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 제1야당의 혁신을 책임질 새정치민주연합 초계파 혁신기구가 초반부터 딜레마에 봉착했다. 김상곤 혁신위원장이 27일 혁신안의 첫 작품으로 ‘계파 해소’를 내놨지만, 혁신위 인적 구성부터 난항을 겪자 ‘불임 혁신위’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혁신’, ‘희망스크럼’ 등 정치적 수사만 나열한 ‘무늬만 개혁’에 그칠 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 문재인 대표를 중심으로 한 최고위원회와 김상곤 혁신위의 권한 충돌 우려가 여전한 데다, 당 내부에서 호남과 486그룹 물갈이론이 흘러나오면서 친노(친노무현)와 비노(비노무현)로 나뉜 계파 분열이 세분화될 조짐까지 일고 있다. 김상곤 혁신위가 시작부터 삐걱거리고 있는 셈이다.
◆김상곤 “당, 牛山之木 상황”…大혁신 예고
김 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임명 후 첫 기자간담회를 열고 “지금부터 혁신위원회 활동 기간에 (당내) 패권과 계파는 존재하지 않는다. 계파의 모임조차 중지하기를 요구한다”며 “혁신위의 앞길을 가로막는 그 어떤 세력이나 개인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맹자의 ‘우산지목’(牛山之木)을 언급하며 당내 계파 패권주의를 강하게 비판한 뒤 “혁신은 과제가 아니라 반드시 해내야만 하는 역사의 필연”이라고 주장했다.
그간 제1야당의 혁신안이 특정 계파의 몽니에 막혀 ‘실천’으로 연결되지 못하자 이를 국민의 지지를 업고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하지만 ‘계파 투쟁’ 엄단에 방점을 찍은 김 위원장의 혁신안이 그간 당내 혁신위의 정치개혁안과 대동소이, 일각에선 원외 인사의 한계를 보여준 것이라는 뼈아픈 지적도 제기된다.
비노그룹 한 관계자는 이날 아주경제와 통화에서 “김상곤 혁신위는 당 주류와 비주류가 잠시 휴전하기 위해 만든 임시책”이라며 “특단의 대책이 없을 경우 혁신안은 용두사미 될 것”이라고 쓴소리를 던졌다.
◆野, MB정부 이후 7번째 혁신위…실천 어디로
김상곤 혁신위의 가장 큰 딜레마는 최고위와의 권한 충돌 문제다. 문 대표 등 기존의 당 지도부가 있는 상황에서 ‘전권’을 위임받은 혁신위가 존재할 수 있느냐는 현실론이 이 같은 우려의 골자다.
김상곤 혁신위가 계파 해체 등의 혁신안을 최종 성과물로 내놓더라도, 당 지도부가 이를 의결·집행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애초 혁신위원장 1순위였던 안철수 전 공동대표도 이를 우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 최대주주인 친노그룹이 당내 갈등 수습용으로 김상곤 혁신위를 ‘불쏘시개’를 삼을 수 있다는 주장도 이 지점과 궤를 같이한다. 이 경우 김상곤 혁신위는 그간 유명무실했던 혁신위의 전철을 밟으면서 당내 계파 갈등의 진원지로 전락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제1야당은 2008년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총 7번의 혁신기구를 출범시켰다. ‘뉴타운 선거’였던 2008년 총선에서 참패한 당시 민주당은 뉴민주당 비전위원회(위원장 김효석)를 띄웠지만, 중도노선 회귀를 들러싼 계파 간 이념투쟁의 빌미만 제공했다.
이후 ‘수권정당을 위한 당 개혁특별위원회(위원장 천정배·2010년)→정치혁신위원회(정해구·2012년 대선 패배 이후)→정치혁신실행위원회(이종걸·2013년 5월)→새정치 비전위원회(백승헌·지난해 3월)→정치혁신실천위원회(원혜영·같은 해 7·30 재·보궐선거 패배 이후)’ 등 위원회만 출범했을 뿐 혁신안의 실천을 꾀하지는 못했다.
게다가 혁신위 부위원장으로 거론되는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인선을 놓고 각 계파 간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점도 김상곤 혁신위의 딜레마다. 당 한 관계자는 “조 교수가 혁신위 들어올 것으로 보이지만, 그 과정에서 갈등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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