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킬빌’이 되고팠던 ‘에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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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5-27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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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영화 '에벌리' 포스터]

아주경제 권혁기 기자 =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대표작 ‘킬빌’은 지난 2003년 개봉 당시 화끈한 액션, 폭력과 잔인함의 미학인 영화로 손꼽힌다. 쿠엔틴 타란티노의 B급 감성이 녹아든 ‘킬빌’은 웬만한 남성보다 나은 여성 킬러들이 다수 등장한다.

블랙 맘바(우마 서먼), 오렌 이시이(루시 리우), 버니타 그린(비비카 A. 폭스), 캘리포니아 마운틴 스네이크(대릴 한나) 등 여성 킬러들은 빌(故 데이빗 캐러딘)의 명령에 따라 암살을 일삼은 살인기계에 가까운 인물들이다. 블랙 맘바만이 빌의 아이를 임신하고, ‘엄마’로서 킬러 생활을 청산하려고 한다. 빌의 총격으로 ‘코마’ 상태에 빠졌던 블랙 맘바는 깨어나 복수를 시작한다.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은 일본 애니메이션에 많은 영향을 받아 영화 곳곳에 흔적을 남겼다. 먼저 일본도 장인인 핫토리 한조(치바 신이치)가 만든 검을 자신의 무기로 삼는다는 점. 일본을 배경으로 한 분량이 상당하며 오렌 이시이의 어린 시절은 일본풍 애니메이션으로 처리한 부분이 그렇다.

‘에벌리’(감독 조 린치)는 ‘킬빌’의 큰 뼈대와 살을 그대로 차용했다. 주인공 에벌리(셀마 헤이엑)는 4년 전 지역의 보스 타이코(와타나베 히로유키) 일당에 납치, 벽면에 일본 그림들이 그려진 고급 아파트에 갇혀 집단 성폭행을 당하는 등 괴로운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자살이라도 하고 싶지만, 4년 전 마지막으로 본 딸을 생각하며 하루하루를 버텼다.

그러던 어느날 화장실 수리공으로 위장 잠입한 한 형사로부터 “구해주겠다”는 소리를 듣고 희망을 품었다. 화장실 변기물에는 휴대전화기와 한자루 권총이 담겨 있었다.
 

[사진=영화 '에벌리' 스틸컷]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채 유린당하던 에벌리는 참지 못하고 전화기를 꺼내 걸지만, 계속 받지 않는다. 화장실 문을 부셔서 들어오려는 타이코의 부하들이 두려운 나머지 머릿속 끈이 끊어진 듯 에벌리는 각성하고, 순식간에 악당들을 처치한다. 자신도 옆구리에 총상을 입지만 다행히 비켜나간다.

타이코는 에벌리에게 전화를 걸어 “내 여자로 만들어줬는데 왜 거역을 하느냐”면서 에벌리의 딸과 어머니를 죽이겠다고 협박한다. 가족의 이야기에 이성을 잃은 에벌리는 아파트를 떠나 가족을 찾아가려 하지만 타이코와 한통속인 경찰의 벽에 가로 막히고, 가족을 불러들이는 계획을 세운다.

‘킬빌’과 ‘에빌리’의 공통점은 많다. 여성을 주인공으로, 액션을 펼치며 ‘아이’를 기점으로 모성애가 발동해 복수를 하고 구하려한다는 점도 그렇고, 일본의 분위기가 묻어나는 것도 그렇다. 타이코의 무기도 일본도. 타이코의 부하 중에는 기모노를 입고 ‘한냐’ 가면을 쓴 인물도 있다.

영화는 액션이 난무한다. 슬래쉬 무비의 전형이다. 총에 맞아 쓰러진 여성의 머리는 터져 피가 솟구치고, 삼지창에 배를 찔리는 장면은 애교 수준이다. ‘킬빌’에서도 잔인한 장면은 다수 등장하지만, ‘킬빌’은 유의미, ‘에벌리’는 과도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잔인한 영화를 좋아하는 관객이라면 러닝타임 85분동안 몰입해 볼 수 있다. 그러나 그게 아니라면 한번 고민해보는 게 좋을 영화다. 내달 4일 개봉. 당연히 청소년은 볼 수 없다.

참고로 셀마 헤이엑은 섹시하다. “나는 집단 성폭행이 좋아서 한 것이 아니다”라는 말에 “그건 그것대로 기분이 나쁘다”고 대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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