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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미 경기 좋아졌는데 한인들은 왜 계속 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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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5-24 2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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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 변하는데 ‘한인들만의 업계’에 머물러

아주경제 워싱턴 특파원 박요셉 기자 = 5월 26일은 미국의 대표적인 국경일인 ‘메모리얼 데이’로 한국의 현충일과 비슷한 날이다. 미국에서는 메모리얼 데이 연휴부터 여름 휴가시즌이 시작하는 것으로 여긴다.

미 자동차협회 (AAA)는 이번 메모리얼 데이 연휴 미국 내에서 여행을 떠나는 자동차 수가 1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여행업계 역시 올해 여름 휴가 여행객 수가 최근 몇 년 사이 최고에 달할 것으로 기대하며 각종 여름 휴가여행 상품들을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다.

이런 분위기는 현재 미국 경제가 장기간의 불황에서 완전히 벗어나 본격적인 성장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사실을 반영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미국 내 한인사회의 전반적인 경기는 여전히 찬바람이 멈추지 않는다. 많은 한인들은 “왜 미국경기는 좋아졌다는데 우리는 여전히 힘든지 모르겠다”며 한숨이다.

정확한 통계조차 내지 못하는 현실이지만 한인업계에서는 2014년 매출이 전년에 비해 평균 10~30% 감소한 것으로 추산한다. 더 큰 문제는 올해 역시 지난 해보다 특별히 좋아진 것을 느끼기 어렵다는 것이다.

금융위기 이후 장기 불황에 시달리던 한인들은 미국 경기 회복이 본격화하며 덩달아 기대감이 높아갔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도 전반적인 한인업계의 경기는 회복단계에 들어서지 못하고 있다. 전반적인 미국 경기와 한인 경기가 따로 가는 모습이 뚜렷하다.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는 원인은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한인업계가 소위 “그들만의 리그”, 즉 한인들만의 업계로 머물러있기 때문이다.

뉴욕이든 워싱턴이든 오랫동안 잘 되는 한인식당은 대부분 한 가지 뚜렷한 공통점이 있다. 북적대는 손님들 중 한인 손님들의 비율이 결코 높지 않다는 점이다. 한인 손님 테이블 수보다 백인, 히스패닉 등 미국인 손님 테이블 수가 더 많다.

워싱턴 지역 한인식당 중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한 고기집 역시 마찬가지다. 주말 저녁 빈 자리 없이 가득한 식당 안을 보면 얼핏 보기에도 대부분 한인들이 아니다.

식당 뿐 아니다. 한인들이 운영하는 병원, 자동차 정비업소, 부동산 중개업소 등 업종을 가릴 것 없이 미국인 고객 비율이 높은 업소들은 상당수가 진작에 불황에서 벗어난 모습들이다.

한인 고객만의 영업에서 벗어나 타깃 고객을 다변화시킨 업소들과 여전히 한인 고객들만을 바라보고 있는 업소들 사이의 격차는 생각보다 크다.

그리고 이러한 격차는 시간이 지날수록 빠르게 증가할 수 밖에 없다. 소수의 한인 고객들이 아닌 대다수 미국인들을 고객으로 하는 만큼 새로 유치할 수 있는 고객의 수는 비교가 안되기 때문이다.

즉 미국인 고객들을 확보한 업소들은 이들을 따라오는 미국인 고객들이 계속 늘고 한인 고객만을 기다리는 업소들은 계속 고객이 줄어드는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계속된다.

최근 센서스 자료에 따르면 미국 내 히스패닉은 인구 증가와 함께 구매력 역시 빠르게 성장 중이다 시장 조사기관 닐슨 (Nielsen)의 보고서에 따르면 이들의 구매력은 2015년 1조 5,000억 달러까지 증가해 히스패닉은 미국 경제의 일부가 아닌 중심축을 담당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전체 인구 중 흑인의 비율은 약 14%이며 백인이나 아시안에 비해 빠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현재 약 1조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는 이들의 구매력은 인구증가에 따라 2017년까지 1조 3,000억 달러 이상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따라서 히스패닉, 흑인들의 구매력을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소비자로서 이들을 파악하고 그들의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어야 한다. 백인 뿐 아니라 이처럼 인구와 구매력이 급성장하고 있는 히스패닉, 흑인들이 한인들만 바라보고 있는 업소들을 찾을 가능성은 없다.

특히 이러한 현상에 가속도를 더하는 요소는 바로 한인 2세들이다. 한인 2세들마저 미국인 고객이 많은 한인업소 또는 미국인 운영 업소들로 이미 떠나가고 있다.

한인 2세들 중 한인 업소가 아닌 미국 업소 또는 영어에 전혀 불편이 없는 한인 업자를 찾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다. 이미 한인 인구의 60% 가량을 차지하는 한인 2세들마저 한인업계를 외면하는 상황에서 한인 경기의 부활을 기대하는 것은 어불성설일 것이다.

일부 한인들은 “요즘 한인업계를 보면 집토끼도 못 지키면서 산토끼를 잡겠다고 하는 것 같다”고 말한다. 농부가 하늘만 바라보며 비가 오기를 기다리듯이 고객들이 찾아와주기만을 기다리며 경기탓을 하고 있는 것이 한인 업소들의 현재 모습인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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