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콩회항' 집행유예 선고 조현아 "피해자들에 진정한 반성과 사죄에 기초한 손해배상 이뤄져야"(종합2보)

▲조현아(41)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22일 열린 '땅콩회항'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법정을 빠져나가고 있다. [사진=최수연 기자]

아주경제 최수연 기자 =  '땅콩회항' 사건으로 세간의 물의를 일으킨 조현아(41)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1심에서 유죄로 판결된 항로변경죄를 항소심에서 파기하고 무죄로 선고한 것이다.

서울고법 형사6부(김상환 부장판사)는 22일 진행된 '땅콩회항' 사건 항소심에서 조현아 전 부사장에 대해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쟁점이 된 항로변경죄 적용 여부에 대해 "외국의 입법사례를 근거로 이사건 램프리턴과 같이 항공로를 계류장 이동까지 포함하는 것은 문헌의 가능함을 넘어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본다"며 "계류장 램프리턴은 항로 변경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양형에 관해서는 "피고인의 행위는 같은 법령 위반 사례들에서 확인되는 유형력 행사 정도에 비해 비교적 경미한 정도"라며 "범죄행위 자체에 대한 비난가능성은 객과적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인의 이러한 행위는 형법적 평가에 앞서 직장 동료, 직원에 대한 기본적 예의와 배려심이 부재한 것이며 같은 항공기에 탑승해 운명을 같이 한 승객의 존재를 무시한 처사"라며 "피해가 자존감과 인격에 가늠할 수 없는 상처를 줬고 피해자는 현재 그 상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재판부는 "피고인이 당초부터 항공기 안전운행을 저해하려는 직접적인 의도나 목적을 가지고 한 것으로 보이지 않고 비교적 안전한 장소인 계류장에서 22초간 17m가량 이동 정지했고 램프리턴 승인을 받고 사무장을 하기한 점 그리고 항공기 운항에 필요한 최소 승무원을 충족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이 사건 후 언론 주목 이후 피고인은 피해 승무원과 사무장의 잘못을 탓했고 범죄성을 심각하게 깨닫지 못하며 역지사지못한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원심, 항소심을 받는 동안 이 사회에 낮은 곳에서 과거의 일상, 가족들과 격리된 채 구금된 생활을 통해 피고인 자신의 행위가 왜 범죄로 해석되는지 그리고 정신적 피해를 왜 받았는지 진정 성찰하고 반성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양형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범행 후 내면의 긍정적인 변화가 있어 보였고 초범인 점, 쌍둥이의 어머니인 점, 현재 대한항공 부사장 지위를 내려 놓은 점을 고려했으며 앞으로 커다란 비난을 받아야할 범죄행위를 했지만 재판을 받는 동안 얻을 교훈이 이를 실천하는 새로운 삶을 살아가야할 기회마저 외면해야할 범죄인가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재판부는 "구금상태에서 피해자들에 대한 나름의 노력을 했고 어떤 방식과 내용으로 피해자들과 화해가 이뤄질지는 모르겠으나 피고인의 진정한 반성과 사죄에 기초한 손해배상이 이뤄진다면 재산상의 피해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조현아 전 부사장은 지난해 12월5일 뉴욕 JFK발 인천행 대한항공 여객기에서 기내 서비스(마카다미아 제공)가 매뉴얼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사무장과 여승무원을 상대로 폭력을 행사하고 사무장을 강제로 내리게 하는 등 소란을 피워  항공보안법상 항공기항로변경, 항공기안전운항저해폭행과 형법상 강요, 업무방해,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등 5가지 혐의로 기소됐다. 

하지만 이번 항소심으로 조현아 전 부사장에 대한 혐의는 항공기안전운항저해폭행과 형법상 강요, 업무방해 등 3개만 유죄로 판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