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라파고스 화산, 33년 만에 폭발…세계 유일 분홍이구아나 생존 위협

세계에서 유일한 동물 50여 종이 서식하고 있는 에콰도르 갈라파고스제도의 '울프' 화산이 폭발했다. [사진= 갈라파고스국립공원 트위터 화면 캡처]

아주경제 최서윤 기자 = 에콰도르 갈라파고스제도의 '울프'(Wolf) 화산이 33년 만에 폭발해 생태계를 위협하고 있다. 흘러나온 용암은 세계에서 유일한 분홍 이구아나가 서식하는 서남쪽으로 흐르는 것으로 관측됐다.

중남미 뉴스매체인 텔레수르는 “이사벨라섬 북단에 있는 1700m 높이의 울프 화산이 25일(현지시간) 새벽 갑자기 폭발하면서 불기둥, 화산재, 용암을 뿜어내고 있다”고 갈라파고스국립공원측 발표를 인용해 보도했다.

갈라파고스국립공원측은 "주민이 거주하는 지역은 울프 화산과 떨어져 있어 안전하다"면서 "그러나 분홍 이구아나 서식지가 위협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찰스 다윈은 1835년 갈라파고스제도를 찾았다가 섬마다 핀치새의 모습이 조금씩 다른 점을 보고 '진화론'의 영감을 얻었다. 검은색 줄무늬가 있는 분홍 이구아나는 1986년 울프 화산 기슭에서 처음 발견돼 다윈도 보지 못하고 지나쳤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탈리아 과학자들은 2009년 미국립과학원회보(PNSA)에 실린 연구보고서를 통해 이 파충류가 570만년 전 다른 육지 이구아나로부터 갈라져 나와 핀치새 등 다른 갈라파고스 동물의 진화 시기보다 훨씬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최고(最古)의 종 분화 증거라고 분석한 바 있다.

이사벨라섬 일대에는 이외에도 지구 다른 곳에는 없는 50여 종의 동물이 서식하고 있다. 갈라파고스제도에는 2만7000명이 거주하고 있으나 울프 화산은 가장 가까운 거주지역과 115km 정도 떨어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