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 세상에 없는 나라 '시징의 세계'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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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5-27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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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홍석·첸샤오시옹 츠요시·오자와로 한·중·일 3명 작가 의기투합 아시아 아트 프로젝트전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제 5전시실에서 열리는 '시징의 세계' 출입구. /사진=박현주기자]

 

아주경제 박현주 기자 ="북경 동경 남경은 있는데 왜 서경만 없을까?"

예술가들의 엉뚱한 상상력이 새로운 나라를 탄생시켰다.

김홍석·첸샤오시옹 츠요시·오자와로 등 한·중·일 3명의 작가가 문학적 상상속에서만 존재하던 '서경'을 불러내왔다.

그 '서경의 세계'가 서울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 구현됐다. 국립현대미술관이 지난해부터 선보인 아시아 아트 프로젝트전으로 기획됐다. 아시아 동시대 미술의 현재를 연구하고 탐구하기위해 마련된 전시다.

 27일 서울관 지하 1층 전시장에 드러낸 '서경'은 좀 황당하다.  없는 나라를 만들었으니 뜬금없는 모습이지만, 중국스럽고, 일본스럽고 한국스럽다.

타이틀 '시징의 세계', 시징은 중국스러운 발음. 작가들은 별 의미가 없다고 했다. 서경을 각 나라별로 발음하다보니 '시징'이 가장 멋있게 들렸다고 했다.

60년대생인 이들 3명의 작가는 '시징맨'이라고 칭했다. 2006년 개별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뭉쳤다.  90년대 이후 아시아의 후기 개념미술 작가로서 국제 미술계에서 두각을 나타낸 작가들이다.  

 각자 활동하면서 자신들이 대면하는 삶과 제도의 모순에 대한 이야기 방식을 고민했던 이들은 의기투합하여 ‘시징(西京)’이라는 가상의 도시를 만들고 자신들을 시징맨으로 칭하면서 동시대 삶의 허위에 대해 비판적이지만 황당한 희극을 만들어 내고 있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김장언 전시기획 2팀장은  "이들이 시징(西京)이라는 이름에 주목했던 것은 그 단어가 갖는 특수성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동경, 남경, 북경 등 방위를 지칭하는 수도 이름들은 현재까지도 실재하는 반면, 시징은 사라지고 없다. 시징은 생명의 도시이자 죽음의 도시로 문학적 상상력 속에서만 온전히 남아 있다. 작가들은 이러한 시징이라는 단어의 상황에 주목하고 이 도시를 현재로 소환하고 건설했다"는 것.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시징의 세계 전시장/사진=박현주기자]


 전시는 시징맨이 건설한 도시, 시징의 이야기를 한 공간 속에 펼쳐 보인다. ‘시징을 아시나요?’, ‘시징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이것이 시징이군요’, ‘시징을 사랑해요’ 4개의 공간으로 선보인다. 전시장 입구에서부터 시징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를 유기적으로 드러낸다.  

상상속의 도시인 시징을 찾아가는 여정이면서 우리 기억 속에 남겨진 어떤 이상향에 대한 물음을 제시하고,동 시대적 삶에서 국경을 넘는다는 것의 의미를 우화적으로 비판한다.  또한 거대한 정치적 경제적 게임의 장이 되어버린 올림픽을 조롱하고 동시대적 삶에서 회복해야하는 것이 무엇인지 반문한다. 

'시징 대통령의 일상생활' 화면은 시징맨들의 사고가 녹아 흥미롭다.  시징의 대통령은 환대를 권장하며, 타인에 대한 적대감을 규제하고, 고독을 허가하고, 평등을 권장하며, 구성원들이 자유롭게 사고하고 발전할 수 있는 개기를 제공한다. 김장언 학예사는 "언뜻 황당할지 모르지만, 근대적 국가 시스템이 간과했던 인간의 자율성과 상호 신뢰에 대한 가치를 재발견하게 한다. 그것은 어쩌면 우리가 회복해야하는 삶의 가치일지도 모른다"고 설명했다.

 전시의 마지막은 김홍석, 첸 샤오시옹, 츠요시 오자와의 개별 작품을 재구성한 에필로그로 이루어진다. 3명의 작가는 자신들의 작업 중 일부를 선택하여 시징맨의 외전(外傳)을 재구성한다. 로버트 인디애나의 유명작 'LOVE' 를 찌그러트리고(김홍석), 밀레와 앤디워홀의 명화를 '간장예술'(츠요시 오가와)로 둔갑시켜 '위대하게 보이는 예술'을 '일상이 예술'이라는 명제를 선사한다.  

작가 김홍석(상명대 교수)은 "어떤 교육자가 되는 것이 올바를까를 놓고 3명이 고민했다"면서 "이번 전시가 현실을 외면하거나 의도적으로 회피하거나 상상으로서의 자세를 취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보여지는 건 우습지만 나름 진지했다"고 소개했다. 화~일요일 오후 1시부터 이 전시에 대해 해설하는 시간이 열린다. 전시는 8월 2일까지. 관람료 4000원. 02-3701-9500
 

[김홍석의 LOVE./사진=박현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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