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증권사 노조의 소통 거부가 우려스러운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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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6-02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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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이정하 기자 = "언론과는 만나지 않습니다."

S증권사 노조 사무실을 방문했지만 이내 발길을 돌려야만 했다. 노조위원장이 언론과 대면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탓이다.

전임 노조원은 기자의 방문에 바쁘다는 얘기로 에둘러 표현했고, 기다리겠다는 말에 사무국장이 나와 전후사정을 털어놨다.

작년에 모 매체 기자가 방문해 노조위원장과 회사에 대한 얘기를 나눴고, 이 가운데 사장에 대한 말이 오갔는데 이 내용이 기사화돼 곤란했다는 것이다.

사무국장은 이 일을 계기로 노조위원장이 더 이상 언론을 만나고 있지 않다고 전했다.

노조원의 입장을 대변해야 하는 노조가 사측의 눈치 살피기에 급급한 현실이 안타까웠지만 발길을 돌려야만 했다. 

증권사 노조를 흔히들 모래알 조직이라고 부른다. 뭉쳐지지도 않고 모여도 흩어지기 일쑤기 때문이다.

이는 증권사의 조직문화와도 관련이 깊다. 성과와 연동돼 월급을 받는 증권맨은 능력에 따라 이직이 잦고, 그만큼 소모품이 돼 빨리 교체된다. 

실상 증권업계에는 노조가 없는 회사가 훨씬 더 많다.

노조가 없는 회사는 시장 논리에 따라 직원들을 마음껏 쓸 수 있었지만, 견제기능 상실로 탈이 나곤 했다. 대표적으로 동양사태를 들 수 있다.

동양증권 노조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명맥만 유지하고 있는 사이 회사는 조직적으로 계열사 회사채 판매에 나섰다.

동양 사태가 터지면서 피해는 투자자에게 돌아갔고, 판매직원은 죄인이 됐다.

그러나 노조의 소극적인 분위기는 여전하다. 대다수 증권사들이 수년간 대규모 구조조정을 겪었지만 힘을 모으는 데는 소극적이다. 당장 사측에 찍히는 것이 두렵다.

증권사 노조의 면담 거부에 대해 소속 증권연맹은 몹시 놀라는 눈치였다. 대신 사과의 뜻을 전했다.

"대형사일수록 더 활동적이야 하는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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