인 80만명 등 총 280만명이 미국걸스카우트연맹의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미국보이스카우트연맹도 이날 ‘동성애 지도자 선임 금지’ 방침을 바꿔야 한다고 밝혔다.
국방장관 출신인 로버트 게이츠 미국보이스카우트연맹 회장은 이날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연례총회에서 “‘동성애는 공개 선언한 성인을 보이스카우트의 지도자로 선임할 수 없다’는 강령을 더는 지켜갈 수 없다”면서 “이와 관련한 법적 다툼을 피하려면 강령을 새로 고쳐야 한다”고 단언했다. 정책을 개정해 지방 단체가 동성애 지도자의 선임을 고려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2006년 12월부터 2011년 6월까지 국방장관을 지낸 게이츠 회장은 재임 기간 동성애자의 군 복무를 금지한 ‘묻지도 말하지도 말라’던 정책을 폐기했다. 보이스카우트연맹은 2013년 청소년 동성애자를 회원으로 받아들이기로 했으나, 성인 지도자의 경우 동성애자 선임 금지 원칙을 이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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