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토벤의 1808년 '마라톤 음악회', 미 샌프란서 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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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5-27 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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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아주경제DB]

아주경제 권석림 기자 = 베토벤이 교향곡 제5·6번과 피아노 협주곡 제4번, 합창 환상곡 등을 오스트리아 빈에서 한꺼번에 초연했던 역사적 음악회가 다음달에 지구 반대편인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재현된다.

한파가 기승을 부리던 1808년 12월 22일 저녁, 빈의 음악애호가들은 베토벤의 최신작을 듣기 위해 공연장인 '테아터 안 데어 빈'으로 모여 들었다. 이들은 난방도 제대로 되지 않는 객석에 앉아 추위에 덜덜 떨면서 4시간이 넘도록 음악을 들었다.

보통 음악회의 2∼3배 길이인 '마라톤 음악회'였던데다가, 익숙하지 않은 신작을 계속해서 들은 관객들의 피로는 극심했다.

이 때 연주된 곡은 △교향곡 제6번 F장조 '전원' 작품 68 △제5번 c단조 작품 67 △소프라노 아리아 'Ah, perfido!' 작품 65 △미사 C장조 작품 86 중 키리에·글로리아·상투스 △피아노 협주곡 제4번 G장조 작품 58 △베토벤의 피아노 즉흥연주 △피아노·오케스트라·합창을 위한 환상곡 c단조 작품 80이었다.

당시 빈에는 교향악단 전용 콘서트 홀이나 상설 교향악단이 없었다. 음악회는 연극과 오페라를 하는 극장이나 음식점에서 열렸으며, 오케스트라는 음악회 며칠 전 여기 저기서 음악가들을 모아서 급조되는 것이 당연한 관행이었다.

이 탓에 마지막 곡인 '합창 환상곡'에서는 연주가 도중에 마구 뒤엉켜 엉망이 되어 버렸고, 참다 못한 베토벤은 화를 버럭 내고 연주를 중단시킨 후 처음부터 다시 지휘했다.

하지만, 최고의 걸작들이 무더기로 초연된 전무후무한 행사였기 때문에 이 음악회는 클래식음악의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 중 하나로 길이 남았다.

마이클 틸슨 토머스 샌프란시스코 심포니(SFS) 음악감독은 SFS와 SFS 합창단과 함께 오는 6월20일(현지시간) 저녁 샌프란시스코의 데이비스 심포니 홀에서 이 연주회를 재현할 예정이다. 물론, 철저한 연습과 준비를 거쳐 똑같은 프로그램을 연주한다.

이 공연은 SFS의 본거지인 2천743석 규모의 데이비스 심포니 홀에서 열리는데, 지난해 7월에 표가 일반에 판매되기 시작되자마자 장애인석까지 포함해 모든 좌석이 금세 매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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