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문지훈 기자 = 인터넷·스마트폰 뱅킹시 홍채 인식으로 본인인증을 대체할 수 있게 되는 등 핀테크 활성화를 위한 금융사들의 핀테크 기술 접목이 본격화되고 있다. 핀테크기업과 금융사간 업무협약을 통한 기술 상용화도 조만간 가능할 전망이어서 금융사들의 핀테크시장 선점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27일 핀테크 지원센터가 서울 청진동 그랑서울에서 개최한 제2차 데모데이(Demo day) 행사에서는 핀테크기업과 금융사간 업무협약(MOU) 체결은 물론 핀테크기업들이 보유한 첨단기술이 한자리에서 시현됐다.
지난달 말 시범운영 차원에서 진행됐던 1차 데모데이와 달리 이날 행사에는 시중은행을 비롯한 금융사 임직원들과 핀테크기업 관계자, 영국 핀테크기업 육성기관인 '레벨(level)39' 등 벤처캐피탈사와 엔젤투자자들로 북적였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금융사와 MOU를 체결한 핀테크기업들의 기술 발표 이후 핀테크기업의 부스를 돌며 핀테크 서비스기술을 직접 시현하기도 했다.
이날 핀테크기업과 MOU를 체결한 곳은 우리·하나·IBK기업은행, 현대증권 등 4개 금융사다. 이들은 이른 시일 내 핀테크 기술을 상용화한다는 계획이다.
기업은행은 이리언스와 MOU를 체결해 홍채를 활용한 비대면 본인인증 기술을 도입하기로 했다. 인터넷·스마트폰 뱅킹을 통한 자금이체 등의 거래 시 보안카드나 일회용 비밀번호(OTP) 대신 고객의 홍채로 본인인증을 거치는 방식이다. 은행 자동화기기(CD·ATM)에서도 활용 가능하다.
김성현 이리언스 대표는 "현재 홍채 등록을 위해 은행 영업점을 방문해야 하지만 비대면 실명확인이 허용될 경우 영업점에 방문하지 않고도 홍채 등록 뿐만 아니라 금융거래가 가능하다"며 "스마트폰뱅킹에 홍채인식 기술을 가장 먼저 도입할 수 있으며, 기업은행의 결정에 따라 자동화기기 등에 기술을 적용하는 것도 당장 가능하다"고 말했다.
지난 26일 모바일 전문은행 '위비뱅크'를 출범한 우리은행은 계좌이체 시 상대방의 계좌가 금융사기에 활용된 이력이 있는지 여부를 실시간으로 분석하는 기술을 보유한 더치트와 손잡고 해당 기술 적용을 검토하기로 했다. 기존에는 자금이체 과정에서 상대방 계좌번호와 예금주명만 표시됐으나 상대방 계좌가 금융사기에 활용된 횟수가 이체 정보와 같이 표시된다. 이를 통해 금융사기에 주로 이용되는 대포통장으로의 이체를 방지할 수 있다.
하나은행은 ㈜핀테크와 MOU를 맺고 대출신청고객의 정보를 IT기술로 수집해 별도의 신용평가모델로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을 활성화하기로 했다. 자영업을 영위하고 있는 고객이 대출신청서를 작성하면 실시간 매출현황과 판매상품에 대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평가 및 리뷰, 소비패턴 분석 등을 통해 대출 가능여부와 한도를 측정하는 방식이다.
한준성 하나은행 미래금융사업본부장은 "현재는 개인고객을 대상으로 하지만 향후에는 기업고객에게도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기술 고도화 및 데이터 집적, 실제 반영 여부 등을 살피기 위해 ㈜핀테크가 하나은행 본점에 입주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다음달 금융위의 인터넷전문은행 도입방안 발표를 앞두고 핀테크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금융사들의 경쟁 뿐만 아니라 핀테크기업과의 기술 상용화 발걸음이 한층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이미 상당수 금융사들은 저마다 핀테크 전담조직을 구축한 상태다. KB금융그룹의 경우 'KB 핀테크 허브센터'를 운영 중이며 기업은행은 'IBK 핀테크 드림지원센터', NH농협은행은 'NH 핀테크 협력센터'가 각각 구성돼 있다. 지난 26일에는 신한금융그룹도 전 계열사가 참여하는 '신한 퓨처스 랩'을 공식 출범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자체적으로 준비 중인 비대면 실명 확인 시스템이 갖춰지고 금융당국의 인터넷전문은행 도입 방안이 발표되면 금융사 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며 "편리성과 차별성을 강조하기 위한 시도들이 계속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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