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차이나인사이더' 비원… 정철길 사장 “함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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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5-31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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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철길 SK이노베이션 사장.[SK이노베이션 제공]

아주경제 이재영 기자= 수출 부진 타개를 위해 ‘차이나인사이더’ 전략을 고수하는 SK가 추가 사업확장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국시장의 특성상 비즈니스 테이블에서 오너 부재가 협상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31일 SK 및 재계에 따르면 SK가 사상 최초로 중국 에틸렌(석유화학 기초원료) 사업에 진출해 화제가 됐던 ‘우한 프로젝트’가 공장 가동 후 호실적을 거두고 있다.

이 사업은 SK와 중국 시노펙이 3조 3000억원을 투입해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 에틸렌 생산설비(NCC)를 설립한 것이다.

각종 석유화학제품의 기초 원료로 쓰여 ‘산업의 쌀’로 불리는 에틸렌은 중국이 원유나 자체 기술력을 보유한 일부 서구메이저 회사와 중동 산유국 기업에만 합작사업을 선별 허용해왔던 분야다.

그러다 SK가 처음 시노펙과의 합작추진 합의부터 중국 정부의 승인까지 무려 7년여의 기다림 끝에 지난 2013년 아시아 지역 기업 중 중국 NCC 부문에 진출한 최초의 기업이 됐다.

최태원 SK 회장이 중국에 ‘제2의 SK’를 건설한다는 ‘차이나인사이더’ 전략을 내세우고, 중국 정부 및 시노펙 관계자를 10여차례 면담하는 등 우한 프로젝트를 뚝심 있게 밀어붙인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이런 우한 공장이 작년 가동 첫해 영업이익 233억원의 흑자를 냈다. 올 1분기엔 800억원 이상의 흑자가 나 전년 실적을 이미 훌쩍 뛰어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초기 가동에는 고장이 잦고 효율도 낮았지만 SK가 국내 엔지니어 26명을 현지에 파견해 운영시스템을 싹 바꿨다. 그 결과, 우한 공장은 가동 첫해 시노펙 산하 십 수개의 중국 에틸렌 공장 중 2위를 차지해 업계를 놀라게 했다.

SK는 최근 수출시장의 경쟁심화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차이나인사이더 전략을 더욱 강화하기로 했다. 여기에 우한 프로젝트를 통해 뛰어난 기술력을 입증한 것이 시노펙과의 추가 합작사업에 도움이 될 것이란 기대다.

하지만 우한 사업을 주도했던 최태원 회장의 부재는 뼈아프다. 정철길 SK이노베이션 사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우리가 소총이면 회장은 큰 함포”라며 “비즈니스 상대가 느끼는 임팩트가 그만큼 달라 중요한 사업은 오너 리더십이 꼭 필요하다”고 토로했다.

그는 “외국 사절이 오는데 대통령이냐 총리냐는 완전히 다르지 않냐”며 “회장과 사장도 그처럼 단순히 한계급의 차이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미국이나 유럽 등과 달리 특히 중국은 협상에서 그룹 대표간의 면담을 요구하는 게 비즈니스 관행이라는 전언이다.

정철길 사장은 “중국은 회장끼리 만나야 핵심 얘기가 오가는 관행이 있어 답답함을 느낀다”며 “오너 없이 중요한 사업협상에서 최종 결정을 내릴 수 있는지에 대해 물음표가 온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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