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음압시설 갖춘 격리병상 105개에 불과
- 대전, 3차감염 발생 '경계' 단계로 조정
- 보건단체들, 정보 공개·방역대책 촉구
아주경제 조현미 기자 = 3차 감염은 없다고 강조하던 정부의 주장이 무색해졌다. 2명의 3차 감염자가 동시에 나왔기 때문이다. 지역사회로의 확산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부실한 의심 환자 관리는 더욱 큰 문제다. 확진 환자와 접촉했다 감염돼 1일 사망한 환자는 이틀 전까지만 해도 격리 대상자로 분류되지 않았을 정도로 관리가 허술했다.
2일 기준으로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국내 환자는 모두 25명으로 증가했다. 지난달 20일 첫 환자가 발생한 지 13일 만의 상황이다.
이 가운데 두 명은 첫 메르스 확진자에게 감염된 환자와 같은 병원에서 진료를 받다 옮은 3차 감염자다. 3차 감염자가 나타난 것은 국내는 물론 전세계적으로도 처음이다.
애초 보건당국은 메르스 환자 1명당 0.6명을 감염시켜 전파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주장했다. 지역사회로 확산되는 3차 감염도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실제는 정반대였다.
보건복지부는 여전히 "이번 3차 감염 사례를 의료기관 내 감염으로 지역사회로 확산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확대 해석을 경계하고 있지만 신뢰를 잃은 지 오래다.
환자 관리는 통제 불가능 한 수준까지 이르렀다.
첫 사망자인 S(57·여)씨는 지난달 25일부터 경기도 한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다 지난 1일 숨졌다. S씨는 지난 31일에야 의심 환자인 것이 확인돼 격리 조치됐다.
6일 동안 수많은 의료진과 환자가 메르스에 고스란히 노출된 것이다. 이 때문에 격리 관찰 대상자는 더 늘어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는 복지부도 인정하는 부분이다.
현재 격리 대상자는 750여명이지만 조만간 1000명을 넘어설 전망이다. 문제는 격리자가 늘수록 보건당국의 통제가 어렵다는 것이다. 실제 정부가 시설에 격리하려던 의심 환자 상당수가 격리 수용을 거부하고 있는 실정이다.
확진 환자를 치료할 국가지정 격리병상과 의료진도 부족하다.
정부는 감염병 치료를 위해 전국 17개 병원에 격리병상을 운영 중이다. 하지만 음압시설(압력 차를 이용해 병실 공기를 정화해 밖으로 배출하는 장치)을 갖춘 격리병상은 105개뿐이다.
메르스 환자는 여러 의사와 간호사가 대거 투입돼 집중 치료해야 한다. 하지만 환자가 급증하면 병상과 의료 인력 수급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이 크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에 따르면 지방의료원의 경우 음압병실이 일반병동에 있어 이곳을 사용하려면 주변 입원 환자들을 모두 내보내야 한다.
보건당국이 제대로 된 대응을 미루는 사이 환자가 발생한 지자체는 자체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처음으로 3차 감염자가 나온 대전시는 메르스 위기대응 단계를 정부가 정한 '주의'보다 한 단계 높은 '경계'로 조정했다.
첫 사망자가 발생한 병원 인근 초등학교를 비롯해 경기도 4개 지역 초등학교 40여곳이 5일까지 휴업키로 했다. 이 지역 10여개 유치원도 부분 휴업에 들어갔다.
5개 보건의료단체는 "정부는 책임 회피를 위해 위험을 감추는 데 급급 할 것이 아니라 지금이라도 국민에게 투명한 정보 공개와 적절한 종합적 방역대책을 제시해야 한다"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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