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1년 방용국의 ‘I Remember’ 뮤직비디오에 출연한 박서준은 이듬해 KBS2 ‘드림하이2’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이후 드라마 ‘패밀리’ ‘금 나와라, 뚝딱!’ ‘따뜻한 말 한마디’ ‘마녀의 연애’ ‘마마’ ‘킬미힐미’까지 두루 출연하며 인지도를 쌓았다.
영화 ‘악의 연대기’(감독 백운학·제작 비에이엔터테인먼트)는 박서준의 ‘공식’ 스크린 데뷔작이다. 2011년 영화 ‘퍼팩트 게임’에 출연하긴 했지만 거의 보조 수준이었기 때문에 이번이 처음이나 마찬가지.
‘악의 연대기’는 특급 승진을 앞둔 최창식(손현주) 반장이 회식 후 의문의 괴한에게 납치를 당하고, 위기를 모면하려던 순간 우발적인 살인을 저지르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담고 있다. 최반장은 승진을 위해 사건을 은폐하기로 결심하지만, 이튿날 아침 최반장이 죽인 시체가 경찰서 앞 공사장 크레인에 매달린 채 공개되자 자신이 범인인 사건을 수사하게 된다. 박서준은 경찰서 막내 형사 차동재로 분해, 최반장의 비밀을 눈치 채는 역할을 맡았다. 마동석, 최다니엘, 정원중 등이 출연했다.
박서준은 아쉽다고 했지만 백운학 감독은 그를 극찬했다. “박서준은 큰 배우가 될 것”이라는 백 감독은 “서울에서 부산까지 내려와 한 컷을 찍는데도 불만이 없었다. 오히려 비는 시간에 손현주의 연기를 모니터하더라. 공부를 한 것인데, 똑똑하고 열의가 있다. 큰 배우가 될 것이라는 말은 칭찬이 아니라 사실”이라고 부연했다. 박서준은 쑥스럽다고 했다. 그저 감사하다고 했다. ‘악의 연대기’ 출연 계기가 궁금했다.
“어느날 회사에서 시나리오는 보여주셨어요. 재미있다면서 주셨는데, 정말 재미있더라고요. 긴장감도 넘치고. 이 시나리오로 제작되는 영상은 어떨지 궁금했어요. 역할도 욕심이 났고요. 기회가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오디션을 봤죠. 백운학 감독님이 선택해주셔서 할 수 있었습니다.”
캐스팅에 대한 욕심은 없다. 아니 부리지 않으려고 한다. 할 수 있는 작품은, 욕심과 상관없이 하게 되고, 못하는 역할은 하고 싶어도 못하게 된다. 순리에 따르면서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에 충실할 뿐이다. ‘악의 연대기’는 박서준에게 있어 한뼘 더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차동재 역할이 쉬운 배역은 아니었다. 최반장의 과오를 알고 있으면서도 그를 믿고 따르는 차동재의 심리를 박서준은 매끄럽게 표현했다.
“감정을 숨기는 연기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는 박서준은 “(감정이)넘치면 캐릭터가 깨지고, 덜 하면 표현이 안되니 고민을 많이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단순하게 흐름에 맡기자는 생각을 했다”고 회상했다. 그렇게 완성된 차동재는, 쟁쟁한 선배들 사이에서 극의 한 축을 담당했고 박서준을 재평가하는 계기가 됐다.
“구체적인 거라면 20대에 할 수 있는 성장물을 해보고 싶어요. 왜냐하면 30대가 되면 하지 못할 것 같아서요(웃음). 교복도 입을 수 있죠. 코믹이든, 멜로든 다 좋아요. 어떤 작품이든 디테일을 보여줄 수 있는 연기를 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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