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파가 기승을 부리던 1808년 12월 22일 저녁, 빈의 음악애호가들은 베토벤의 최신작을 듣기 위해 공연장인 '테아터 안 데어 빈'으로 모여 들었다. 이들은 난방도 제대로 되지 않는 객석에 앉아 추위에 덜덜 떨면서 4시간이 넘도록 음악을 들었다.
보통 음악회의 2∼3배 길이인 '마라톤 음악회'였던데다가, 익숙하지 않은 신작을 계속해서 들은 관객들의 피로는 극심했다.
이 때 연주된 곡은 △교향곡 제6번 F장조 '전원' 작품 68 △제5번 c단조 작품 67 △소프라노 아리아 'Ah, perfido!' 작품 65 △미사 C장조 작품 86 중 키리에·글로리아·상투스 △피아노 협주곡 제4번 G장조 작품 58 △베토벤의 피아노 즉흥연주 △피아노·오케스트라·합창을 위한 환상곡 c단조 작품 80이었다.
당시 빈에는 교향악단 전용 콘서트 홀이나 상설 교향악단이 없었다. 음악회는 연극과 오페라를 하는 극장이나 음식점에서 열렸으며, 오케스트라는 음악회 며칠 전 여기 저기서 음악가들을 모아서 급조되는 것이 당연한 관행이었다.
이 탓에 마지막 곡인 '합창 환상곡'에서는 연주가 도중에 마구 뒤엉켜 엉망이 되어 버렸고, 참다 못한 베토벤은 화를 버럭 내고 연주를 중단시킨 후 처음부터 다시 지휘했다.
하지만, 최고의 걸작들이 무더기로 초연된 전무후무한 행사였기 때문에 이 음악회는 클래식음악의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 중 하나로 길이 남았다.
마이클 틸슨 토머스 샌프란시스코 심포니(SFS) 음악감독은 SFS와 SFS 합창단과 함께 오는 6월20일(현지시간) 저녁 샌프란시스코의 데이비스 심포니 홀에서 이 연주회를 재현할 예정이다. 물론, 철저한 연습과 준비를 거쳐 똑같은 프로그램을 연주한다.
이 공연은 SFS의 본거지인 2천743석 규모의 데이비스 심포니 홀에서 열리는데, 지난해 7월에 표가 일반에 판매되기 시작되자마자 장애인석까지 포함해 모든 좌석이 금세 매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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