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러피언투어 메이저급 대회에서 첫 승 거둔 안병훈, “달 위를 걷는 기분이에요”[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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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5-25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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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MW PGA챔피언십, 300야드 장타력으로 아시아 선수로는 처음 우승…올 US오픈·브리티시오픈 출전권 및 3년간 투어 시드 확보…세계랭킹도 54위로 ‘껑충’…양용은은 공동 22위 차지

US아마추어골프선수권대회 우승 직후인 지난 2009년 10월 한국오픈에 출전한 안병훈. 오른쪽은 당시 캐디를 본 아버지 안재형씨.                         [사진=KGA 제공]





유러피언투어 메이저급 대회인 ‘BMW PGA챔피언십’ 최종라운드가 열린 24일(현지시간) 잉글랜드 버지니아 워터의 웬트워스클럽 웨스트코스(파72) 12번홀(파5·길이513야드).

한 선수가 홀까지 193야드를 남기고 5번아이언으로 친 샷이 깃대를 향해 날아갔다. 볼은 그린 앞에 떨어진 후 홀 바로 앞에서 멈췄다. 몇 번만 더 굴렀으면 홀으로 들어갈뻔한 굿샷이었다.

그 ‘알바트로성 이글’을 한 주인공은 안병훈(24)이다. 안병훈은 이날 보기없이 이글 1개와 버디 5개를 묶어 7타를 줄였고, 4라운드합계 21언더파 267타(71·64·67·65)로 통차이 자이디(태국)와 미겔 앙헬 히메네스(스페인)를 6타차로 여유있게 따돌리고 우승했다. 유러피언투어 31개 대회 출전끝에 이룬 첫 승이다. 그는 우승 직후 “달 위를 걷는 기분”이라고 표현했다.

안병훈은 만만찮은 실력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부모의 그늘에 가린 면이 없지 않았다. 그의 부모는 1988년 서울올림픽 탁구 메달리스트인 안재형(50)-자오즈민(52)이다.

안병훈은 일곱살 때 아버지를 따라 골프에 입문했다. 열 네살 때인 2005년 미국으로 갔고 플로리다주 올랜도에 거주하며 체계적인 골프 수업을 받았다.

안병훈은 2009년 아마추어골프대회로는 세계적 권위를 지닌 US아마추어골프선수권대회에서 당시 최연소(17세11개월)로 우승해 세계골프계에 이름을 알렸다. 그 덕분에 그 이듬해 메이저대회인 마스터스 골프토너먼트·US오픈·브리티시오픈에 출전했다.

그는 2010년 UC버클리에 들어갔으나 2011년 프로로 전향한 바람에 학업보다는 골프에 더 열중했다. 그는 2011년말 퀄리파잉토너먼트를 통해 유러피언 2부(챌린지)투어에 진출했다. 프로 데뷔 초창기에 이렇다할 성적을 내지 못한 그는 지난해 8월 롤렉스 트로피에서 프로 첫 승을 거뒀다. 2부투어 우승이었으나 그 덕분에 올시즌 유러피언투어 시드를 받을 수 있었다. 그러고 이날 유러피언투어 ‘간판 대회’에서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 저스틴 로즈·루크 도널드(이상 잉글랜드), 마르틴 카이머(독일) 등 내로라하는 선수들을 제치고 우승트로피를 안았다. 21언더파는 이 대회 60년 역사상 최다언더파다.

아시아 선수가 이 대회에서 우승한 것은 그가 처음이다. 아시아 선수가 영국 본토에서 열린 유러피언투어 대회에서 우승한 것은 1983년 아오키 이사오(일본)가 유러피언오픈에서 우승한 이래 사상 둘째다. 한국 선수가 유러피언투어에서 우승한 것은 최경주 위창수 양용은 노승열 정연진에 이어 그가 여섯째다.

우승상금 83만3330유로(약 10억1500만원)는 그가 생전 처음 만져보는 거금이지만, 이 우승으로 그는 돈으로 환산하기 어려운 미래를 보장받았다.

우선 2018년말까지 유러피언투어 시드를 받았다. 또 올해 메이저대회인 US오픈과 브리티시오픈 출전권을 획득했다. 현재까지 두 대회 출전이 확정된 한국(계) 선수는 재미교포 케빈 나와 아마추어 양건, 그리고 안병훈 뿐이다.

이 우승으로 그의 세계랭킹은 지난주 132위에서 54위로 껑충 뛰어올랐다. 배상문(84위) 노승열(129위) 최경주(138위)를 제치고 한국 선수 중 최고 랭커가 됐다. 그가 여세를 몰아 세계랭킹 50위내에 들면 메이저급 대회에는 다 출전할 수 있게 된다. 세계 무대에서 이름을 알릴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것이다. 안병훈은 투어 시즌 상금(약 13억6600만원) 랭킹과 ‘레이스 투 두바이’ 랭킹에서도 3위로 올라섰다. 두 부문의 1위는 세계랭킹 1위 매킬로이다.

그는 오는 10월 한국에서 열리는 프레지던츠컵에 인터내셔널 대표팀으로 선발될 수 있는 가능성도 열어놓았다. 인터내셔널팀 단장 닉 프라이스(짐바브웨)는 그의 우승 소식을 듣고 “다가오는 메이저대회에서 그를 주의깊게 지켜볼 것이다. 프레지던츠컵에서 한국을 대표해 팀원으로 참여하게 된다면 그에게도 특별한 일일 것이다.”고 기대를 표시했다.

안병훈의 주무기는 당당한 체격(187cm·87㎏)에서 나오는 장타력이다. 그의 드라이버샷 평균거리는 이번 대회에서 294.6야드였고, 올 시즌엔 304.9야드를 기록중이다. 서양선수 못지않은 거리다. 그는 이번 대회 나흘동안 이글 1개와 버디 23개, 보기 4개를 기록했다. 더블보기 이상은 단 하나도 없을만큼 샷도 안정적이었다.

첫날 20위권에 머물렀던 안병훈은 둘째날 데일리 베스트인 64타를 치며 단독 2위로 솟구쳤다. ‘무빙 데이’인 셋째날에는 5타를 줄인 끝에 1∼2라운드 선두 프란체스코 몰리나리(이탈리아)와 함께 1위가 됐고, 최종일에는 무명선수답지 않은 침착함으로 ‘노 보기’의 무결점 플레이를 펼쳐 우승으로 내달았다.

‘디펜딩 챔피언’ 매킬로이가 2라운드에서 78타를 치는 부진으로 커트탈락한 대회에서 투어 첫 승을 올린 안병훈은 “제5의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한 기분”이라며 “내 인생을 바꿀만한 큰 의미가 있는 우승”이라고 자평했다.

아시아 유일의 남자골프 메이저대회 챔피언인 양용은은 합계 5언더파 283타로 공동 22위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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