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배상희 기자 = 지난 10여년간 중국 위안화의 평가절하를 비난해왔던 국제통화기금(IMF)이 위안화 정책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나섰다. 이같은 IMF의 입장 변화는 올해 하반기 위안화가 SDR(특별인출권) 주요 통화 바스켓으로 편입될 가능성이 높아졌음을 시사한다.
데이비드 립튼 IMF 수석 부총재는 26일(현지시간) 베이징에서 중국 경제 연례 평가를 마친 뒤 위안화 환율은 더 이상 저평가되지 않았음을 밝혔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위안화 가치가 적절한 수준이라는 IMF의 평가는 10년만에 처음이다.
립튼 부총재는 "과거 위안화 저평가는 대규모 국제수지 불균형에 따른 것이었다"면서 "그러나 지난 1년간 상당한 실질 가치 상승 효과로 인해 더 이상 저평가되지 않은 상태가 된 것으로 평가됐다"고 밝혔다.
이로써 IMF가 연말 특별인출권(SDR) 주요 통화 바스켓을 재구성할 때 위안화가 주요 통화의 하나로 편입될 가능성도 높아지게 됐다. 현재 SDR은 달러화, 엔화, 유로화, 파운드화의 4개 통화로 구성돼 있다.
그간 중국 정부는 위안화가 IMF의 SDR 바스켓에 포함돼 글로벌 기축통화로 올라서기를 갈망해왔다.
립튼 부총재는 "IMF는 위안화를 SDR에 편입시키려는 중국 정부의 공식방침을 환영한다"며 "이는 단지 가능성 여부가 아니라 시기의 문제일 뿐"이라고 말했다.
다만, 립튼 부총재는 "위안화 환율이 여전히 대외포지션에 너무 많은 영향을 받고 있다"면서 "이를 안정화시킬 수 있는 추가적인 정책 개혁이 필요하다"는 단서를 붙였다.
그는 "중국은 앞으로 2~3년 안에 변동환율제로 전환하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한다"며 "이는 정부가 경제를 더 잘 관리하고 생산성 향상에 따른 위안화 가치 상승 압박에 대응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국 담당 책임자를 지낸 에스와르 프라사드는 IMF가 1990년대 후반 아시아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위안화 저평가' 주장을 접은 것은 의미가 크다면서 올 후반 기축통화 지위를 갖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IMF의 이같은 견해는 위안화가 여전히 현저하게 저평가돼 있다는 비난을 쏟아내고 있는 미국 재무부와는 상반된 입장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미국 재무부는 지난달 주요 교역국 경제·환율 정책 보고서에서 "위안화가 현저하게 저평가됐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이와 관련해 미 정부 관계자는 미국이 위안의 SDR 편입 여부를 아직 결정짓지 못했다면서 이번주 독일에서 열리는 주요7개국(G7) 재무장관 회의에서 이 문제를 논의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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