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노승길 기자 = '반면교사' 다른 사람이나 사물의 잘못된 일과 실패를 거울삼아 가르침으로 삼는다는 뜻이다.
세월호 참사 때의 안일한 대처를 거울삼아 메르스 사태에 대응했어야 하는 정부는 '반면교사'란 단어를 모르는 듯하다. 이번에도 속절없이 '골든타임'을 허비하고 있으니 말이다.
지난해 4월 발생한 세월호 참사 이후 '골든타임'이란 단어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자주 사용하는 용어가 됐다.
세간에서는 세월호 참사가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았다면 304명이라는 크나큰 인명피해는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안타까움이 넘쳐났다.
당시 정부는 최초 신고가 접수된 8시 50분께부터 배가 완전히 침몰한 11시 20분까지의 3시간여 동안 초동 대처에 실패하고, 이 골든타임이 지난 후에야 부랴부랴 대대적으로 사태수습에 나섰다.
단적인 예로 사고 당시 해양수산부를 출입했던 기자는 이 귀중한 시간 동안 대책본부조차 어디에 꾸려야 할지 정하지 못해 우왕좌왕했던 정부의 모습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또한, 가장 기본적인 탑승 인원조차 파악하지 못해 연일 숫자를 고치는 등 정부의 대응은 불신만이 가득했다.
이후 정부는 국민안전처를 신설하고, 각종 안전 관련 대책을 마련하는 등 두 번 다시 이와 같은 참사는 겪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이번 메르스 사태에 대응하는 정부의 모습을 보면 달라졌다고 생각하기 힘들다.
첫 환자에게 증상이 나타나고 확진 때까지의 골든타임을 그대로 허비해버렸기 때문이다.
이 열흘 가까운 기간에 격리 조치 등 확실한 초기 대응이 있었다면 2차 감염자가 이렇게까지 늘어나진 않았을 것이다.
특히 메르스가 의심된다며 자진해 격리를 요청했던 여성은 돌려보내는 어처구니없는 일까지 발생했다.
초기대응이 이처럼 미흡하자 환자 수는 30명까지 급격하게 증가했다. 특히 첫 환자와 접촉해 감염된 2차 감염자뿐만 아니라 3차 감염자까지 점점 늘어나고 있다.
결국 정부가 골든타임을 놓치며 생긴 방역 구멍이 사태를 악화시키고 있는 셈이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으로 사태가 심각해지자 부랴부랴 이런저런 대응책을 내놓고 있다.
세월호 참사가 이제 겨우 1년 조금 더 지났을 뿐인데 이미 이에 대한 반성은 까맣게 잊은 듯하다. 이제라도 정부가 국가적 위기 상황에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대처를 하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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