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연 “과도한 형사처벌로 기업이 ‘범죄자’ 낙인 찍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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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5-27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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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무리한 검찰수사나 섣부르게 기업을 잠재적 범죄 집단으로 낙인찍는 과잉범죄화 때문에 경제치사가 우려되는 상황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경제연구원(이하 한경연, 원장 권태신)은 27일 오후 2시 전경련회관 컨퍼런스센터 루비룸에서 ‘기업활동에 대한 과잉범죄화의 문제점과 개선방향’ 세미나를 개최해 이같이 밝혔다.

권태신 한경연 원장은 개회사를 통해 행정형벌이 과도해 전과자를 양산한다는 인식 아래 법무부가 지난 2008년에 ‘행정형벌 합리화 방안’을 추진한 사실을 언급하면서, “이러한 정책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형벌규제는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 결과 국민의 22%, 15세 이상인 경우 26.5%가 전과자로 인원수를 누계하면 1100만 명에 이르는 실정이다.

권 원장은 “무리한 검찰 수사, 경직된 법 집행이 피의자의 목숨을 앗아가는 사법치사의 문제까지 회자되고 있다”며 기업에 대해서도 “무리한 검찰수사나 섣부르게 기업을 잠재적 범죄 집단으로 낙인찍는 과잉범죄화 때문에 경제치사도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한국에서 기업한다는 것은 마치 교도소 담장 위를 걸어가는 것과 같다’는 이야기가 있다”며 기업이나 기업인에 대한 과도한 규제와 법 집행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날 발표자로 나선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과잉 범죄화는 입법자나 법 집행자의 과도한 지대추구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라며, 본인들의 권한을 확대하기 위해 법을 만들고 해석하는 데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또한 “형법에 규정된 대로 형기의 3분의 1을 경과하면 가석방할 수 있다는 규정을 기업인에게도 적극 적용해야 한다”며 “경제사범에 대하여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 자유형(징역형)이 아닌 재산형(벌금형)으로 대체해 경제영역에 대한 비범죄화 작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현재 시행되고 있는 4433개 법률의 70~80% 가량이 형벌규정을 갖고 있다며 정부가 이들을 분석해 비범죄화 작업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최 교수는 ‘형법’ 및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의 배임죄, 대관 업무가 많은 기업인들이 쉽게 걸릴 수 있는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최저임금법 개정안’에 대해선 폐기나 대폭 개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토론에 참여한 황인학 한경연 선임연구위원은 “배임죄처럼 범죄 구성 요건이 모호해서 ‘걸면 걸리는’ 범죄 유형이 많다”고 지적하면서 “배임죄의 모호성을 보완하기 위해서는 ‘경영판단의 원칙’을 법률에 명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 선임연구위원은 또 별건 수사 관행까지 더해져서 기업은 아무리 준법경영 원칙에 따라 투자를 하고 조심하더라도 언제 어떤 식으로 법률 리스크가 나타날지 모르는 상황이라며 경제 전반에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토론자로 나선 전삼현 숭실대학교 교수는 “공공복리 차원에서 기업활동에 제재를 가할 경우 1차적으로 행정처분을 원칙으로 하고, 이런 행정처분이 실효성이 없을 때 최종 수단으로 형사처벌을 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경제사항과 관련해 형사처벌을 하는 경우에도 법치주의의 가장 큰 축인 죄형법정주의 원칙 중 명확성의 원칙이 반영된 범죄 구성요건이 마련돼야 한다”며, 관련 입법의 정비를 촉구했다. 황 선임연구위원은 “기업범죄는 일반 범죄와 달라서 평판과 낙인효과가 강하게 작용하고 주가하락, 국내외 조달시장에서의 배제 등 벌금보다 더 큰 시장의 처벌을 수반한다”면서, 형사 제재의 강도를 높이는 것보다는 적발 확률을 높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황 선임연구위원은 세계은행 조사를 인용해 한국의 법치주의 순위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중 27위로 최하위권에 머물고 전과자가 계속 양산되는 이유를 입법 만능주의와 형벌 만능주의 때문으로 분석했다. 그는 또 이런 과잉범죄화 현상이 기업가정신을 위축시켜 경제적 손실로 부메랑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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