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KBS2 드라마 ‘착하지 않은 여자들’(극본 김인영․연출 유현기 한상우) 종영 후 아주경제와 만난 송재림은 작품에 대한 애정과, 연기에 대한 열정으로 한층 더 배우에 가까워져 있었다.
“우리 드라마 같은 경우에는 어머니, 할머니들의 이야기가 중심이었죠. 큰 줄기는 선생님들이었어요. 젊은 배우들은 곁다리로, 그냥 열심히 하면 됐던 것 같아요. 큰 욕심을 부리면 중심이 흔들리니까요.”
‘착하지 않은 여자들’은 3대에 걸친 착하지 않은 여자들이 휘청거리는 인생을 버티면서 겪는 사랑과 성공, 행복 찾기를 담은 드라마다. 극 중 송재림은 김현숙(채시라)의 딸 정마리(이하나)와 사랑에 빠지는 이루오 역을 맡아 열연했다.
“선생님들이 연기하는 상황들은 정석적이고 정극적인, 주말극의 성향을 띄고 있잖아요. 그래서 연기에 있어서 튀어 보이지 않으려고 노력했어요. 쓸데없는 버릇들을 쳐낼 수 있었고, 개성이라고 할 수 있는 부분들을 희석하고, 중화하는 법을 배웠죠.”
“‘착하지 않은 여자들’은 이전 드라마들과는 조금 달랐던 것 같아요. 환경이나 제 마음가짐이나…. 이전 ‘감격시대’나 ‘해를 품은 달’에서 현장의 활발함을 즐겼다면 이번 작품에서는 조용하게, 겸허하게 받아들이는 것을 배울 수 있었어요.”
그야말로 파란만장했다. ‘착하지 않은’ 3대 모녀의 마음에 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루오의 모습은 많은 여성 시청자들의 로망이었다. 특히 이루오의 ‘사랑꾼’ 같은 면모는, 송재림을 만나 그 매력이 배가 됐다.
“우리 드라마 통틀어서 가장 많이 맞은 건 아마 루오일 거예요. 마리 어머니(채시라)에게 물 따귀 맞고, 엄마(서이숙)에게 뺨 맞고, 죽도로도 실컷 두들겨 맞았죠. 마지막에 물벼락을 맞는 장면이 있는데 실제로도 마리가 찬물을 뒤집어쓸까 봐 걱정되는 거예요. 진짜 루오의 마음처럼요.”
드라마에서 그려진 마리와 루오의 알콩달콩한 면모는, 카메라 밖에서도 이어졌다. 그는 상대 배우인 이하나에 대해 “성격이 정말 좋은 배우”라고 칭찬하면서 “연기의 케미스트리는 친근함에서 비롯된다”고 설명했다.
“하나 누나가 4차원 소리를 듣잖아요. 그런데 그 모습이 정말 순수해요. 제가 짓궂은 장난을 쳐도 다 받아주고 웃어줘요. 마리와 루오, 두진(김지석)의 케미스트리는 연기자들의 친근함에서 나오는 것 같아요. 사이가 안 좋으면 그게 드러났겠죠. 현장에서만큼은 사이가 좋고, 에너지 넘쳐야 그게 시너지로 발휘되니까요.”
‘착하지 않은 여자들’의 마리와 루오, 두진은 설레는 삼각관계를 그려냈다. 특히 마리와 루오, 두진과 마리를 지지하는 커플 팬덤은 드라마가 종영할 때까지 각 커플의 사진과 소감을 쏟아내며 열렬히 응원해왔다.
“커플 이름도 귀여워요. 마루(마리 루오)커플, 두루마리(두진 루오 마리) 등. 우리 세 사람이 젊은 배우 축에 끼다 보니 눈에 띄기도 하고, 어머님들이 예쁘게 봐주셨던 것 같아요. 한 번은 식당에 간 적이 있었는데요. 식당 아주머니께 정말 서운했던 적이 있었어요. 저랑 하나 누나가 러브라인인데 아주머니께서 계속 ‘난 두진이랑 됐으면 좋겠다’고 하시는 거예요. 진짜 서운했어요.”
마치 실제 연인이기라도 한 것처럼, 그는 시무룩한 얼굴로 열변을 토한다. 시시각각 변하는 표정에 “채시라 배우님도 이하나와 김지석이 이어지길 바랐다던데”라고 거들자 그는 어깨까지 축 늘어트리고 “그 기사를 봤다”고 한다.
“아니야. 본마음은 그게 아닐 거예요. 아무래도 채시라 선배님이 실제로 딸을 가진 어머님이시다 보니, 누구보다 딸의 심경을 잘 아시지 않겠어요?”
“실제로 형이 없다 보니, 형에 대한 로망이 커요. 남자들의 우정이나, 형제간의 우애 같은 거요. 그래서 그런지 작품에 남자들 간의 감정이 나오면 감정 이입이 쉽게 되더라고요. 제가 가진 그리움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인 것 같아요. 맞추면 맞출수록 좋고, 리액션도 절로 나와요. (웃음)”
드라마 ‘해를 품은 달’, ‘감격시대’ 등 다수의 작품을 떠올려 보니 저절로 수긍이 갔다. “남녀를 불문하고 케미스트리를 발산하는 것 같다”고 말하자, 그는 “여자는 잘 모르겠지만 남자는 확실하다”며 웃는다.
“(남자들과의 케미스트리) 많이 해서 익숙한 건지, 그런 작품들이 제게 끌려오는 건지. 아무튼, 남자들이랑 어울리는 걸 많이 했었던 것 같아요. 남자 배우들이랑 호흡 맞추는 걸 워낙 좋아하기도 하고요.”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